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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21-08-13 오전 09:53:45 | 수정 2021-08-13 오전 09:53:45 | 관련기사 건
조선산업 수주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마치 한국의 조선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딴 판이라고 조선업 관련 노조는 밝히고 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고 실상을 알려줄만한 자료가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조선업종노조연대에서 나왔다.
아래는 이들 노동조합 관련단체에서 주장하는 보도문 전체를 옮겨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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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배는 누가 만드나?
- 선박수주 늘었다고 자랑하지만 배 만들 노동자는 계속 줄어
- 사람 손에 의존하는 조선산업 특성에도 인력부족 문제 심각
- 원하청 구분없이 감소, 숙련노동 유출 심각, 신규채용도 없어
- 다단계 하도급폐지하고 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 만들어야
- 젊은 노동자의 신규 진입 늘려 숙련노동자 양성해야 지속가능
조선산업이 살아났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각 업체가 확보한 신규 선박 주문 수치는 경쟁하듯이 올라가고 있다. 이것만 보면 마치 한국 조선산업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조선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조선시장의 슈퍼 싸이클 속에서 한국 조선산업은 큰 성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2000년대 후반부터 불어온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십 개의 중형 조선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결과 조선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가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압도하는 기술력의 차이와 숙련 노동자의 저력으로 한국 조선산업은 다시 부흥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한국 조선산업의 빅3라고 하는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7월 1일 현재 수주목표 달성률이 79.5%로 확인된다. 목표액 317억 달러 가운데 252억 달러를 이미 이룬 것이다. 중형 조선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이상의 조합원 무급휴직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STX 조선이나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초에 세운 목표를 넘겨 이루거나 가을에는 도크가 꽉 차는 호경기를 예상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역시 동부건설로 주인이 바뀌면서 큰 액수의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 19로 고전한 2020년에 견주면 성과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 상반기에는 목표 달성률이 10%에 미치지 못했고 3분기까지도 누적 달성률이 20%를 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실적도 놀랍지만 하반기에는 더욱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0년 카타르와 가계약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0여 척에 대한 수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예정이고 원유가가 오름에 따라 해양플랜트 시장도 본격 열리고 있다. 게다가 이미 한국의 큰 조선소는 물론 중국의 조선소까지 2년 이상의 수주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과거와 같이 물량확보를 위한 무리한 저가 수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배 값이 오르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클락슨이 발표한 신조선가(배를 새로 만드는 가격) 지수에서 이미 드러나듯 조선업이 본격 불황에 빠진 2014년 이전으로 새 배 값이 오르면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클락슨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새 배 값은 2021년 7월 기준 140포인트로 이는 지난해 126포인트에서 10% 이상 올랐다.
하지만 한국 조선산업은 위기다. 수주를 많이 해 와도, 새 배 값이 아무리 많이 오른다고 해도 현재 한국 조선산업에는 배를 만들어낼 노동자가 부족하다. 지난 20년 동안 무차별로 조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계약해지란 이름으로 조선산업에서 노동자들을 내몰았기 때문에 조선노동자는 플랜트, 건설 산업으로 이직해야만 했다. 2021년 현재 아무리 수주를 늘려도 한국 조선소에는 배를 만들 노동자가 부족하다. 실제 금속노조 조선분과와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가 지난 3년 동안 노동연구원 박종식 박사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HSG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 조선 8개사의 노동자들의 수는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줄었다. 2019년 1월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수는 원하청 포함 101,058명이었다. 같은 해 10월 107,615명으로 고점을 찍은 노동자들의 수는 2020년 7월 99,934명으로 줄었고 이후 꾸준히 떨어져 2017년 5월말 기준 90,771명까지 떨어졌다. 10% 이상의 노동자가 이미 준 것이다. 원청 노동자들의 수 역시 줄어들었다. 2019년 1월 43,493명의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21년 5월 현재 39,921명까지 줄어들었다. 역시 10% 이상 준 것이다.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21년 5월을 기준으로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39,921명인데 비해 하청 노동자들의 수는 50,850명으로 단순 비교를 해도 하청 노동자의 수가 20% 이상 많다. 