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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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한창식 발행인  | 입력 2013-12-26 오전 10:41:08  | 수정 2013-12-26 오후 08:03:08  | 관련기사 3건

걷는 게 보약이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걸어보니 정말 걷는 게 보약이더라.

 

필자는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한가운데부터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더위가 나를 불러냈던 거라고 생각한다.

 

2013721,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무작정 차를 몰아 달려가던 중 지리산 둘레길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어디든 움직거려봐야겠는데, 지리산 같은 높은 산을 오른다는 것은 준비 없는 우리에게 무리였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길을 걷는 것도 꽤나 훌륭한 운동거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지리산 둘레길이라면 근사한 것 아니겠는가.

 

자동차를 몰아 산청읍내에 들어서니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가 보여 거기다 차를 세우고 둘레길 코스 중 하나인 수철마을이란 곳까지 걷기로 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성심원-수철 12.5km 구간 가운데 지점인 산청읍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수철마을까지 5km 정도를 우리가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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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한통 없이 무작정 나서 수철마을을 가기 위해 대장마을을 지날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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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두나무를 마을길에서 처음 만나 주민들에게 물어 호두나무를 알게됐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들길 마을길을 걷는데 마실 물도 한 병 준비하지 않고 그렇게 더위와 목마름을 꾹 참아가며 걸었다. 시멘트포장 마을길을 걸을 때면 벌겋게 익은 아내 얼굴을 보니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는 개의치 않고 걸을 만하다며 그렇게 끝까지 걸었다.

 

길을 걷는 중 눈앞에 펼쳐지는 시골 풍경이 그저 신기하기만 해 계속 감탄을 연발하며 걸었다. 산초나무로 울타리가 돼 있던 길, 뭔지 모르지만 생전 처음 보는 열매를 맺고 있던 나무는 호두나무였다는 것을 마을주민들로부터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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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붙여놓은 주민들이 마을길을 열어주신데 대해 감사하다는 팻말과 자식처럼 아끼고 키운 농산물에 손을 대지 말아 달라는 안내 팻말을 보면서 오히려 더 정겨움을 느끼게 된다.

 

수철마을까지 걷기를 마치고(사실은 수철마을이 아닌 옆 마을 영 다른 곳으로 감), 택시를 불러 읍내 둘레길안내센터로 돌아와 세워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더운 여름 힘든 걷기였지만 걷는 내내 마주했던 풍경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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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초나무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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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향 같았던 마을과 들판, 논길 들길을 떠올리며 묘한 성취감에 젖었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는 사실에 아주 기분 좋아 하면서 다음 주에도 또 오자는 약속을 했다.

 

728, 이날은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있던 아이들도 같이 나섰다. 산청군 덕산면(사리)-위태(하동군) 구간 10.4km를 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리산 둘레길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준비를 해 나서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아이들과 같이 나섰던 것이다. 여중 3학년 쌍둥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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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태가기 전 덕산 천평교를 지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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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태 안내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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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모르고 나선 둘레길, 복장들도 마을을 다니는 듯하다. 지금부터 중태재를 넘어야 한다.

 

첫날 아내랑 읍내에서 수철마을 까지 걸을 때에는 자그마한 언덕 하나도 넘지 않는 그런 평범한 길이었기에 지리산 둘레길의 모든 길들이 그러려니 했다. 그렇지만 덕산-위태 구간에는 작은 산을 하나 넘어야했는데, 더운 여름이라 아이들이 아주 힘들어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작은 물병을 하나 들기는 했는데, 아직 가방도 메지 않은 준비 안 된 상태였다.

 

그런데 용케 우리가 걷기로 한 덕산-위태 구간에는 지리산둘레길 중태안내소가 있는 구간이어서 잠간 앉아 쉬는 동안 안내소 아저씨가 지리산둘레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숲길 회원으로 등록하고 완주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흔쾌히 회원 등록을 해 오늘의 완주가 있게 해주셨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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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를 식혀주는 개울물

 

길을 걷는 동안 쌍둥이 딸아이들은 내가 알려주는 여러 가지 들풀과 들꽃, 나무들에 대해 신기해하며 이름과 모양을 익히려고 노력하며 재미있어 했다. 집에 있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힘들어도 가족이 같이 산길 들길 숲길을 걷는다는 것에 무척 좋아한다.

