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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8-10-16 | 수정 2008-10-16 오전 7:34:33 | 관련기사 건
<LG경제연구원 김범열 조범상 연구원>
-한국기업 쇠퇴의 원인-
한국 기업들의 매출액 자료를 처음 활용할 수 있는 1965년을 기준으로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 중 80%가 넘는 기업들이 10년 후인 1975년 100대 기업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약 10%의 기업만이 2007년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기업들이 꾸준히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이 쇠퇴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산업 성쇠의 영향이다. 아무리 잘 나가던 기업이라도 해당 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면 위기 국면을 맞게 된다.
둘째, 변화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다. 기업의 경쟁 우위 요소가 바뀌었는데도 환경 변화나 경쟁자들의 움직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셋째, 시장 트렌드를 무시한 공급자 중심의 경영이다. 고객의 기호나 기술의 변화보다는 기업 중심의 마인드를 갖고 경영을 하는 경우이다.
넷째, 무리한 기업 통합 및 확장이다.
다섯째, 리더십의 적절한 승계가 이루어지지 못한 케이스다.
여섯째, 리스크 관리 실패.
마지막으로 윤리경영의 부재 또는 도덕적 해이이다.
I. 점점 줄어드는 기업 수명
기업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1917년 창간된 포브스(Forbes)지는 1987년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지난 70년 간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917년 당시 100대 기업 중 이미 61개 기업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39개의 생존 기업들 중 오직 18개 기업만이 100대 기업의 자리를 지켰다.
더욱이 70년 동안 시가총액의 평균 성장률이 시장 평균을 상회한 기업은 GE와 코닥(Kodak) 두 기업뿐이었다. 하지만 코닥은 그 후 디지털 시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현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S&P 500대 기업을 조사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CEO였던 포스터(Foster)는 그의 저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서 1957년 S&P 500 기업 중 74개 기업만이 1997년 리스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74개 기업 중 단지 12개 기업만이 1957∼1997년 기간에 S&P 500 지수보다 우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1950년대 말 S&P 500 기업에 속한 기업들이 S&P 500 리스트에 머무는 평균 기간이 55년, 1970년대 말에는 30년으로 단축된 것으로 분석하였으며, 2020년에는 약 10년으로 짧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즈니스계에서도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상황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니케이 비즈니스’가 1896년에서 1982년까지 10년 주기로 총자산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추이를 조사해 보았다. 그런데 실제 상위 100대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총 413개사에 달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413개 기업이 평균 2.5회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10년 주기로 조사한 만큼 최고로 번창해서 우량기업 그룹에 들어갈 수 있는 기간이 30년이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의 80% 가까운 기업이 30년 이내에 리스트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약 28만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6년 5월 말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평균 수명은 10.4세로 6년 전인 2000년보다 2.3세 단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평균 수명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짧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종업원 수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10.2세인 반면, 1,0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수명은 28세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의 매출액 자료를 처음 활용할 수 있는 1965년을 기준으로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 중 80%가 넘는 기업들이 10년 후인 1975년 100대 기업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약 10%의 기업만이 2007년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1975년 100대 기업에 속한 기업 중 16개 기업만이 2007년 목록에 그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들도 30년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모든 기업은 부침을 거듭한다. 이러한 부침은 제품 라이프 사이클의 단축, 치열한 글로벌 경쟁 등으로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는 아무리 성공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시장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쇠퇴한 원인들을 살펴보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시사점을 얻어 보고자 한다.
II. 기업 쇠퇴의 주요 원인
1. 산업의 쇠퇴
산업도 제품과 마찬가지로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그린다. 예를 들어, 산업이 성장기에 들어서게 되면, 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일종의 진입장벽을 가지게 된다.
즉,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기존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 시장 점유율 등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면서 적정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게 되면 수요가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매출 증가율이 전체 경제의 평균 성장률에 비해 낮게 나타나게 된다.
또한 소비자의 니즈 변화, 기술 혁신 등으로 매출액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속한 산업이 쇠퇴기에 들어서게 되면 아무리 잘 나가던 기업이라도 결국 위기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도 산업의 성쇠를 비켜갈 수 없었다. 1960년대 명성을 떨쳤던 면방직 회사들을 보자. 당시 정부는 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1962~66년)에 기간산업의 육성과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를 통한 공업화 기반 조성에 역점을 두면서 전력, 비료, 합성섬유, 시멘트 등의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사양 산업으로 밀려 났던 면방직 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육성정책에 힘입어 당시 주도적인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65년 매출액 10대 기업에 4개 기업이 포함될 정도로 면방직 산업은 호황을 누린 것이다. 그러나 ‘영원한 성장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당시 재계를 주름잡던 면방직 회사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퇴보하기 시작했다.
대본이 바뀌면 주인공도 교체되어야 하듯 산업 발전에 따라 산업 내용이 바뀌면서 주역이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이것이 국내 산업의 건전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산업의 쇠퇴를 그저 바라보면서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결국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한 기업이 바로 노키아(Nokia)이다.
노키아는 1865년 핀란드 노키아지방에서 조그마한 제재소로 출발하여 목재 및 제지 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 케이블, 타이어, 고무 사업분야에 진출한다. 노키아의 사업구조 혁신은 1975년 카이라모(Kari Kairamo)가 CEO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고, 1992년 CEO로 취임한 욜릴라(Jorma Ollila)에 의해 결실을 맺게 된다.
