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러 떠난 목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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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러 떠난 목포여행

한창식 기자  | 입력 2009-12-24  | 수정 2009-12-24 오후 3:18:45  | 관련기사 건

 

▲ 목포 도심의 루미나리에

 

▲ 언제나 철로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일기예보는 연일 ‘○○지역 대설주의보’를 발령하지만 좀처럼 경남 해안지방인 고성 통영 사천 마산 등지에서는 눈 보기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다.


막 방학을 마친 아이들을 위해 요즘 같은 주말, 영남을 조금 벗어난 지역으로 눈 구경을 떠나보는 것도 가족들로부터 상당한 점수를 받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서해안 목포지방을 행선지로 정해두고 좀 색다른 여행을 떠나본다. 영남지방 사람들은 눈밭 운전에는 너무나 취약하다. 적당한 지역에다 자동차를 세워두고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 광양역에서 걸어서 1 ~ 2분 거리에 광양시에서 마련한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다.

고성에서 1시간 거리인 광양역까지 승용차로 이동해 광양시에서 마련해 놓은 무료 공영주차장에 편안하게 주차해두고 걸어서 1 ~ 2분 남짓한 광양역에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둔 승차권을 발급받아 열차에 오른다.


역방향 의자를 돌려 가족이 마주한다. 집에서 늘 마주하던 것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이른바 이런 여행길에서, 그것도 기차 안에서 가족들이 서로 마주함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일테다.

 

 

▲ 광양역에서 필자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열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광양을 지나 불과 몇 십분도 지나지 않아 눈발이 펄펄날리더니 급기야 온 천지가 흰 백설기 가루를 뿌려놓은 듯하다.


그렇게 청청하던 경상도 땅에 비하면 ‘우리 대한민국 땅 덩이가 이다지도 컸던가’ 싶을 정도로 판이한 하늘색과 주변 경관에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 광양역에서 몇 십분을 달리니 별천지가 나타났다. 마치 온 세상에 백설기 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다.

 

 

▲ 여행객은 탄성을 지르고.......

 

▲ 이내 또 다른 낭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아무리 지형적 영향이라지만 영남 일부 지역들은 그저 십년세월이 지나야 5mm 정도의 눈을 볼까 말까 하니 온통 하얀 눈 세상이 왜 그립지 않을까?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이 났다. 열차 안 여기저기서 ‘와! 눈이 펄펄내린다’고 탄성이다.

 

 

 

광주를 지나 나주 무안으로 내려가자니 날리는 눈발에 기차도 사람도 그저 설레는 모습이다.


쩔쩔매야하는 눈밭 운전 없이 참으로 편안하게 목포에 닿았다. 곧바로 숙소를 정하고 저절로 발걸음 가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유달산’이다.

 

‘유달산’하면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이 떠오르고 ‘해태타이거스’가 떠오르고 ‘김대중 대통령’이 떠오르면서 격동의 세월들이 뇌리에 오버랩돼 잠간 지나간다.

 

▲ 목포 구도심, 유달산이 언제나처럼 그렇게 내려다보고 있다.

 

▲ 유럽 어디쯤의 풍경같다.

 

▲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노적봉과 목포시

 

▲ 장군은 지금도 목포시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건만 한산하기만한 시내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수 년전 유달산을 올랐다 내려오면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였던 ‘제우스’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반가웠다.


유달산을 오르노라니 노적봉이 먼저 반겼다. 왜놈들을 겁주기 위해 짚으로 둘러싸 노적가리 처럼 보이게 했다는 노적봉은 볼수록 신기하고 장군의 영명함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노적봉은 지금도 목포시를 내려다보며 시민들을 지켜주는 그 무엇처럼 느껴진다. 유달산을 오르는 동안 자꾸만 내리는 눈에 덜컥 겁이나 일등바위나 갓바위 등지로는 오르지 못하고 적당한 곳에서 흰 눈에 싸인 목포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평화광장

 

▲ 신도시가 된 평화광장 주변

 

 

▲ 평화광장 주변은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 `아바타` 영화도 한 편 보고


유달산을 내려와 다양한 루미나리에로 장식된 거리에 들어서니 뜻밖에 한가하다. 누군가에게 물었더니 ‘요즘은 평화광장 쪽으로 사람들이 이동하는 형편’이라고 귀띔해준다.


택시를 타고 평화광장으로 향했다. 이른바 신도시 같은 느낌을 단번에 받았다. 계획된 거리에 새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의 분위기로는 아직도 목포역 일대의 구 도심이 더 좋은 것 같다.

 

▲ 그 이름도 유명한 `인동주마을`

 

 

 

▲ 이렇게 한 상 받았다.

 

▲ 인동덩굴로 만든 찹찹한 인동주를 한 사발 들이켜니 온 세상이 내 것이다.

 

‘목포’ 하면 홍어 삼합을 빼 놓을 수 없다. 수 년 전 들렀던 ‘인동주마을’이 생각나 택시를 탔더니 기사께서 친절히 안내했다.


인동주마을!!! 여전한 홍어 삼합에 둘이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간장게장 백반이 식사로 나왔다. 인동주 한 병을 거뜬하게 비우고 배를 든든히 채운 뒤, 밤이면 휘황찬란해질 루미나리에 거리로 다시 향했다.

 

 

▲ 여기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 이렇게 모두 다 먹는데 1인분 1만 원이란다. 그야말로 배 터지도록 먹고 1인당 1만원

씩 내고 나오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무작정 비싸고부터 보는 경상도 지역 음식점에서는

많이 각성해야한다.

 

 

 

루미나리에는 목포시가 목포역 일대의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상당히 많은 돈을 들여 만든 볼거리로 그 규모나 형태, 맵시 등은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수준이다.


여행객으로서는 눈을 뗄 수 없는 황홀함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북적대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자꾸만 신도시인 평화광장 쪽으로 사람이 쏠리니 목포시도 상인들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 숙소에서 바라본 목포 고하도의 야경

 

▲ 고하도의 아침

 

▲ 운치 있어 보이는 선상 까페

 

▲ 숙소에서 제공하는 소박한 식사로 아침 해결

 

아침, 숙소에서 나서자 숙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경동성당을 찾았다. 지은지 57년째를 맞이한 경동성당, 담장을 헐어 마치 쌈지공원과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여기저기 눈이 쌓여있어 더 운치가 있었다.

 

57살을 맞이한 경동성당은 이제 신도들의 정성으로 다시 지어진단다. 60여년의 세월이 말해 주듯 성당 내부에는 군데군데 세월의 상처가 남아있었다.

 

 

 

마침 이날 미사시간에는 광주카톨릭신학대학교에 교수로 계시는 김용운 시몬 신부님께서 강론과 미사 집전을 하셨다. 아이들도 좋은 강론을 들었다고 좋아한다.

 

예수 성탄을 앞둔 대림 제4주일, 신부님은 2009년 20일 현재의 한국사회를 말씀하시면서 1년여 세월이 흐르도록 `용산참사`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가슴아프다고 말씀하셨다.

 

아울러 신부님은, 각박한 우리 사회에 희망과 사랑과 빛으로 오실 아기예수님 탄생을 즐겁게 맞이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하자고 말씀하셨다.

 

▲ 택시 기사님은 `MB정권이 들어서면서 돈을 주지않아 목포대교 공사를 못하고 있다`

고 말한다.

 

▲ 하긴 `4대강살리기(???)`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니 여기 내려올 돈도 없긴 없겠다.

 

한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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