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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8-07 | 수정 2007-08-07 오전 8:15:11 | 관련기사 건
2005년 기준,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13.6%로 한해 동안 결혼하는 한국인 100명중 13명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있으며, 농촌지역의 경우 국제결혼 비율은 27.4%로 결혼하는 네쌍 중 한쌍이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루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 중개업체도 크게 증가하여 등록업체만 6백여개, 미등록업체를 포함하면 1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현실이 반영되었는지 최근 <나의 결혼 원정기>나 <너는 내 운명>처럼 국제결혼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도 종종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국제결혼은 마치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과연 영화처럼 현실에서도 한국 남성과 동아시아 여성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결혼을 하는 것일까?
신붓감을 골라잡는 한국 남성
지난 2006년초 베트남으로 국제결혼 중개씨스템 현지조사를 다녀왔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들의 맞선 현장을 참관한 것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직접 체험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은 머리와 가슴에 또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남성 한명은 약 한시간 동안 총 100~200여명의 베트남 여성 중에서 한명의 배우자를 선택한다. 한번에 15~20명의 여성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그중에서 3~5명의 후보자를 고르는 방식으로 1차, 2차, 3차로 여성을 추려나간다. 마지막까지 남은 10여명의 여성 중에서 최종선택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남성은 출신지, 나이, 학력, 외모만으로 여성을 선택한다.
한국 남성은 그 선택의 순간이 버거운지 연신 손수건으로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낸다. 중개업자는 옆에서 되도록 많은 여성을 골라놓아야 최종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거듭 권유하지만 한국 남성은 쉽게 여성들을 선택하지 못한다. 답답한 업자는 옆에서 "치아가 건강해야 한다, 암내가 나면 안된다, 손이 너무 보드라우면 고생을 못 견디고 도망간다"면서 친절하게 번호를 불러가며 대신 여성을 선택해주기까지 한다.
베트남 여성에게도 거부권이 있다?
베트남 여성들은 자신을 선택하는 남성의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모른다. 최종선발 까지 살아남지 않는 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선택에 남게 된 10여명의 여성에게 비로소 남성의 직업, 수입, 시부모 부양 여부 정도의 정보가 주어진다. 중개업자는 이 여성들에게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방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남성 한명에 수백명의 여성이 맞선을 보는 환경에서 마지막까지 여성이 선택될 확률이란 참으로 미미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거부권을 행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한 거부권을 행사했던 누구누구가 그후 맞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소문은 더더욱 거부를 어렵게 한다. 게다가 맞선을 위해 호찌민 시내에서 기숙하면서 지낸 생활비 빚이 나날이 늘어나니 하루라도 빨리 선택되어 결혼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다. 여성들이 한국 남성을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도 간절해서 차마 눈길을 뿌리치기 어려울 정도이다.
맞선 한시간 만에 배우자 선택에 성공한 커플들에게는 조잡한 한·베트남 사전이 주어진다. 어색하게 손을 마주잡고 웃으며 남은 하룻동안 한·베트남 사전에 의지하여 소통을 시도한다. 그리고 다음날 베트남 여성의 부모를 시골에서 불러와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합방’을 진행한다. 중개업자는 부모로부터 여성이 도망갈 경우 금전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받아놓는다. 사후 책임소재를 명확히할 요량이다. 한시간의 진땀 빼는 선택과정 후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마치 당사자에게 주저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얼마 뒤 남성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베트남 여성은 한국 비자가 발급될 때까지 두세달간 애타게 기다린다.
인신을 매매하는 중개씨스템
처음에는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주변화된 한국 남성들의 간절함이, 또한 한국인과 결혼해서 조금 더 잘사는 나라에서 살고픈, 가난한 친정가족을 돕고자 하는 베트남 여성들의 절박한 열망이 눈에 밟혔다. 그들의 간절한 갈망을 `인신매매`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언어화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돌이켜 생각할수록 그들의 간절한 열망을 매개한다는 명목으로 성행하는 중개씨스템이 얼마나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여성을 비인격화하고 상품화하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이런 반인권적이고 성차별적인 국제결혼 중개의 속성은 서두에서 예시했던 것처럼 한국 남성을 호객하는 ‘광고’ 행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투어 여성 결혼이민자의 사회 ‘통합’과 ‘정착’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제결혼 성립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화된 한국 남성들의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해소될 수 있는 출구로, 한국사회의 저출산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도로 국제결혼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국제결혼 성립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인권침해적 요소들에 대하여 정부의 개입이 시급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반인권적 국제결혼 광고·중개는 해당국가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문제로, 나아가 인간에 대한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로 번질 것이다. 또한 이후 발생할 상대국과의 외교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치명적인 위해를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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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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