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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 입력 2006-10-10 | 수정 2006-10-10 | 관련기사 건
국립해양조사원장 정유섭
몇 년 새 갯벌체험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됐다. 과거 갯벌이 연안개발이라는 논리에 밀려 매립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심미적, 문화적인 가치가 재평가 받고 있다.
이처럼 갯벌이나 습지에 대한 일반국민의 인식을 높이는 데는 습지전문가와 함께 NGO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갯벌체험도 최근 들어선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 오히려 갯벌이 훼손되는 사례까지 발생하게 됐다.
이에 해양수산부가 휴식년제와 같은 갯벌체험 관리지침 제정을 준비하는 상황에 이른 것을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불릴 만큼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 갯벌은 낮은 수심과 큰 간만조차, 그리고 육지의 모래 또는 부유입자를 실어 나르는 강들이 조화를 이룬 자연의 걸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류(潮流), 혹은 물살의 세기와 부유입자의 크기에 따라 공간적으로 적절히 배분돼 형성된 갯벌은 해양생물뿐 아니라 철새의 서식처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여기에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까지 그 경제적 가치만도 연간 약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갯벌의 막대한 가치를 보전하는 일환으로 국립해양조사원은 2002년부터 전국해안선 조사사업을 착수, 정확한 갯벌의 지형적 특성을 조사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제정된 현행의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갯벌은 연안습지이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반면 하구 및 석호습지는 내륙습지로 분류, 환경부 소관이다.
하지만 많은 습지전문가들은 하구의 수리지형적인 특성과 생태적 천이역 으로서의 독특한 가치를 인정해 하구습지를 내륙습지와 구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 4월 16일 환경부는 한강하구 네 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계가 우수한 일부지역을 ‘람사(Ramsar) 습지‘로 등록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람사 습지는 물새가 서식하는 곳으로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습지다.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는 한강 및 임진강 하구에 부존하는 골재자원의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 한강하구습지의 형성 및 형태를 결정짓는 일차적 요인 중 하나인 조석 및 조류(潮流) 조사와 홍수 시 담수유입량에 따라 크게 바뀌는 수심을 측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갯벌은 우리가 자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공공의 유산이다. 이 갯벌은 생명체가 살아 꿈틀거릴 수 있도록 건강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습지위원회(National Wetland Committee, NWC)가 조속히 설립돼 중앙부처간 습지에 대한 정책을 조율, 습지보전의 큰 그림이 그려졌으면 한다.
우리의 갯벌은 하늘이 준 소중한 선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 갯벌과 습지의 보존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유섭 국립해양조사원장의 본 칼럼은 10월 3일자 `경인일보의 도움으로 싣게 되었음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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