욜릴라는 휴대전화 사업 분야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회사의 모태인 제지를 비롯해 다른 사업을 모두 정리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였다. 당시 케이블 사업은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미래 주력 사업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감히 포기하였다. 이러한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노키아는 휴대전화 분야의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섬유 산업으로 사업을 시작한 제일모직(1965년 15위ㆍ2007년 80위)을 보자. 제일모직은 1980년대 패션 사업, 1990년대 케미칼 사업, 2000년대 전자재료 사업에 진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신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 2007년 매출 구성이 케미칼 50%, 패션 36%, 전자재료 14%일 정도로 다양화되었다.
옛 금언에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말이 있다. 국가가 지금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더라도 전쟁의 위협을 잊는다면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는 의미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현재의 성과에 도취되어 닥쳐올지도 모를 미래의 위기를 걱정하지 않거나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장래를 기약할 수 없다. 기업들은 산업의 성장 사이클, 외부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역사 속으로 사라진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변화에 대한 안일한 대응
아무리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는 운동선수라도 경기의 규칙이 바뀌거나 경쟁 상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지 않으면 패자의 멍에를 지게 된다.
기업도 핵심 경쟁 요소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체험에 도취한 채 예전의 강점만 밀고 가다가는 언제 정상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기업은 항상 두 개의 안테나를 준비해서 하나는 내부의 변화에, 다른 하나는 외부 환경 변화와 경쟁자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K마트(Kmart)와 월마트(Wal-Mart)의 사례를 한 번 보자. 1980년대 중반까지 할인점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던 K마트.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K마트의 위상도 1991년 월마트에게 1위 자리를 뺏긴 데 이어 결국 2002년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K마트의 주된 실패 원인 중 하나는 마진율이 낮더라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상품을 강조한 나머지,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저렴한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한 월마트의 추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점이다.
과거의 성공 요인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던 기업들도 한 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다.
우리 기업의 사례로는 국내 맥주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거듭하고 있는 영원한 맞수 기업, OB맥주(옛 동양맥주)와 하이트맥주(옛 조선맥주)를 꼽을 수 있다.
1933년 국내 첫 맥주 회사를 설립한 조선맥주는 1957년 신생 기업인 동양맥주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 후 40여 년 동안 만년 2위에 머물렀던 조선맥주는 ‘정상 탈환을 위해서는 빅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판단 아래 1993년 ‘하이트’를 시판하게 되고 결국 1996년 ‘OB맥주’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하게 된다.
하이트의 성공 요인은 ‘100% 천연 암반수’라는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와 맥주의 신선도를 가늠할 수 있게 만든 병에 부착된 온도계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반면, OB맥주는 오랫동안 업계 1위에 있으면서 시장 변화에 둔감해졌고, 이 때문에 경쟁자의 움직임에 조직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관련사의 낙동강 페놀 사건에 휘말리면서 회사 성과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만다.
맥주 전쟁 못지않게 국내 조미료 시장을 두고 펼쳤던 두 브랜드, 미원의 ‘신선로표 미원’과 제일제당의 ‘다시다’ 전쟁도 경영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사례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조미료 시장은 미원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경쟁자인 제일제당은 미원을 이기기 위해 ‘미풍’이라는 상품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 머리 속에 박혀 있는 ‘조미료=미원’이라는 등식을 바꿔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제일제당은 1975년 천연조미료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다시다’를 시장에 출시하고, 인기 탤런트 김혜자 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총공세를 펼친 끝에 1989년 조미료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게 된다.
물론 당시 화학조미료 유해론이 급격히 퍼진 것도 소비자들이 ‘다시다’를 찾게 만든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었다. 반면, 1위의 자리를 내줘야 했던 미원의 입장에서는 자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충성도를 믿고 경쟁자를 견제하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1970년대 다시다가 나왔을 때, 미원이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유사한 이미지의 제품을 출시했더라면 순위가 쉽게 뒤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상의 두 사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 기업이 내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외부 경쟁자의 변화에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3. 고객과 시장 트렌드를 무시한 공급자 중심의 경영
과거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객만족경영’을 내세우며 치열한 전쟁을 치루고 있다. 즉,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을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에 기초하여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고객 중심의 경영 사례로는 델(Dell) 컴퓨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동사는 1984년 마이클 델 회장이 자본금 1,000달러로 창업했으며, ‘소비자 맞춤형 PC’를 제작, 판매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의 PC업체들이 소품종 대량생산의 공급자 중심 방식을 채택한 반면, 델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소비자 중심 생산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 같은 사업 아이디어는 학창시절 PC를 갖고 싶었지만 돈이 모자라 부품을 따로 구입하여 조립해 써야 했던 델 회장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각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던 델의 사업모델은 이후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고객만족경영에 실패해 낭패를 경험한 기업들도 있다. 코카콜라의 ‘New Coke’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들어 코카콜라는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펩시의 대대적인 판촉 활동 때문에 시장 점유율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한다.
이를 타개하고자 코카콜라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기존 제품의 시장 철수와 함께 ‘New Coke’라는 신제품 출시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 후 소비자들은 “신성한 미국의 상징이 훼손되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가 100년 넘도록 미국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가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결국 회사는 1985년 7월 기존의 코카콜라를 ‘Coca-Cola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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