 

810, 함양군 마천면 금계-동강 11.5km 구간을 걷는다. 한창 장마가 시작되고 지리산 둘레길 일대에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우리는 나섰다. 우리의 일상은 계속되는 폭염으로 한 번 쯤 비를 흠뻑 맞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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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추적추적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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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서마을을 지나 동강마을에 닿기 전 삽살개가 쫓아나와 우리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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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는 배낭도 준비하고 제법 갖추었다. 쌍둥이들도 따라나선 이날, 세동마을에 이르기 전 등구재 산 속에서 폭우를 만나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수 십 차례 아니, 몇 번인지도 모를 정도로 눈앞에서 내리치던 번쩍이는 번개와 천둥소리에 잔득 두려움에 떨던 녀석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다. 쌍둥이 동생 겨레는 이러다 벼락 맞아 죽으면 어쩌나하고 아주 많이 걱정을 했단다.

 

금계-동강 구간을 걷던 중 세동마을 쯤에 쏟아지는 폭우를 틈타 누군가 돼지 분뇨를 쏟아 흘려보내는지 1km정도 걷는 내내 돼지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필이면 둘레길 코스에 그런 큰 돈사가 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날 금계를 출발하자마자 비를 만나 동강마을에 도착해갈 무렵까지 내리는 비를 맞았다. 어느덧 비가 그치고 동강마을에서 함양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아 마을 아저씨한테 부탁해 트럭을 타고 우리 차가 있는 금계까지 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동강마을 버스 정류장 앞에 큰 식당을 하는 그분이 참 고맙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둘레길 많은 구간에서 대중교통을 원활하게 이용하기가 힘든 점이 아쉽다. 물론 택시는 편히 오고가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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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마을 입구에 있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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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미마을에 있는 쉼터

 

817일 구례군 토지면 오미-방광 12km 구간을 아내와 같이 걷는다. 지금까지는 경상도 지역을 다녔는데, 이제부터는 전라도 지역에서도 걷게 되면서 점점 더 둘레길 걷기에 중독이 된 기분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 읍면 120여개 마을을 잇는 274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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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장

 

둘레길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과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들을 환()형으로 연결하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다 만나는 사람들 중 거의 대부분이 일정한 장소와 방향을 정하고 차례차례 둘레길을 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하루는 산청 또 다음은 남원, 다음은 함양, 다음은 구례, 다음은 하동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걸으며 궁극적으로는 모두 이어나가는 그런 방식으로 걸었다. 이렇게 걸으면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얼른 한 주가 지나 빨리 토요일이 왔으면 하고 기다려진다.

 

아무튼 이렇게 사방으로 걷다가 하나씩 이어지니 그때가 생각이 나고 여운이 더 오래 가는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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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방광 구간은 전통마을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구간이다. 푹푹 찌는 여름, 둘레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계곡에는 빼곡하게 피서객들이 들어차 물놀이를 즐기며 폭염을 피해있다. 땀에 쩐 내 모습과 피서객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지만 땀내 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다 벗어놓고 풍덩 왜 빠지고 싶지 않았겠는가.

 

824일 산청군 성심원-수철-동강 24.8km 구간을 걷는다. 둘레길 첫날 아내와 엉터리 코스를 잡아 산청읍내-수철 까지 5km를 걸었던 것이 생각나 이를 바로 잡으려고 이날은 혼자서 많이 걸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논길을 따라 수철마을로 들어가던 느낌은 정말 황홀했다. 정확히 한 달 만에 다시 걷는 길인데 호두나무도 더 실해졌고, 산초나무도 튼실해졌다.

 

수철마을 구판장, 아저씨가 구워내는 파전과 막걸리는 이 세상 최고의 맛이었다. 언제고 비 오는 날 꼭 한 번 더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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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철에서 동강가는 길 고동재를 오르면서 참으로 길고 긴 아스팔트 임도를 오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힘들게 고동재에 오르면 반갑게 맞이하는 간이매점이 있다. 시원한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이날 주인은 어디가고 없어 그저 찬 물만 마시고 계속 올라야했다.

 

831일 하동읍-하동호 20km 구간을 걷는다. 하동읍 둘레길센터에 차를 세웠다. 내가 지리산둘레길 하동군 코스를 다닌다는 인증이라 할 수 있는 스탬프를 받는다. 스탬프를 받아 차곡차곡 공란이 채워지는 그 짜릿함은 둘레길을 걸어보는 사람만 누리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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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마을 쯤 동네 매점에 들어가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라면과 막걸리 한 통으로 점심을 삼고 물길 예쁜 하동을 누빈다. 제법 긴 코스라 걷는 내내 별의 별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다.

