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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6-18 | 수정 2008-06-18 오전 9:43:33 | 관련기사 건
최근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향후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투기 수요나 달러 환율 등 변수가 많지만 국제 유가가 안정되려면 신흥 개도국들의 성장으로 늘고 있는 석유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공급 증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그 동안의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원유생산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고 향후 원유 공급 여건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공급이 원활치 못한 세계 석유시장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석유시장은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확대되는 정상적인 패턴을 보였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 중단으로 발생한 1·2차 오일 쇼크 때에는 유가 급등이 세계경제의 침체를 초래하고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을 촉진시켜 결국 유가가 안정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개도국들의 외환위기와 미국의 IT버블 붕괴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구소련을 제외한 다수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감축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상승해도 공급이 원활히 늘어나지 않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BP에 따르면 중국 등 신흥공업국들의 석유 수요 증가율은 지난 5년간 연평균 3.8%, 구소련과 중동 등 산유국들은 각각 연평균 2%, 4.1%를 기록하였다. 이들 수치는 같은 기간 세계 석유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인 1.7%를 상회하고 있다.
세계 석유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가 신흥 개도국과 산유국에 의해 견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세계 원유 생산은 2005년에 연평균 1일 생산량 7,381만 배럴을 피크로 2년 연속 0.36%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참조).
원유 생산 감소는 OPEC의 감산이 주 원인
세계 원유생산의 감소세는 OPEC의 감산정책과 북해 및 멕시코만에서의 원유 생산 감소에 서 주로 기인하고 있다.
세계 원유 생산의 43.9%를 차지하고 있는 OPEC 산유국들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원유 생산을 연평균 1.15%씩 줄여왔으며, 올해에는 산유량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석유 수요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범위에서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림으로써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OPEC 원유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들어 나타나고 있는 유가의 추가상승이 공급 부진보다는 미국 달러화 약세와 투기수요의 급증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OPEC의 원유 생산 동결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생산 개시를 계획하고 있는 1일 원유생산량 120만 배럴 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이스 유전의 유전층이 예상보다 깊은 곳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는 등 지속적인 증산 투자의 가시적인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OPEC의 감산 정책과는 반대로 비(非)OPEC 산유국들은 고유가에 따라 원유 생산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근년 들어 북해와 멕시코에서 생산 감소로 생산 증가세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둔화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나타난 북해 유전의 생산 감소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2005년부터는 멕시코만 유전에서도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비OPEC의 원유생산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베트남, 덴마크 등의 산유국들에서도 최근 들어 원유생산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의 증가세 둔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한계에 이른 OPEC은 당분간 증산 어려워
그러면 OPEC이 원유 생산 동결 조치를 해제하면 세계 원유 생산이 다시 4~5년 전처럼 연 3~4%씩 늘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OPEC 회원국들 역시 원유 생산 능력의 한계에 다다라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일부 회원국들은 높은 생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을 확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I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4월 OPEC의 여유 생산능력(원유 생산능력 - 원유 생산량)은 하루 19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외에 다른 나라들은 여유 생산능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현재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은 세계 원유 수요의 2.2%로 20년 사이에 약 1/5로 줄어들었다.
