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경찰서 김병기 경사 체험수기 공모전 최우수작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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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경찰서 김병기 경사 체험수기 공모전 최우수작에 선정

김석겸 편집부장  | 입력 2012-11-30 오후 07:30:48  | 수정 2012-11-30 오후 07:30:48  | 관련기사 2건

3-  "다문화 치안활동 체험수기 공모전" 경찰관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돼

 

경찰청 주관으로 개최된 ‘2012년 다문화 치안활동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함께 흘린 땀방울로 문화의 벽을 뛰어 넘다라는 제목으로 공모한 고성경찰서 정보보안과 김병기 경사의 글이 경찰관 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외국인의 인권보호 범죄 피해예방 활동업무를 전담하는 전국 경찰관과 일반인 등 91명이 응모해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국문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 심사를 거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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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사의 글은 고성지역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크리켓 경기에 처녀 출전한 경찰관들의 에피소드를 잔잔한 감동으로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일반인 부문에서는 대구에 거주하는 김정실씨가 제출한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 선정됐다.

 

한편 경찰청은 당선작들을 책자로 발간 전국 경찰관서와 다문화센터 등에 배부할 예정이다.

 

 

<아래의 내용은 최우수작 김병기 경사의 작품 全文이다.>

 

함께 흘린 땀방울이 문화의 벽을 무너뜨리다.

 

경남지방청 고성경찰서 경사 김병기

 

불볕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의 어느 날 평소 동생같이 지내는 스리랑카 공동체 대표 산자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형님! 우리 스리랑카 친구들 모여서 크리켓 대회 할려고 하는데 알고 계시라고 전화 드렸습니다

 

그래! 그러면 대회개요 하고 참가인원 좀 불러다오평상시와 같이 좋은 첩보꺼리가 생겼다 생각하고 무심결에 산자야가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 적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국에서 스리랑카 친구들이 모인다는데 회사에는 부담을 줄까봐 알리지 않았다고 하고 혼자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산자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것저것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물어보고 나서 혹시 경찰팀도 참석 할 수 있겠느냐고 인사치레로 물었는데 망설임 없이 환영한다는 답변이 돌아오면서 우리는 크리켓이라는 경기를 난생 처음 접하게 됐다.

 

고성에는 20091월 동해면이라는 조선업체 밀집지역의 한 회사에서 출국을 하루 앞둔 스리랑카 근로자가 숨진 사건이 발생 했었는데 부검결과 목이 졸려 사망한 살인으로 밝혀지면서 전국에서 소문난 스리랑카 통역을 다 동원해 가면서 사건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강력반 형사들의 조사를 뒷받침 해줄만한 완벽한 통역을 구하지 못해 며칠을 수소문하던 차에 김해에 거주하던 산자야를 알게 됐고 경찰 못지않은 추궁과 정확한 통역 실력이 알려지면서 산자야는 아예 그 회사에 정식직원으로 채용됐다.

 

이후 산자야는 자기 회사 100여명의 스리랑카인들은 물론 인근회사 근무 중인 150여 동료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됐고 이들은 힘든 조선업체 일을 하면서도 주말마다 모여서 크리켓 경기를 통해 단합을 도모하고 고향의 향수를 달래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전국의 동료들을 초청해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아는 크리켓이란 영국이 종주국으로 경기규칙이 야구와 비슷하고 아시아권에서는 영국 식민지를 거친 일부국가에서 인기가 있다는 정도의 상식뿐이었다.

 

산자야가 애기한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무실 직원들에게 밥을 사줘가며 설득하고 전의경을 포함시켜 겨우 7명으로 팀을 만들었다.(원래는 11명 경기지만 시간관계상 7명으로 축소)

 

하지만 한국사람 대부분이 문외한인 크리켓은 인터넷을 뒤져봐도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고 날씨마저 푹푹 찌는데다 연습할 상대팀도 없어 우리는 크리켓 배트를 간신히 구해서 한 번씩만 만져보고 경기규칙만 대충 외워서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시간에 늦지 않게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중학교 운동장을 대여한 경기장에는 천막과 탁자가 설치되고 앰프시설까지 갖추어 놓은 게 그냥 동네시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웃음거리가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선뜻 경기에 나선다고 해버린 것에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연이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는 까만 피부색의 스리랑카 근로자들은 운동장에 주차된 경찰차량을 쳐다보고 서로 웅성거리며 우리를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내 운동장에는 인천,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에서 모여든 200여명의 선수들로 가득 찼고 그들의 관심은 온통 운동장에 나타난 경찰들에게 쏠리는 것 같았다.

