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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4-08-27 오후 10:04:29 | 수정 2024-08-27 오후 10:04:29 | 관련기사 건
“병문아, 내일 사천장에 갔다와야 될끼다이~”
상당히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군청이나 읍사무소, 면사무소를 잘 옮기지 않는다. 관공서는 먼 뒷날까지 염두에 두고 짓기 마련이어서 웬만해서는 여기저기 옮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어쩌겠는가. 마땅히 옮겨서 주민들이 불편해하지 않게 하고, 면정은 또 계속되어야 하니까 옮길 밖에.
그런데 면사무소든 동사무소든 옮기려는 구실이 석연치 않으면 이거 문제 아닌가. 더군다나 관공서를 옮기는 문제라면 누가봐도 ‘아, 그렇다면 옮겨야지’ 하는 반응이 나와야 옮겨도 별 탈이 없겠다.
고성군 하이면 사무소를 옮기려나 본데, 이게 좀 구실이 별로 탐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구실도 구실이지만 마치 옮기기에 급급해 실리를 따지지 않는 엉터리 이전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하이면 사무소 이전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이랄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왜 옮기려 하는가.
덕호삼거리 교차로에서 확장해 나오던 도로를 하이교에서 신덕사거리 면소재지까지 320m 구간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 도로를 확장하면서 신덕사거리를 회전교차로로 만들게 되는데 이때 면사무소 귀퉁이와 화장실 일부를 헐어야하기 때문에 이참에 옮기자는 것이다.
둘째, 이 도로는 언제 완공되는가.
고성군 도로담당 부서에서는 아직 보상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언제 실행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것인데, 경남도에서도 문제의 320m 구간에 대한 공사계획이 없다는 소문에다, 일설에는 아예 없던 일처럼 됐다는 것이다. 이 도로공사 문제 또한 도의회를 거쳐야 하는데 지방도를 놓으면서 하이교~신덕사거리 구간처럼 기존 시내도로 양 옆을 헐고 확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하이교 쯤에서 우회도로를 개설하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의회에서도 승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어디로 옮겨가려 하는가.
고성군에서는 GGP(고성화력)에서 고성군에다 기부채납하기로 한 땅이 있는데 그 땅에다 건물 값만 들여 지으면 된다는데, 그 옮겨갈 곳이 지금 20대 주차할 수 있는 현재 면사무소보다 넓은 것도 아니고 겨우 자동차 4대 더 주차해 24대 주차할 수 있는 정도이고, 면 중심지에서 벗어나 끄트머리에 있는 땅이어서 면사무소 다니기가 매우 번거롭게 생겼다.
넷째, GGP 터가 아닌 곳으로는 옮길 수 없나.
현재 있는 면사무소 옆 산을 조금만 깎아도 무방할 정도여서 굳이 중심지를 벗어나지 않아도 되는 방안도 있다. 또, GGP 터 건너편 빈터도 있기는 한데 이럴 때 한 몫 보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어서 지금 논밭 평당 100만 원씩을 달라고 하나보다. 아무튼 거기에도 새로 지을 수 있다.
자 이제부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GGP가 기부채납 한 땅에 새로 면사무소를 지으려고 고성군에서는 2년 동안 준비를 해왔다. 가정집 짓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면사무소를 짓는 일인데, 100년은 내다보고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기부채납 하기로 한 땅을 두고 마치 우리 땅인 것처럼 가꾸기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형편없는 땅 아니었겠나. 여기저기 도랑도 있고..... 그야말로 버려둔 땅 같은 곳을 담당 공무원은 깔끔하게 정리해 오늘과 같은 땅을 만들어놨다.
애시당초 GGP가 들어온다고 할 때 고성군 행정이 돕고 하이면민들이 돕지 않았다면 고성화력이 지금처럼 편안하게 사업을 할 수 있었겠나. 또 GGP본연의 일, 발전하는 데에만 충실하리라 생각했지 땅 사뒀다가 팔고 이럴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나. 그런데 GGP가 고성군에다 기부채납한 땅에다 면사무소를 지으려고 하니 아 글쎄 GGP에서 ‘기부채납한 적 없으니 돈주고 땅 사서 지으라’고 했다지 뭔가.