그러나 원청 노동자의 상당수가 기술 영업,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므로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직 노동자의 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는 정규직 노동자의 200% 이상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제는 하청 노동자를 과거처럼 조선산업에서 자유롭게 고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 산업, 플랜트 산업과 비교해 조선산업은 힘들고 임금이 박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선소는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공간을 드나들면서 목숨을 걸고 높은 곳에서 쇠를 깎고 용접을 해야 하는 곳이다. 임금 역시 매우 낮아 건설 현장에서 20만 원 이상 받는 노동자가 조선소에 오게 되면 14~16만 원 이상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주 52시간이 적용되면서 잔업이 줄어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조선산업으로 더는 오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조선산업 호황기 시절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그다지 낮지 않았는데 20년 동안의 불황을 겪으면서 하청 노동자는 물론 원청 노동자의 임금도 줄어들면서 이제는 조선소 노동자의 임금이 오히려 낮은 현상이 자연스럽다. 또, 예전에는 하청업체라 하더라도 상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면 상여금과 학자금이 나왔는데 이제는 그나마 없어지면서 새롭게 조선산업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노동자가 없다. 앞날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조선소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규직 채용이 거의 없고 자동차 산업처럼 하청으로 일정 기간 일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채용할 때 가산점을 주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기에 조선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보기도 이제는 힘들다.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자동화가 이미 상당수 이루어진 다른 산업과는 달리 조선산업은 개별 노동자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고 또 이러한 개별 기술자의 기술력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조선산업의 노동자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의 주요한 기반이었던 조선소 노동자들의 숙련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새 노동자 채용이 거의 중단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젊은 노동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된 한국 조선소는 현재와 같은 고용 형태가 반복되면 조선소 노동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실제 현재 조선업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전면 고용이나 52시간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방법은 결코 한국 조선산업을 살릴 수 없다. 서로 소통이 중요하고 1대1 기술 전수를 해주거나 선배 노동자들이 후배 노동자들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 통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외국 노동자들의 전면 고용은 결국 한국 조선산업의 축소와 청년 노동자들을 조선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몰아내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일본 조선산업을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조선산업 크기 줄이기를 정책으로 삼았던 일본의 조선산업은 이제 한국, 중국 조선산업과 벌여야하는 경쟁을 포기하고 자국 조선 물량을 수주하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수주를 해 오더라도 배를 만들어야 할 자국 노동자 수가 부족해 외국 노동자들에게 배를 만들도록 하는 일본 조선 노동시장 특유의 구조에 기인한다. 한국 조선산업이 실패한 일본 조선산업을 따를 이유는 없다.
답은 하나다. 조선소 노동시장은 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모두 재편되어야 한다. 조선소는 정규직(원청) 노동자/하청 노동자로 나눈 시스템도 부족해서 물량팀, 돌관팀, 프로젝트팀과 같은 여러 이름이 붙은 재하청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무어라고 붙이건 결국은 불법 파견이 분명한 다단계 하도급일 뿐이다. 중대재해의 원인이 되는 위험의 외주화도 모두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관련이 있다. 조선산업에 널리 퍼져 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조선산업에서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 길만이 다시 호황기로 접어든 조선산업을 제대로 살리고 조선 노동자들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한국의 조선산업은 지난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규직 노동자,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를 해고했다. 심지어 그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의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조선산업을 다시 한국 제조업의 대표 산업으로 만들고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조선업계 경영진들은 외국인 노동자 전면 고용이나 52시간 유예와 같은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을 그만두고 노동조합과 함께 새로운 노동시장 만들기로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금속노조에 속한 현대중공업지부·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경남지부 STX조선지회·광주전남지부 현대삼호중공업지회·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와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이 조선산업 정책과 현안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만든 상설연대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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