 

그래 지리산 둘레길은 사람과 생명, 성찰과 순례의 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를 잇는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 잇고 보듬는 길이다.

 

한 땀 한 땀 수놓듯 이어가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모든 생명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면 나도 그들과 하나가 된다. 그래서 나는 걷는다.

 

97일 남원시 주천-운봉 15.7km를 걷는다. 지리산이 얼마나 큰지 실감난다. 경상도 사람들은 경상도 지리산인줄 알고, 전라도 사람들은 전라도 지리산인줄 안다. 남원시 주천면과 남원시 운봉읍을 잇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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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시장 안 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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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나뭇가지가 맞닿아 하나의 나무가 된 연리지

 

전라도 지역에 들어서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친절하시다. 사발 깨지는 것 같은 경상도 억양과 다르다. 정감이 가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내어놓는 막걸리와 김치는 그저 그만이다.

 

운봉읍을 걸어본다. 30년 전의 어디에 와 있는 듯 느낌을 받는다. 마치 영화세트장 같다. 성장을 멈춘 것 같은 시골 풍경에 마음이 아프다.

 

맞다. 지리산.

외따로 떨어져 지내며 이제나 저제나 사람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 동구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시는 할머니. 소로 이랑을 갈며 한 해, 한 철 농사를 이어가는 농부. 한 때는 좌, 우로 나뉘어 낮과 밤을 달리 살아야 했던 아픈 상처도 지리산 길은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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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마지막 봉, 웅석봉 800고지에서

 

98일 지리산둘레길 산청센터 성심원-운리 12.6km 구간을 아내랑 같이 걷는다. 아니 여기는 그냥 등산을 했다는 게 맞겠다.

 

성심원-운리 구간이 지리산둘레길 중 가장 힘들고 험한 코스로 이름나 있다. 백두대간의 마지막인 웅석봉을 머리 위에 두고 800고지까지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다.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나서 웅석봉을 향해 하염없이 오르는 산길을 묵묵히 견뎌내 마침내 하산하는 길에 왼쪽으로 펼쳐진 눈 아래 산들을 보고서야 얼마나 높이 올랐는지를 실감하며 환희에 넘쳤다.

 

하산해 탑동마을에서는 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를 불러 국수와 파전을 부쳐 먹었다. 아주머니는 옆집 아저씨 트럭을 타고 성심원까지 우리가 갈 수 있도록 주선해 주는 등 신경을 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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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일 구례군 방광-산동 13.1km 구간을 걷는다. 그 뜨겁던 여름도 이제 한 풀 꺾여 숲으로 들어가면 선선하다.

 

지리산 길의 출발은 순례길이다. 2004"생명 평화"를 이 땅에 뿌리고자 길을 나선 순례자들의 입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리산 순례길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그 제안이 다듬어지고 구체화된 게 지리산길(둘레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노라면 평화주의자가 된다. 둘레길을 걷노라면 순례자가 된다. 둘레길을 걷는 나는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하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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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이들이 쉽게 물을 마시도록 누군가 그릇을 갖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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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일 남원시 주천-산동 15.9km 구간을 아내와 같이 걷는다. 밤재를 넘으면 알싸한 막걸리와 고소한 파전이 있을 거라는 희망에 그 재가 아무리 높아도 기분 좋게 넘어간다. 그러나 눈을 닦고 봐도 막걸리 마실 곳이 없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기분 좋게 산을 넘고 물을 건너고 가을 물결 넘실거리는 들길을 지났다.

 

지리산 길은 소외된 지역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길 위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평온함과 평안, 공존과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리산 길은 사랑의 길, 희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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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일 하동군 대축-삼화실 16.9km를 걷는다.

둘레길 하동군 구간에서는 특별히 마을들이 높은 언덕배기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 어르신들이 오르내리기 힘들었으리라.

 

혼자서 둘레길을 걸으며 산을 오르내리면 좋은 면도 있지만 좋지 않은 면도 있다. 혼자서 물을 건너다 불어난 물에 미끄러져 쓸려내려 간 경우가 가장 아찔하고, 삐끗해서 다치거나 할 경우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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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화개장터 다슬기 수제비

 

반갑고 행운이라고 생각할 때도 더러 있다. 귀여운 다람쥐가 맞이해주거나 팔뚝만큼 굵은 뱀이 내 눈 앞을 지나가거나, 아주 다양한 생물들과 마주했을 때가 제일로 반가울 때다.

 

929,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하동군 대축-원부춘 8.6km 구간을 아내와 같이 걷는다.

