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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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3-06-25 오전 10:01:14  | 수정 2013-06-25 오전 10:01:14  | 관련기사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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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성공회대학교 조희연 교수가 국정원의 NLL관련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단상을 남겼다. 시사하는바 커서 그 全文을 그대로 옮겨 싣는다.

 

아래는 조희연 교수가 쓴 글 全文이다.

 

최근 국정원사건으로 온 나라가 긴장국면으로 몰려가고 있다.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국정원사건에 대해서 유감·사과를 표명하고, 이를 계기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국정원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원세훈 하의 국정원의 내부체제와 인적 물갈이를 수행 하겠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국기문란 범죄행위’를 한 국정원을 감싸면서, 이것을 물타기 하기 위해 청와대-국정원-새누리당의 분업에 의해 ‘뜬금없이’ 2012년 정상회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발언’을 끌고 나오고 심지어 ‘전문공개’를 국정원이 감행하도록 했다.

 

국정원의 단독 행위?

 

첫째, 청와대가 국정원과 ‘분업’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국정원 단독행위로 비쳐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은 결국 ‘박근혜정부의 계획’ 하에서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최소한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규정하게 될 것이다. 범죄를 저질러 궁지에 처한 국정원이 ‘순수히 살고자 하는 일념만으로’ ‘전문공개’를 행할 리가 없다고 최소한 일반적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권 초기 강력한 통솔력을 가지고 있는 정부에 ‘반하는’ 식으로 국정원이 단독으로 국민적 논란을 부를 사안을 전격 공개한다고 믿을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소한 지식인들의 경우는 그러할 것이다.

 

1차 범죄를 막기 위한 2차 범죄?

 

둘째,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전문공개는 누가 보아도 또 다른 정치개입이다. 국정원의 도청·감청·사찰·선거개입이 ‘1차 정치개입’ 범죄라고 한다면, 이 공개는 1차 정치개입의 파장을 막기 위한 ‘2차 정치개입’이다. 나는 전문공개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의회와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이것을 어떻게 국정원이 임의로 판단한단 말인가. 국정원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 녹취록을 공개되는 ‘공개기록물’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처럼 파장이 클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 발언내용의 공개를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이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에서 볼 때 ‘부관참시(剖棺斬屍)‘나 사자의 명예훼손으로 인식될 개연성이 크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의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명박산성도 쌓고 미네르바도 처벌하고 등등 국민들의 분노를 사는 ‘2차적인’ 행위를 해서 결국 그 대중적 기반이 균열되는 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박근혜 정부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본다.

 

적대적 NLL충돌상태를 넘어서기 위한 과정에서의 발언

 

셋째, 노무현대통령의 NLL발언 등은 북한에 대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기 위한 설득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2012년 그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한은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지정, 남북 공동어로와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해주경제특구를 건설”하고, “남북한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남북정상 대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연평도 해전 등 남북 간의 충돌이 잦은 NLL문제를 ‘더 높은 수준의 경제협력지대’ 속에서 초극해가는 프로젝트이다. 즉 현재의 ‘적대적 NLL갈등체제’를 ‘비적대적인 포스트-NLL체제’로 전환하고 극복해가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로 오도가도 못 하는 서해북방지역을 어로도 하고 민간선박이 오가는 평화지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발전이고 더구나 남한에 100%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이다(이것을 NLL사수 문제로 왜소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나는 사실 이명박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끌고 갈 때 지속적으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야말로 이명박적인 남북공동 비니지스 프로젝트라고 주위에 말해왔다. 10·4 공동선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하건 남북간 관계 개선을 하게 되면, 어차피 다시 시도해야 하는, 남한에 좋은 남북화해프로젝트이자 비니지스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이것을 ‘거두절미’해서, NLL포기발언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남한경제에도 반하는 것이다.

 

나는 다음 달에도 일본에 ‘영토분쟁’ 문제로 일본의 토론회에 간다. 나는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이오)를 가지고 적대적 대결을 하는 중일 관계를 한 단계 높은 평화프로젝트 속에서 초극해가는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하라고 이야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센카쿠 평화협력지대’를 만들면 어떨까도 생각해본다.

 

박정희와 브란트가 72년 이전의 상식에만 얽매였다면

 

돌이켜 보자. 1972년 남북공동선언은 72년 이전의 상식을 깨면서 72년 이후의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행위이다. 부친 박정희가 그렇게 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81년 이전의 상식을 뛰어 넘는 91년 이후의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1970년대 초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과 72년 동독과 서독의 ’기본조약‘은 60년대의 상식을 뛰어넘어 72년 이후의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역사가 발전한다. 그런데, 우리는 2013년의 ’정략적 판단‘으로 1953년의 냉전적 대결의 상식으로 회귀하고자 한다. 역사는 언제나 과거의 상식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이다. 박정희와 브란트가 72년 이전의 상식에 머물렀다면, 남북공동선언과 동서독 기본조약은 없었을 것이다.

 

남북관계를 또 이명박시대처럼 만들 개연성

 

넷째, 국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략적 행위와 파행은 결국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를 이명박정부의 남북관계처럼 퇴행적인 방향으로 가게 만들 것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최근의 이런 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국내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박근혜 정부에 선의의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박근혜정부의 ‘신뢰’프로세스 자체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리게 되고,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의 선택지를 현저하게 축소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의 반응에 따라서는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시대로 정확히 되돌아가게 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부메랑이 되어 박근혜정부의 지지기반의 한 축을 무너뜨리게 될 수 있다. 나는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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