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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 입력 2009-03-06 오전 9:55:07 | 수정 2010-07-16 오전 9:55:07 | 관련기사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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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성군 벌교는 지금 꼬막이 한창 - ‘여수 가서 돈 자랑 말고 순천 가서 인물자랑 말고, 벌교 가서 주먹자랑하지 말라’는 말에 등장해 널리 알려진 전남 보성군의 벌교가 얼마 전 부터는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인 ‘태백산맥’의 主무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벌교역 주변에는 외지사람을 잘 알아보고 궁금해 하면 얼른 벌교의 이모저모를 친절히 일러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벌교역 광장에 주차하고 오른쪽 길로 걸어 나가면 길 양쪽으로 해물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길 왼쪽으로는 벌교시장이 있어 틈나면 장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해물전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꼬막, 피조개, 개불, 키조개, 맛, 세발낙지, 쭈꾸미, 한치, 가오리, 해삼, 멍게 등 웬만한 해물들이 전시돼 있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일행들이 먹을 만큼 이것저것 섞어서 해물을 산 뒤, 양념을 팔고 자리를 빌려주는 초장집에 들어가 자리 잡으면 이때부터 신선한 해물을 골고루 다양한 방법으로 맛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구경을 하고 해물을 맛보고 난 뒤, 주차했던 곳으로 가 차를 내오면 2,000원의 주차비가 나온다. 특별히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로 그 유명한 다리인 소화다리 즉, 부용교를 만난다. 중도방죽을 막으면서 세워졌다고 하는 소화다리는 해방 후 부용교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중앙교로 부른다.
소화다리 건너 몇 분 정도 달리지 않아 왼쪽으로 아치교인 홍교가 보이고, 300여 m 더 가면 김범우 집에 이르는데, 골목을 들어서면 김범우가 들락거렸던 흔적을 막 느낄 수 있다.
16년 전에는 웬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지금 사랑채에는 누가 사는 흔적이 없고 댓돌 위에는 임자 없는 흰 고무신만 쓸쓸히 놓여 있었다. 뒷마당으로 돌아가니 담장이 제법 많이 무너져 있었고, 여러모로 보아 누가 와서 제대로 걸레질도 한 번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올 여름 언제고 큰 비가 내리면 왕창 크게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한때 ‘태백산맥’을 다 읽고 나면 서로들 이야기를 나누면서, 굳이 정치사상적 입장이라 할 것 까지는 없어도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주인공도 가지각색이었다. 김범우가 주인공이라는 사람이 있고, 염상진이 주인공이라는 사람, 염상구가 주인공이라는 사람, 소화가 주인공이라는 사람...참, 읽고 나면 몇 일 동안 멍해지기도 했다.
쓸쓸히 김범우 집을 나와 순천으로 나가기 전 가는 길에 조정래 선생 생가를 들르려 했는데 용이하게 찾을 수 없어 바로 나왔다. 벌교천에 자라는 갈대는 많은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간혹 갈대숲 사이로 자그마한 쪽배가 어쩌다 보이기도 하는 그림 같은 벌교천 풍경이다.
벌교를 나와 순천으로 가노라면 낙안읍성이 가깝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는 민속관광촌인 낙안읍성은 옛 시절이 그리운 사람에게는 향수를 달래주는 곳이 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역사문화 교실이 된다.
낙안읍성을 한 바퀴 돌면서 여기저기를 체험하고 적당한 주막에 들어가 파전을 굽고 술국을 끓여 동동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 하루가 정리된다. 주마간산 격으로 벌교를 보고 돌아왔지만 마음먹고 구석구석을 훑고 나서 낙안읍성 민박집에서 뜨뜻한 아랫목에 등을 지지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생활에 큰 활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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