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행] '장터' -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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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행] '장터' -고성장-

객원기자 안양수  | 입력 2008-07-17  | 수정 2008-07-17 오전 8:26:04  | 관련기사 건

아래 글은 지난 7월 6일 고성 장날에서 활동하던 ‘미술관 안양수’ 님과 ‘프리스트 박재우’ 님이 고성인터넷뉴스에 소개되면서 맺게 된 인연으로, 본 고성인터넷뉴스에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란을 마련함에 흔쾌하게 허락하신 안양수 님의 배려로 그 작품과 글을 싣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 번 ‘미술관 안양수’ 님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래는 안양수 님의 사진 작품과 내레이션임을 밝힙니다.

 

 

사진 기행  `장터`  - 고성장 - <객원기자 안양수>


근대사회에서 각 지방의 5일장과 재래시장은 실질적인 물자교류만이 아니라, 인근 지역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로 인해 여론이 형성되는 중요한 장이었다.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정보는 방송매체와 전화나 전자우편, 인터넷 등과 같은 통신수단이 발달하게 되고, 정보공유의 장으로서 재래시장의 역할은 현대문명의 이기에 넘겨주고 말았다.


또한, 대형 할인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으로 물자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요즘은 핸드폰을 사용하고 온라인 매체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 층들의 재래시장 왕래는 찾아보기 힘들며, 복잡다단하면서도 급속하게 발달하는 문명으로부터 소외된 노년층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 대량유통사회는 거대한 생산자 조직이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광고들이 넘쳐나고 있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상품만큼이나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보거나 듣든지 반드시 만나게 되는 광고의 문제점은 소비 주체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방향성’과 재화의 가치를 부각시키기에 급급해 ‘인간가치에 소홀’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매매 행위는 있으나 안타깝게도 사람 사이의 교류와 소통의 기회는 점점 더 희박해져 간다.


상인과 손님이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는 재래시장에서의 매매 행위 자체가 소통이다. 의심이 나면 물어보고, 비싸다 싶으면 흥정을 하고, 말 한마디 정감이 있게 하면 덤으로 얹어준다. 주인 인상이 좋으면 더 많이 구매하기도 하고, 연민의 정과 지난 시절의 향수에 젖어 소품들을 사들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재래시장이라는 공간은 사람의 마음이 곧 행위로 표현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 묵혀둔 발효음식은 재료의 가치에 세월의 가치와 사람의 마음이 더해져 인간에게 유익한 작용을 한다. 필자는 우리 전통 재래시장에서 민족 고유의 발효음식의 가치를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으며, 이 맛깔스러운 장터 이야기를 사진을 곁들인 수필 형식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해산물 풍부한 경남 제일의 시장, 固城장


固城장은 경상남도 관내에서 최대 규모의 시장이다. 고성군 인구에 비해 군 단위 하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상설시장만 해도 3열 5행으로 배치돼 넓고 클뿐더러, 시장 외곽지구에 비상설로 운영되는 5일장 구역도 매우 광범위하다.

 

▲ 고성장 정경 - 이곳을 중심으로 상설 점포가 폭넓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固城장은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판매하는 구역도 넓으며, 여타 해안지역이나 내륙지방의 장터와도 차별화된 특색이 있는데, 바로 어물전이 그것이다.


어물전만 따로 모여 있는 상설 어시장 구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어시장 구역을 벗어나도 여기저기에서 비상설 어물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는 아직 통영, 사천, 진주, 함안 등지 인근 지역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해산물의 유통도 그만큼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타 지역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지 않아야 이 장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 비상설 점포구역 - 어디를 가나 어물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물전만 따로 모인 상설 어시장 구역에 들어서면, 일단 입구에서 출구까지 이어지는 이열종대 백열등 행진이 시선을 끈다. 백열등 행렬 좌우로 각 점포들이 가판대에 각종 해산물을 내어놓고 있다.


