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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20-01-17 오후 05:26:25 | 수정 2020-01-17 오후 05:26:25 | 관련기사 건
남산 공원을 오르다보면 그림과 같은 안내판이 서있다.
어디서 만들어 세운 안내판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왜 남산 공원에 서있는지, 알 수 없는데 아마 ‘남산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뜻으로 세운 걸로 보인다. 그런데 이 안내판이 어른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면 안내판 내용이 사실 좀 생뚱맞다. 어린이 건강교육을 위해 가져다 쓸 만한 내용 아닌가?
사실 어른용으로 생뚱맞기도 하다만 중요한 것은 짧은 글 속에 올바른 글쓰기에서 벗어난 표현과 쓸데없이 중국말글인 한자어를 많이 썼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어서다. 더구나 만일 이 안내판을 관공서에서 내다 세웠다면 생각을 바꾸고 앞으로는 이런 투의 글쓰기보다 올바른 우리글 쓰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야기 속 금연
사람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는
삼칠일이 못되어 굴을 나왔습니다.
담배를 피고 싶었지만
굴에는 비흡연자
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곰을 배려하는 호랑이의 마음
흡연에티켓은 실천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남산공원에서 흡연시
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야기 내용과 글투로 보면 어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글로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그저 웃자고 돈을 들여 이런 안내판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주 생뚱맞다는 점이다.
중국말글을 잘 못 쓰면 뜻도 아주 흐리멍텅해지고 뜻하는 것을 제대로 못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禁煙은 누가 뭐래도 ‘담배피우면 안됨’이라는 뜻의 한자어다.
그렇다면 제목을 우리말로 바꿔 써보면 ‘이야기 속 담배피우기 금지’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말로 써놓고 보면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왜 이런 글쓰기를 하느냐 하면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것’과 ‘담배 피우지 않기’를 ‘禁煙’이라는 중국말글인 한자어를 써서 나타내려니 이런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글쓰기는 어떠해야 하나? 마땅히 ‘담배에 얽힌 이야기’ 정도로 하고 그 이야기 내용에서 이러저러해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해야 올바르다.
다음, 세 번째 줄 ‘담배를 피고 싶었지만’의 ‘피고’는 ‘꽃이 피다’ 할 때 쓰는 ‘피다’를 ‘담배 피우다’ 할 때 ‘피우다’로 잘 못 알고 있거나 사람들이 잘 못 쓰고 있는 말을 그대로 쓴 경우로,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 잘 못된 우리 말법을 퍼뜨리고 있는 셈이 된다. 마땅히 ‘담배를 피우고 싶었지만’으로 해야 된다.
그 다음 넷 째줄 ‘굴에는 비흡연자’라는 부분은 정말 우리가 쓰지 말아야 할 표현 가운데 하나인데, ‘담배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한자어를 써서 ‘非吸煙者’로 해야 하는가 말이다. 마땅히 ‘굴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로 해야 한다.
‘곰을 배려하는 호랑이의 마음’
이 부분도 ‘配慮’라는 중국 말글인 한자어를 썼는데, 알기 쉽고 읽기 쉽고 쓰기 쉬운 우리말 ‘생각’을 쓰면 더 정겹다. ‘곰을 생각하는 호랑이의 마음’이나 ‘곰을 생각해주는 호랑이의 마음’이라고 나타내면 좋겠다.
마지막 ‘흡연에티켓은 실천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에서는 고질처럼 된 한자어 문제와 영어 표현이 문제다.
이 문장 내용을 뜯어보면 ‘담배를 피울 때에도 남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인데, 한자어와 영어를 썼기 때문에 언뜻 보면 문제없는 문장처럼 보이지만 요상한 문장이다. ‘實踐’은 ‘실제로 하다’는 뜻의 중국말글인데 ‘실천하는’이라고 하면 ‘실제로 하고 하는’처럼 ‘하다’가 중복되는 셈이어서 뒤에 나오는 ‘우리의 모습입니다’와 어울리지 않는다.
‘에티켓’도 ‘예절’정도로 우리 말글은 아니어도 수백 년 동안 우리말처럼 써오던 낱말을 쓰면 될 텐데 굳이 ‘에티켓’이라는 영어를 썼다. 우리글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단연코 최고의 글이라는데 우리가 우리 것을 천대하고 업신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마땅히 ‘담배를 피울 때에도 남을 생각해주는 아름다운 우리’ 정도로 해야 올바르다 하겠다.
마지막 알림 글에서 ‘남산공원에서 흡연시 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는 부분에서는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를 ‘과태료를 내야합니다’로 바꾸면 좋겠다.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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