세계 원유 수요 수준의 10%를 넘었던 1980년대와 6% 수준이었던 1990년대와 비교해 봐도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2003년에 있었던 이라크 전쟁으로 급감한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이라크 정세의 지속적인 불안정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OPEC 회원국 중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11%와 3%를 차지하는 이란과 나이지리아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말미암아 유전 개발과 증산 시설투자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이란의 경우 핵 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언급하는 등 지정학적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지리아 역시 250개가 넘는 부족들 간의 종교적·정치적 분쟁이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생산 잠재력이 있는 일부 OPEC 회원국들에서는 원유 매장량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인 요인이 장애물로 작용해 원유 생산 확대가 단시일 내에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개발 환경의 악화도 생산 확대의 걸림돌
통상적으로 수요 증대와 유가 상승이라는 가격 신호는 석유 개발 투자를 늘려, 신규 유전의 발견과 생산능력 확장이라는 시장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국제 석유시장 상황은 신자원민족주의 확산, 유전 탐사와 개발 비용 급등, 장비와 인력 부족 등으로 기대만큼의 공급 증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 효율적 투자 왜곡하는 신자원민족주의
최근 베네수엘라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대두된 신자원민족주의는 유전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기술과 자본의 유입을 제한하면서 세계 원유 생산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를 고수하는 산유국들은 신속한 생산 확대보다는 개발 시기를 조절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신자원민족주의는 국영 석유기업을 내세워 외국계 석유기업과 맺었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변경하는 등 산유국이 고유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신자원민족주의 산유국들의 경우 신규 유전 발견 노력 미흡, 생산시설의 노후화, 사업계약 변경으로 인한 유전 개발 지연 등으로 인해 원유 생산 증대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신자원민족주의의 등장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고조로 인해 석유기업들은 극지, 오지, 심해로 유전 탐사의 범위를 넓히면서 비용 급등과 리스크 확대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극지나 심해 지역은 육지나 연근해에 비해 탐사 성공률이 낮고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정부 주도의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더라도 무리한 계약 이행 요구, 로열티 인상, 개발 사업권 박탈, 원유 생산과 무관한 인프라 구축 요구 등 예측하기 힘든 추가비용 부담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추가비용 발생은 투자비용 상승을 초래하면서 외국계 석유기업들에게 석유개발 상류 부문 투자비 중 유전 탐사 투자 비중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석유기업들은 투자비가 많이 드는 대규모 유전개발 사업,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회수 증진 사업, 신규 인프라 건설이 필요한 심해나 극지 유전개발 사업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자금과 기술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투자처로 이동하면서 생산 증대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설상가상으로 인력 및 장비 부족까지 겹쳐
원유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탐사부터 생산까지의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인력과 장비의 부족으로 유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원유 생산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유전 개발 사업에서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유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던 1990년대에는 석유 개발이 활발하지 않아 인력과 장비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고유가로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공급은 쉽게 늘지 않아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Petroleum Economist(2006)가 발표한 석유개발 기술 인력의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40세 이상 전문인력의 비중이 약 70%로 그 동안 고급인력 양성이 순조롭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유전 탐사 및 개발 전문가의 부족률은 10~15% 정도로 추정된다.
석유기술자연합(SPE)은 향후 10년 안에 원유 전문가의 절반 이상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자가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 정도로 숙련되기 위해 통상 8년 정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인력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원은 향후 5년간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추 설비인 리그(rig) 역시 절대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 있다. 1980년대에 4,700개에 달하던 리그의 수가 2005년에 1,500개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005년에는 리그의 임대료가 두 배 수준으로 올랐으나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못했다.
장기적으로 OPEC 산유국들의 공급 증대 기대
지금까지 국제 석유시장에서 유가 상승 속에서도 원유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생산 동결을 고수하고 있는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일부 OPEC 회원국들이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석유 개발 환경까지 악화됨에 따라 석유 공급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세계 석유 공급은 OPEC 회원국의 공급 증대 여부와 그 수준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공급은 단기적으로는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 투자에 의해 미약하게나마 보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OPEC 산유국들은 OPEC에 비해 유가 상승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원유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멕시코만, 브라질의 심해, 중앙아시아의 카스피해 등을 중심으로 한 비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능력 확장에 따라 원유 공급량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OPEC의 원유 생산 증가에 대한 기여율이 98.5%를 차지할 정도로 버팀목의 역할을 해오던 러시아가 원유생산 감소를 보이고 있다.
또한 비OPEC 산유국의 신규유전 탐사가 지난 30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요컨대 비OPEC의 단기적인 원유생산 확대는 세계 석유수요의 증가분을 충족시키기에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년 동안 발견된 두 개의 대형유전인 카자흐스탄의 카샤간 유전(1998년)과 브라질의 투피 유전(2007년 11월)이 생산 단계로 들어가려면 앞으로 최소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세계 석유수요의 증가분을 충족시킬 만큼의 충분한 원유 생산 확대는 매장량이 큰 OPEC 산유국들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동 산유국 중 세계 원유 매장량 2위인 이란, 3위인 이라크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결 여하에 따라서 국제석유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이라크 등은 매장량이 확인된 유망한 유전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06년에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이란 대형 유전(아자데간 유전)의 개발 계약을 일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미국의 대 이란 경제제재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신자원민족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산유국 중 원유 매장량이 많은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의 유전개발 사업 개방 여부도 국제 석유시장에서 원유 공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OPEC 회원국들에서의 원유 생산 확대에는 지정학적 요인, 신자원민족주의 등 어려운 난관들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에 단기에 원유 증산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충족시킬 공급 확대가 단기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공급 부진에 대한 투기수요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세계 석유 수요가 감소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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