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후변화의 시대,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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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후변화의 시대, 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9-04  | 수정 2007-09-04 오후 6:15:19  | 관련기사 건

1970년대 중후반 몇몇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감지하기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났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지 15년, 1997년 쿄오또의정서가 채택된 지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논의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다양한 기후재난들과 이상기후 현상들을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기후변화가 더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부가 실시한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13세 이상 우리 국민의 대다수(97.3%)가 기후변화문제에 대해 알고 있으며 92.6%는 기후변화 정도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정부도 기업도 더이상 소극적으로 대처할 형편이 아니다.


이제 기후변화가 무엇인지, 정말 일어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를 넘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사회적 논의와 실천이 절실하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규모가 세계 10위이고 1990년대 이래 배출증가율이 OECD 국가들 중 1위여서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예의주시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배출규모도 클 뿐 아니라 산업화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누적배출량(1850~2002년)에서도 세계 23위로, 기후변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후변화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달려 있기에 더 그렇다. 


지속 불가능한 우리의 에너지현실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쿄오또 의정서의 감축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부속서I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차 의무감축 이행 기간(2008~12년)에 온실가스를 감축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2013년부터 진행될 쿄오또 이후의 상황에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의 85%가량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이기에, 향후 한국경제의 향방은 온실가스배출 감축 여부 및 규모와 밀접히 연동되어 있다. 기후보호를 염두에 두지 않는 20세기적·에너지 집약적 경제성장 전략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 적어도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가정하면 2013년 이전까지 우리 경제는 에너지 측면에서 체질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가 우리 삶의 환경을 바꾸어놓음으로써 삶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지대하기 때문에도 그러하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런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해가는 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무엇을 그리고 어느 정도를 준비된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적으로 쓰며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을 잣대로 한다면 결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에너지효율이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에너지 원단위(原單位,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원료 동력 노동력 따위의 기준량)가 높으며 효율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달성계획이 없고 재생가능 에너지 확산의 현재 달성정도나 향후목표 모두 부끄러운 수준이다.


2005년 현재 재생가능 에너지는 1차 에너지의 2.3%인데 그나마 이 중에서 폐기물 소각 열이 75.9%, 수력이 18.8%로 엄밀한 의미의 재생가능 에너지는 전체 1차 에너지의 0.1%에 불과하다. 재생가능 에너지 공급목표는 2011년에 1차 에너지의 5%와 전력의 7%, 2030년에 1차 에너지의 9%인데, 이나마도 비현실적으로 높다고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과 견주어보면 이 목표치조차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EU는 2020년까지 1차 에너지의 20%로 늘릴 계획이며, 독일의 경우 현재 전력의 6% 정도에서 2010년까지 두 배인 12%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조차도 오는 2010년까지 1차 에너지의 10%, 2020년까지 15%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이 최근 5년간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목표를 낮춰 잡을 게 아니라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에 대한 건전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걸림돌들을 치우는 게 순리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의 필요성


온실가스를 제대로 감축하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해가려면, 무엇보다 구체적인 배출가스 감축목표를 정해야 한다. 감축목표의 설정이 국제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국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에너지 및 전력 수급계획을 더 적실성 있게 수립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와 전력의 수요증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이를 충족시킬 에너지구성(energy mix)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이행가능성 연구를 통해 배출 잠재력을 파악하고 감축목표치를 정한 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게 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켜, 기업에는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대한 확실한 신호를 주고 다양한 기후변화정책에 대한 시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내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래야만 탄소세를 도입하게 되더라도 그러한 세금부과에 대한 반발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다른 환경문제와 달리 산업부문에 대한 규제나 경제적 유인 제공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일반 시민을 겨냥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민들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에너지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써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도 소비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에너지의 직접적 소비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협소한 경향을 벗어나 이제는 에너지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국토종합계획과 광역도시계획, 도시기본계획, 도시 관리계획 등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도시와 도시의 연계, 도시와 건물의 구조가 에너지집약적인 형태를 띠게 되면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 향상 노력도 금방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완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적응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적응이란 말 그대로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에 삶의 양태와 제도를 맞추어가는 것이다.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오늘 당장 산업혁명 당시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말미암아 일정정도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 제대로 적응해가기 위해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환경변화와 그것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어 보강하며 변화된 여건에 맞게 삶을 꾸려가는 게 필요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국가적으로는 개별 국가의 물리적 조건(기후대와 식생대, 지형과 지질 등)과 대처역량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지역과 계층, 직업, 연령,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있다. 좀더 적극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기후변화를 염두에 둔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하지만 본질적으로 필요한 일은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과거와 같은 성장의 신화와 방식에 매달리는 한 기후변화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기후변화문제에 진지하게 대면하게 되면, 현재 많은 대선후보들이 내거는 고율의 경제성장, 더군다나 기존 산업 활동의 확장에 기초한 고성장전략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믿기엔 그 꿈이 너무 황당하고 시대착오적이다. 무지한 것인지 무시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런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을 대단한 역량이 있는 것인지…… 현재 우리 사회가 꿈꾸는 성장이 기후변화시대에 수용되고 실현될 수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성장의 욕구와 기후변화로 인한 성장의 한계가 빚어낼 긴장과 마찰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탐색이 필요하다.

 

 

 

저자 소개


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하고 미국 댈라웨어대에서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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