이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기가 막힌 일은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고성군청 재무과장도 바뀌고 담당자도 바뀌고 하는 과정 속에서도 2년 동안 고성군에서는 GGP로부터 기부채납이 이뤄진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경남도를 상대로 공유재산 심의와 관리계획변경과 같은 행정절차를 2년 동안 밟아왔다는 것 아닌가. 이제 이 모든 절차가 끝나고 고성군의회가 방망이만 쳐주면 하이면사무소를 새로 지을 수 있다는데, 5억인가 6억인가 땅값을 내놓으라니 기가 차지 않겠나. GGP는 ‘기부채납한 적 없다. 있다면 고성군이 협정서나 협약서를 내놓아 봐라’고 말하는데, 고성군에서는 아무리 뒤져봐도 없거든? 이제 그때 있던 담당자는 없다. 군수도 바뀌고 GGP에서도 담당자가 바뀌었다. 이것도 모르고 2년 동안 행정절차를 밟아왔다니 기가 차다 못해 화도 치민다.
또, 면민들은 면민들대로 면사무소를 옮겨야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되겠는가 하고 의견을 물었더니 ‘지금 있는 장소에서 옆을 확장해서 그대로 있자’와 ‘GGP가 기부채납한 땅 있으니 그리로 가자’로 나뉘어 주민투표로 의견을 물은 결과 ‘GGP땅으로 가자’가 많이 나와 문제가 된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는데, 이제 사정을 알고 보니 기부채납이 아니거든? 그래서 ‘아, 그렇다면 굳이 돈 들여 옮겨갈 필요 있나, 이 자리에 확장 재건축해 그대로 있자’고 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고성군에서는 옮겨가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일단 찬성했으므로 6억 원 들여 땅 사고 68억 원 들여 새로 짓겠다고 당초예산 50억 원이었던 것을 추경예산에 68억 원으로 편성해달라고 하고 있다는 거다. 여기까지가 지금 하이면사무소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드러난 사실이다.
지금 GGP 터에 앉아 있는 사우나인지 목욕탕인지도 고성군에서는 군 재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알고보면 GGP 터에다 목욕탕을 지어놓고 있는 꼴 아닌가. 언제라도 ‘임대료 내라, 땅값 내고 써라, 다른데 세 줄란다 나가라’ 하면 말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 냉철해져야 한다. 기부 채납받은 땅이라 쳐도 68억 원이라는 돈을 들여 면사무소를 옮겨야 할 절박함이 있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도로가 뚫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야말로 부지하세월이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세분화하면서 면사무소 기능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 면사무소 잘 지어놓았다고 면 인구 불어나는 것도 아니다. 있는 건물 재건축해서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잘 써야할 때다.
“병문아~ 내일 사천장에 갔다와야 델끼다이~”
마음 착한 병문이는 주인 마음을 먼저 헤아려 새벽같이 일어나 땀범벅이 돼 헐떡이며 돌아왔다.
“니 어데 갔다왔노?”
“사천 장에 갔다 왔심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사천장에 갔다왔다. 왜? 주인이 전날 병문이를 불러 사천장에 갔다와야 된다고 했으니 병문이는 어쨌든 사천장에 갔다 온거다. 참으로 착하고 순박하다.
“GGP가 기부채납 한단다.”
“아, 그러면 그게 우리 군땅이 될거니 터를 반듯반듯하게 만들자.”
기부채납 한다는 말만 어디서 듣고 마치 집단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언제 누구랑 기부채납식을 열고 서명하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순박하고 착한 병문이가 돼 기부채납한다니 지가 알아서 열심히 땅도 고르고 도랑도 없애고 웅덩이도 정리하고 반듯한 땅이 되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이렇게도 착실하고 순박한 고성군 행정이었다.
# 글 속 병문이 이야기는 우리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실제 병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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