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소개에 빠지면 사람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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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빈소개에 빠지면 사람도 아닌가?

한창식 기자  | 입력 2016-09-19 오전 11:07:51  | 수정 2009-03-06 오후 7:03:01  | 관련기사 건

각종 행사 때 소개되는 소위 『내빈』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보자


지난 2007년 중반기 고성군은 각종 행사에 군민과 참석자 중심으로 의전행사를 간소화 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바 있고, 이를 따라 민간단체 등에서도 가급적이면 간소화한 행사를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여전히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무슨 내빈은 그리도 많은지, 의전행사 간소화는 시나브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의전 간소화 문제는 특히, 각종 행사에 참여한 사람을 소개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단상이 있으면 단상을 향해 무언가 연설을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그 연설을 듣는 청중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 연단 뒤에 마련된 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사회자가 소개해야 할 내빈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빈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진부하고 유치한 문제로 행사 전부터 사회자와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은 이른바 『내빈』으로 일컬어지는 소개할 사람을 조절하느라 분주하다. 이게 무슨 낭비이고 허구란 말인가.


이런 경우도 있다. 적당히 내빈소개하고 본 행사에 들어가 일찍 마무리할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이번에는 연사로 나선 사람이 뭔가 허전했는지 소개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일일이 거명한다. 누구도 왔고, 누구도 왔다고.


그러다보면 어떤 때는 사람 소개하는데 30분씩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총 참여한 사람이 60명인데 무려 50명을 소개하는 때도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뭣들 하는 짓인지 알 수 없다. 가관인 것은 어떤 이는 자신이 소개되지 않으면 행사 중에 투덜거리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버리기도 한다. 물론 ‘내가 왔으니 꼭 내빈으로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참, 씁쓰레하다.


자신을 굳이 알리고 싶으면 ‘아, 저 사람이 바로 누구누구구나’ 하고 시민들이 알아보도록 열심히 지역에서 노력하고 살면 된다. 그러면 굳이 행사장에서 행사 관계자에게 비굴하게 굴지 않아도 저절로 알려진다.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자신을 알려서 뭘 하려고?


군수, 의회의장 道의원 郡의원 교육장 경찰서장, 딱 이만큼만 소개하면 됐다 싶은데, 기어이 단상 뒤에는 언제나 열댓 개씩 의자를 차린다. 도대체 어디까지 그 뒷자리에 앉을 수 있나? 누군가 거기 앉지 못하면 사람 축에 끼이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서로 간에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는 걸 왜 모르나?


단상 앞에 앉은 사람들도 소중하다. 단상 뒤쪽으로 앉은 사람들보다 더 귀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평범하게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힘 빠지게 하지 말고 맡은바 책임을 다하면 저절로 내빈된다. 저절로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으로 알아본다. 굳이 여러 사람 앞에 소개되고 싶고, 내빈이 되고 싶으면 전문성도 기르고 열심히 지역위해 노력해보라.


앞으로 이렇게 하면 안 될까? 가령, 학원연합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군수나 의장, 경찰서장, 교육장이 참석했다면 학원연합회장도 행사의 주체자로 소개될 것이고, 이미용협회에서 어떤 행사를 주관했을 때 군수를 비롯한 Big4(?)가 다른 이유로 불참을 한 가운데 郡의원과 주민생활과장이 참석했다면 群의원과 주민생활과장이 이미용협회장과 함께 주요 내빈으로 소개가 되면 무난할 것 같은데.


즉, 행사 규모에 맞게 소개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실 고성군에서는 어떤 이가 자신을 소개시켜달라고 하는지, 어떤 이가 자기소개 빠지면 삐쳐서 투덜대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쓸데없는 일로 행사관계자와 공무원들 힘 빠지게 하지 말고 나라위해 지역위해 열심히 살면 저절로 내빈된다는 사실 잊지 말고 제발 단상 뒤쪽 자리 좀 확! 거두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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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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