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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기자 | 입력 2009-02-15 | 수정 2009-06-26 오후 5:59:27 | 관련기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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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제정구 선생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14일 오후 고인이 묻혀있는 고성군 대가면 척정리 선생의 묘소에서 열렸다.
오후 2시30분부터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고인과 각별히 친분이 두터웠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참석한 것을 비롯해 미망인 신명자 여사와 여러 유족과 평소 고인을 극진히 따르며 한 가족처럼 지내던 시흥시, 경기도 일대의 전국빈민연합회 소속 등 어려운 이들이 함께했다.
이번에 열린 제10주기 추모행사는 고성과 서울에서 각각 활동 중인 제정구 선생 기념사업회가 연합으로 치른 데다 제정구 선생을 알려고 하는 다양한 계층이 모여 지금까지의 행사와는 그 규모 면에 있어서 한층 커진 상태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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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구선생 고성기념사업회장인 이호원 회장은 멀리서 달려와 준 사단법인제정구기념사업회원을 비롯한 여러 참석자들에게 감사한 뒤, 제정구 선생이 살아생전 실천해왔던 끝없는 사랑이 절실한 때라고 말하면서 선생의 정신이 시대정신으로 살아남도록 같이 힘쓰자고 역설했다.
故人과 살아생전 친분이 남달랐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살아가기가 너무 어려운 요즈음 선생이 많이 생각나고 그리운 것이 사실’이라 말한 뒤, ‘사람을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고,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지고 짓밟혀지는 오늘날 선생이 주창했던 사람 중심의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선생의 꿈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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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원 고성기념사업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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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망인 신명자 여사 |
이날 제정구 선생을 추모하는 참배에는 초헌을 고성기념사업회에서, 아헌을 사단법인 제정구 기념사업회에서, 종헌은 제정구 선생의 유가족 측에서 각각 맡아 진행됐으며, 고성사업회에서 준비한 추모사 낭송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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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경기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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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제정구 선생님 10주기 추모사>
다시 불러보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이름
제. 정. 구…….
정말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우리 곁을 떠나신지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아직도 그윽한 눈빛이 날 지켜보고 있는 듯
아직도 당신의 음성이 내 귀에 들리는 듯
그날이 오늘처럼 생생합니다.
이제는 잊힐 만큼 세월이 흘렀건만
선생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새록새록 기억 속에 새롭습니다.
선생님.
작년 이맘때
우리는 이 자리에 모여 선생님께 약속 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할 것이라고,
그러니 마음 편하게 술이나 한 잔 하고 가시라고…….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선생님 앞에 다시 섰습니다.
겨우 일 년 만에
없는 자들의 삶은 그때보다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빈민(貧民)들과 어깨 걸고 동지가를 부르며
온몸으로 부딪히며 잘못된 현실에 저항했던 선생님의 모습이
이제 전설처럼 다시 살아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30년 전에나 있을 법한 무지한 폭력이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난무하고
선생님의 큰 사상이셨던 ‘가짐 없는 큰 자유’는
방패에 찍히고 군홧발에 밟히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껴안아 주었던 형제들이
무자비한 발길질에 쓰러지고 있습니다.
결코 되풀이 되지 않으리라 믿었던 굴욕의 역사가 현실이 되고
70년대의 거리마냥 물대포와 화염병이 뒹구는 풍경을 보면서
잊어 버렸던 선생님의 이름을 다시 부릅니다.
제. 정. 구. 선생님
우리 모두
없고 힘든 사람을 감싸 안던 인간적인 선생님을 기억해야 하건만
오늘따라 데모꾼 제정구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왜 자꾸만
선생님과 어깨 걸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싶을까요?
선생님.
오랜 가뭄으로 세상이 말라 갑니다.
다들 목말라 합니다.
세상이 온통 화염(火焰) 속에 묻혀 있는 듯 합니다.
그러기에 더욱 그립습니다.
오랜 세월 못 본 선생님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언제나 어려운 빈민들에게 동무가 되어 주었던 선생님.
목마른 이들에게 우물이 되어 주시던 선생님.
도와주십시오.
목마른 저희들에게 물을 주십시오.
가난한 사람들을 어여삐 보시던 선생님의 큰 사랑으로
큰 비가 되어 메마른 세상을 적셔주십시오.
그래서
내년 이맘때 우리 다시 이 자리에 모일 때는
부끄러운 후배가 되지 않도록 의지(依支)가 되어 주십시오.
선생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두 번 세 번
손 모아 빌고 또 빕니다.
<행사장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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