활어들의 힘찬 몸짓에 대야에 담긴 바닷물은 사방으로 비산되고, 흘러넘친 바닷물에 갯내음이 물씬 풍긴다. 분주히 오가는 행인들의 발길, 그와 더불어 능수능란한 점포 주인들의 손길에 생선들은 쉴 새 없이 비늘이 벗겨지고, 적당한 크기로 잘려서는 손님들의 손에 척 안긴다.

 

이열 종대의 백열등 행렬 맞추어 배열된 상설 어시장 구역

상설 점포로 운영되는 어시장 밖에는 점포들과 평행선을 그리며, 파라솔이 줄지어선 비상설 어시장이 따로 있다. 다른 도시의 시장들과는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필자도 이 구역을 보고는 놀랐다. 보통 상설 어시장이 있으면, 외부로 따로 어시장이 서지 않거나 선다 하더라도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고성장에서 이런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 상설점포 외곽의 비상설 어물전의 모습, 사진 왼편이 상설점포다.

파파라치 에피소드


동료 사진가인 박재우 님과 필자는 경남 일원의 5일장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1일과 6일에 찾아갈 적당한 장터를 물색하던 중 고성장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지난 5월 11일에 처음으로 고성장을 찾았다.


새벽에 도착해 여기는 어떤 곳일까 하는 기대에 부풀어 촬영 장비를 챙겼다. 경남 일원의 장터를 두루 경험한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첫날은 그저 사전 답사로 본 촬영에 앞서서 그 곳의 특색을 먼저 파악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러니, 첫날은 그림으로 치면 밑그림을 그리는 격이다. 우리는 일단 이 곳을 눈에 익히기 위해 여기저기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장터는 한산하다.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상인들은 파라솔과 천막으로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한 그들만의 ‘하늘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장터의 모습이 눈에 점점 익어오면서 우리는 이곳의 첫인상을 스케치하기 시작할 즈음에 연세 지긋하신 상인 한 분이 우리 앞을 딱 가로막고는 따지기 시작하신다. “뭐 하는 사람인데 여기서 사진을 찍을라카노?”


처음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난감했던가? 이럴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촬영의 취지를 찬찬히 설명한다는 것을 우리 둘은 경험으로 안다. 한참 동안 설명 반 실랑이 반을 옥신각신 주고받는 사이, 그 분이 왜 다짜고짜 따지게 된 것인지 그 사연을 듣고 그분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얼마 전 파파라치들이 시장을 쓸고 지나가서 상인 몇 분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에게나 따라붙는 파파라치. 그 파파라치들이 이 시골 장터에 무슨 일일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상인들 몰래 멀리서 상거래 상의 허점을 촬영한 후에 신고하는 파파라치들의 출몰을 시골 장터 여러 곳에서 어렵지 않게 전해들을 수 있다.


주로 원산지표시제를 문제 삼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장 상인들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파파라치에게 걸릴 것이 없을 것이다라고 결론 내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대부분의 상점은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따르고 있지만, 고령화된 재래시장에서 팔순 할머니가 상품을 진열할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원산지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산을 비롯한 값싼 수입 산의 무분별한 유통에 의해 우리 농어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원산지 표시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는 상식이나, 고령의 영세상인들 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분들의 입장이 돼 보지도 않고, 먼발치에서 망원렌즈로 도둑 촬영하거나, 광각렌즈로 몰래 프레임의 한 모서리에 끼워 넣는 행태는 결코 올바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재래시장의 주인은 재래시장만큼이나 연세가 드신 할머니들이다.

따지시던 어르신에게 “어르신, 우리 둘은 다음에도 계속 이곳으로 사진 찍으러 올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에 다시 온다는 것은 우리들의 촬영이 그분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있고, 우리들의 사진 작업을 수박 겉핥기로 끝내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도 들어있다.


다른 지역의 5일장을 가보면, 제발 고성장만 같다면 하는 부러움 섞인 시샘을 들을 수 있다. 부디 이러한 부러움을 오래오래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고성장의 첫 번째 이야기를 끝내고자 한다.


다음 회에서는 고성장 상인들의 인터뷰를 위주로 구성해, 그분들의 삶에 좀 더 깊이 천착하고자 한다. <사진 : 안양수 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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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 안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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