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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09-01-08 | 수정 2009-01-08 | 관련기사 건
나라 경제가 어렵기 때문인지 예년과는 달리 연말연시가 되어도 북적거리던 거리마저 한산한 느낌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바도 적지 않다.
그런 만큼 그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우선 먼저 각자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위기 타개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국회에서는 응급처방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임시처방은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치유가 어려운 고질병처럼 가뜩이나 힘겨운 우리를 괴롭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서둘러 시행하려는 소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바로 그러한 위험성을 지닌 사업이다.
정부에서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운하와 관련이 없으며, 토사가 쌓여 홍수가 잦고 수질이 나빠진 강을 살리면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무려 1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불황의 늪에 빠진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新뉴딜 정책이라고 한다.
미래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말을 듣는다면 상당수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얼마나 복음처럼 여길 것인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어처구니없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만일 現정부의 주장대로 지난 수십 년 동안 홍수방지, 수질보전, 수자원 확보 등의 명목을 내세워 금액을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엄청난 재원을 투자하여 하천을 정비하고 관리한 결과가 고작 하천을 죽게 만든 것이라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전에 지금까지 그런 하천정비와 관리를 획책하고 도모한 정부기관들과 관련자들을 철저히 색출하여 엄중 문책하고, 두 번 다시는 동일한 방식으로 하천을 정비하거나 관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런 반성과 문책에 대해서는 한번 도 듣지 못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생태하천이니 친환경하천이니 운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한술 더 떠 주요 핵심 사업들이 거의 종전 방식 그대로 홍수방지를 위해 대규모로 하상을 준설하고, 하안에 제방을 높이 쌓는 한편, 하천을 가로질러 댐들을 건설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런 방식의 구조적인 하천정비만으로는 홍수피해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오래전에 알려진 상식이다.
선진국에서 행해진 연구들에 의하면, 이러한 구조적인 하천정비가 심각한 환경파괴와 훼손을 초래함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홍수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 즉 하천을 정비한다고 손을 댄 결과가 바로 원인이 되어 하천관리에 해마다 막대한 돈이 투입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돈 들여 고질병을 얻는 것과 다름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하천정비의 사례는 굳이 다른 나라에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 주변의 하천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천정비는 대운하 사업과 다르다?
아마 現정부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간 매년 큰돈을 들여 하천마다 하상에서 모래와 자갈을 퍼내고 제방을 높이 쌓아왔지만 홍수피해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왔으며 그래서 하천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상준설, 제방축조, 댐건설 등에 또다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려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이런 하천 정비사업을 통해 물길을 깊게 만든 다음, 기왕에 하천이 이렇게 되었으니 차라리 손을 대 운하를 만든다고 주장할 것이라 의심하는 것 같다.
우리의 자연조건하에서 운하를 만든다면 국력낭비와 그 후유증으로 나라를 병들게 할 수 있다고 이미 양식 있는 전문가들이 수없이 지적한 바 있다. 現정부에서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어, 여기서 또다시 대운하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운하를 반대해왔던 주된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대규모 하상준설, 제방축조, 댐건설 등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아무리 경기회복이 다급하다 하더라도, 대운하 건설비용과 거의 맞먹는 14조원이라는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여 대운하와 거의 동일한 성격의 하천 정비사업을 벌인다면, 어찌 그것을 염려하지 않겠는가?
하천은 유역분지의 자연조건에 오랜 기간에 걸쳐 적응하여 생겨난 산물이다. 따라서 그 특성은 하도(河道)의 지형 및 수문 조건뿐만 아니라, 유역분지의 기후, 지형, 지질, 토지이용 등과도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그만큼 하천 변화에 관련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하상준설, 제방축조, 댐건설 등으로 하천에 인위적인 변화를 줄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그러한 토목사업 과정에서 환경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훼손과 파괴가 초래될 뿐만 아니라, 일단 인위적으로 변화되면 그것을 다시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왜 강이 죽어가는지부터 조사해야
이런 사실은 우리도 경험한 바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홍수피해, 지역개발 등을 내세워 하천마다 제방을 쌓는 등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는 바람에 그 부작용이 심각해, 그중 일부를 대상으로 친환경적인 하천 복원사업을 벌인 바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마치 인공정원의 물길처럼 인위적인 하천환경 조성에 그쳤을 뿐 자연하천으로 복원할 수는 없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現정부에서 추진하려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자칫 죽어가는 자연하천을 철저하게 죽이는 사업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여 그나마 근근이 자연생태계를 유지해오던 일부의 자연하천들마저 우리 땅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계획이 될 수 있다.
따라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경기불황을 핑계로 허겁지겁 벌일 성격의 사업이 절대로 아니다. 現정부의 주장대로 과거 수십 년간 하천정비나 관리에 그토록 많은 투자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강이 죽어 가는지를 장기간에 걸쳐 정밀하게 조사·진단하는 하천환경평가를 먼저 시행한 후 그 결과에 따라서 사업성격이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하천에 자칫 잘못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면 그 후유증이 자손대대로 이어져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할 고질병으로 남게 될 것이다. <창비주간논평>
저자소개
김종욱 /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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