 

악양 들판을 가로지르는 내내 양쪽으로는 코스모스가 활짝 폈다. 비가 내리는데도 최참판 댁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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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양들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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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하동구간은 뒤에 언급 되겠지만 위태-하동호 구간을 제외하면 전 구간이 대중교통과의 연결이 양호한 편이다. 특히, 화개장터로 유명한 화개면소재지와 연결이 용이해 둘레길 걷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105일 하동군 원부춘-가탄 12.6km구간을 걷는다.

가탄마을 다 와가는 지점 멋진 쉼터가 있다. 주인아저씨가 발을 씻으라고 떠다주는 물에 잠간 발을 담갔더니 이내 발이 시려온다. 아주머니는 구수한 파전과 막걸리를 내오고. 가을이 온 지리산 둘레길, 만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렇다. 참 바쁜 세상살이. 살붙이마저 마주 대할 시간이 자주 없다.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마음은 허허롭기만 하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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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일 하동군 가탄-송정 11.3km구간을 걷는다. 이 구간이 15번 째 지리산 밑을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구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길이 힘들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재를 넘고 산길을 많이 걸었던 것 같다. 쉼터가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

 

길을 걷는 내내 느꼈던 것이지만, 길을 내느라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참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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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일 남원시 인월-금계(함양군) 19.3km 구간을 아내와 같이 걷는다. 긴 코스지만 힘든 구간이 없고 아이들이랑 또는 가족단위로 걷기 좋은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12일 코스로 해서 중간에 민박이나 펜션 등 숙박하면서 추억을 만들기 좋은 코스로 추천한다.

 

인월에서는 토요장이 서는데,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우리 농산물 들을 살 수 있다.

 

112일 산청군 덕산-운리13.1km를 아내와 같이 걷는다.

들길 숲길 산길에는 무수히 많은 밤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누구하나 떨어진 밤에 손대는 이 없다. 적어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책임여행과 공정여행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어서 지역민들의 도움과 양해로 마을길이 열려 둘레길이 완성됐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밤들은 지역민들이 자식처럼 애지중지 길러온 것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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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일 송정-오미 9.2km 구간을 걷는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송정을 출발해 오미에 닿으니 지난 817일 오미-방광 구간을 걷던 때가 생각나 감회가 새롭다. 두 달 반 만에 오미에 들어와 쉼터에 들렀더니 여전히 주인아주머니는 반갑게 맞이하신다.

 

이제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전 구간을 잇기까지 두 구간만이 남았다. 실로 가슴 벅차고 내 자신이 고맙다.

 

1123일 위태-하동호 11.8km를 걷는다.

지리산 둘레길 전 구간을 다녀본 결과 제일 교통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다. 하동호에 차를 세워두고 위태마을 까지 걸어가 택시를 부르니 25,000원이란다. 전 구간 중 택시비가 제일 비싼 구간이다. 버스를 타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길고 긴 하동 구간을 끝냈다. 이제 가을도 끝나고 겨울 채비를 해야 하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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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물든 하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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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일 운봉-인월 10.3km 구간을 아내와 걸어 지리산 둘레길 전 구간을 잇다.

 

참으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아내도 완주한 나를 축하해주고 가끔 따라와 같이 걸으며 힘이 돼 준데 대해 감사했다.

 

지리산 둘레길은 순례자의 길이다. 둘레길을 걷는다 함은 또 다른 변화가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음이다. 걸어가다 잠시 멈춰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본다. 또 내가 걸어갈 길을 미리 본다. 정리하고 또 계획하고 또 정리하고 계획하고.....이제 나에게 두려움 따위는 없다.

 

지리산 둘레길은 내 인생 항로의 나침반이다.

 

*** 274km(공식적으로는 이 길이인데, 마을 안으로 접어들면서 실제 길이가 늘어나고, 여러 곳에서 길을 헤메며 엉뚱한 곳을 다녀 족히 300km가 넘은 것 같다) 전 구간을 걷고 인증사진을 센터에 보냈더니 지난 주 이렇게 "숲속 친구"로 인정해주는 카드가 왔다.

 

참으로 기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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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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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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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와와공 김태문 선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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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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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둘레길 전 구간에 여섯곳의 안내소가 있다. 각 안내소 간을 걸어서 잇고나면 확인 도장을 받는다. 7월 28일 중태안내소에서 이 표를 받아 11월 24일 모두 이어 인월센터에서 확인받았다. "겨울의 길목에서 수고하셨다"는 멘트가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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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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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창 박초월 선생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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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월장터 주막

 

 

 

한창식 발행인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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