 

언젠가 산자야로부터 스리랑카 경찰들은 아직도 부패의 온상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저들이 우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하니 당황스럽기까지 했지만 우리는 참가비 10만원을 내고 당당히 경기에 참석한 크리켓 팀이 아닌가? 다행히 산자야가 코리안 폴리스 크리켓 팀이라고 소개하며 정식으로 대회에 참가했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얼굴빛이 밝아지면서 자기들 끼리 뭐라 뭐라고 하는데 아마 짐작컨대 한국경찰들에게 스리랑카 크리켓의 매운맛을 보여주자는 내용의 대화인 것 같았다

 

사실 내가 무더운 날씨에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잔치에 끼어들려 했던 것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고 한국법의 무지로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사례 방지를 위한 의도가 있었는데 경찰청에서 스리랑카어로 번역 제작한 외국인범죄예방가이드를 넉넉하게 복사하며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간단한 개회식과 단체사진 촬영을 마치고 대회가 시작되자 20여개 팀이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했고 우리는 그들의 경기를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경기규칙을 이해해 나갔다. 드디어 우리 게임차례가 됐는데 모두들 학창시절 동네 야구실력을 들춰내고 젖 먹던 힘까지 보태가며 최선을 다했다. 상상해보자 어릴 때부터 국기인 크리켓이 몸에 밴 20대 스리랑카 친구들과 처음 크리켓 배트를 잡아보는 한국중년 경찰들의 모습을...

 

우리는 스리랑카 친구들이 많이 봐주는 바람에 51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뽑을 수 있었지만 결국 공 던지는 기술 부족으로 52점을 주면서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30도를 넘는 땡볕 속에서 그들과 함께 웃고 즐기면서 인도차이나 반도 한쪽에 위치한 근로파견국 정도로 낮추어 봤던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됐고 그날이후 우리는 200여명의 소중한 스리랑카 동생들을 얻게 되었다.

 

경기를 마치고 우리가 준비한 시원한 음료와 산자야가 마련한 스리랑카식 닭볶음밥을 점심으로 먹으면서 국경을 초월한 남자들의 정을 나눌 수 있었고 서울에서 특별히 초청했다는 자국 요리사는 난생 처음 보는 스리랑카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며 한국경찰에 대해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해 주었다.

 

그들은 약소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음료수를 너무나 고마워했고 나는 휴식시간에 산자야를 통해 외국인범죄예방 가이드를 설명하게 했는데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들어주어 외국인 범죄예방이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경찰에서 자국어로 만든 범죄예방 팜플릿이 신기했는지 나중에는 칼라 원본을 더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기도 했다. 아마도 보관했다 자국에 돌아 갈 때 기념으로 가져갈 것 같은 눈치로 보였다.

 

하여튼 난생 처음해본 크리켓에 대한 난처함 보다는 실수 할 때마다 함께 웃어주고 모르는 것은 도와주면서 함께 땀을 흘린 보람이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날이후 고성읍을 지나가다보면 낯선 외국인 친구들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는데 일일이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함께 땀을 흘린 스리랑카 친구들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산자야는 이날이후 경찰에 더욱 우호적으로 바뀌었고 조그마한 문제가 있어도 경찰에 의논을 해온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스스로 경찰에 폐를 끼칠만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는지 오토바이를 타는 스리랑카 근로자 100%가 안전모를 착용하고 다니고 있고 윗옷을 벗고 다니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등의 경범위반행위도 거의 사라지는 등 땀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고용업주와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국가의 근로자들을 접하지만 단연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착하고 모범적 이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고성 스리랑카 공동체는 2009년 살인사건 발생 이후 단 한건의 범죄에도 연루되지 않고 모범적인 공동체로 바뀌었다.

 

물론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산자야의 리더쉽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배려해준 경찰에 대한 고마움을 몸으로 실천하며 그들만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산자야는 내년 여름에도 2회 전국스리랑카 근로자 크리켓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에도 손을 벌리지 않고 순수하게 참가비로만 충당하는 그들의 순수함이 고마워서 내년에는 경찰에서 시내 종합운동장으로 장소도 마련해주고 점심정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그들이 보여준 한국경찰에 대한 신뢰를 돌려주고 싶고 그들만의 공동체가 국민의 일원으로 융화되는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이나라를 떠나더라도 한국의 좋은 점만을 전하는 문화사절단이 되도록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시골 외사담당 경찰의 작은 바램이다.

 

 

김석겸 편집부장 gs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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