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촛불을 처벌하는 법치주의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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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촛불을 처벌하는 법치주의의 허상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07-23  | 수정 2008-07-23 오후 12:59:21  | 관련기사 건

두 달이 넘는 기간 전국을 뒤흔든 쇠고기 협상문제, 촛불집회의 행렬을 촉발한 인터넷 포털싸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최근 언론사 기자들의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기자들은 청와대와 기자단 사이의 `밀월관계`가 매우 심각하다면서 온라인 `이슈청원`을 신청하기도 했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지 못한 언론인들을 질타 해달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지속적인 시위를 해 달라. 청와대와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지만 양심 있는 소수의 출입기자들과 더불어 기자실에서 쫓겨나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관적 시각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보도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기자들이 개인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인터넷 토론의 장 한가운데에 표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을 분노하게 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표출하도록 만든 것일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쇠고기 협상결과를 무식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의 답답한 태도가 하나의 원인이라면, 다른 하나는 이에 맞서는 시민들의 창조적이고 발랄한 발언과 행동일 것이다.


정부의 쇠고기 정책을 반대하는 수만, 수십만의 행동은 말 그대로 축제이다. 시민들이 표출하는 항의표시는 상상을 초월하도록 즐겁고 유쾌하다. 이 창조적 축제의 장에서는 누구라도 함께하고 싶어지고, 누구라도 노래하며 춤추고 싶어진다. 그 강한 흡입력이 기자들까지 개인의 생각을 표현하게 만든 것이다.   


촛불집회는 시민불복종 운동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의 이익을 대변했다. 그 가운데 국민주권 원리는 짓밟혔고, 건강권은 내동댕이쳐졌다. 시민들은 광장의 축제를 통해 몸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집시법 등 현행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더 중요한 국민주권 원리와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대의를 좇는 모습 때문에 더욱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목적과 명분은 누가 보더라도 정당하고 분명하다.


그러나 현행법 위반 사실 또한 명백하다. 경찰은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정당한 목적의 행동이지만 현행법에 따라 처벌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법과 法이론은 기본적으로 상식에 기초하기에 이러한 현실적인 충돌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과 이론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시민불복종 운동이라는 헌법이론이다. 시민불복종은 저항권과 함께 헌법이론상 인정되는 정당한 권리행사이다.


저항권이 정부에 의한 헌법의 기본질서 위협, 헌법파괴 행위에 대해 저항할 권리이고 따라서 그 방법이 폭력적이고 극단적이더라도 헌법수호를 위한 것으로서 정당화되는 것과 달리, 시민불복종은 정부의 개별적인 정책에 대한 반대이고 폭력적인 방법은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자는 서로 구별된다.


현재의 촛불집회를 통한 국민행동은 이명박 정부의 구체적 정책에 대한 비판이므로 시민불복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민불복종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헌법이론상으로는 다수의 해석이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표현행위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란 점을 부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벌할 수 없다고 하면 법의 공평한 적용이란 또 다른 이념을 훼손하기도 한다. 따라서 헌법학자들은 이런 시민불복종에 대해서 가능한 한 법을 신중히 적용하고, 처벌에도 신중해야 하며, 처벌하더라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해석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나선 시민들을 처벌할 생각인가


그러나 불행히도 現정부는 시민불복종의 헌법해석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듯하다. 불복종 행위를 하는 시민들의 명분, 정부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란 점은 외면하고, 그 방법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일면만을 보아 이에 따라 강경진압만을 일삼고 있다. 법무부 등 정부의 법률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묻고 싶다.


시민행동은 흡사 어린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면서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에 비길 수 있다. 지금 정부가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을 범죄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를 구한 시민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는 정부라면, 이런 경우 그 시민의 용기와 행동에 찬사를 보내고 그 목적의 정당성을 고려하여 법률 위반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배려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민불복종에 대한 헌법합치적 정부의 처신이다.


정부가 현행법 위반은 무조건 처벌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엄정한 법집행이라고 강변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항의할 것이며 이때의 항의는 처음보다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시민불복종이 헌법이론상 인정되는 것처럼 불복종을 억압하는 정부에 대한 항의와 저항 또한 정당행위라고 할 것이다. 시민불복종을 외면하고 현행법에 대한 법집행만 고집하는 것이 법치주의라면, 시민들은 법치주의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고 저항할 것이다. 그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편협한 법만능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민불복종까지도 부정하고 무조건 진압하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그리하여 극단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절대군주처럼 일방적 통치로 나아가 결국 헌법의 기본원칙,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결국은 또 다른 헌법상 권리인 저항권 행사가 정당해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때는 현재와 같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항의, 비판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저항권 행사가 필요한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지 않도록 할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다.


시민 처벌의 최대 피해자는 정부


현재의 시민불복종을 어느 정도의 강압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정당한 시민불복종이 정부에 의해 수용되지 않을 때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내버리게 될 것이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때든 반드시 행동으로 저항의 뜻을 다시 표출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쪽은 정부이다. 왜 그걸 모르는지 답답할 뿐이다. <창비주간논평>


 

저자 소개 

송호창 / 법무법인 정평 소속 변호사, 민변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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