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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은행털이를 방불케한 강제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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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은행털이를 방불케한 강제집행

한창식 기자 | 입력 2006-09-15 | 수정 2009-11-10 오후 4:26:50 | 관련기사 건

- 대낮 은행털이를 방불케 했던 이우영씨

- 4년 간 급여 등 현금 1억원을 쌀푸대에 담아가

▲ 4년 전을 회상하는 이우영 씨

이우영(고성읍 48)씨가 8차례의 재판 끝에 고법으로부터 원고승소판결을 받아내고 가집행금 1억 4천 6백만 원을 고성동부농협으로부터 현금으로 집행해가는 일대 해프닝을 벌였다.

이 씨는 지난 2002년 2월, 사내 인사고과가 올바르게 반영되지 않았다며 자신이 회사에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 이른바 괘씸죄에 해당되면서 그 이후로 1년 6개월 동안 11번의 인사위에 회부 당하며 시달리는 등 급기야 2003년 5월 12일에는 여러 이유를 들어 회사로부터 해고조치를 당하게 됐다 한다.

이 씨는 이때부터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의연히 맞서 정직 당한 이후 4년 이상에 달하는 기나긴 법정투쟁에 들어갔다.

▲ 이 씨의 고통을 짐작할 만한 관련서류들

1심에서부터 부산고법과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 등 총 8회에 이르는 재판을 벌인 끝에 마침내 지난 8월 30일 고등법원으로부터 동부농협은 이 씨를 원직복직 시킬 것과 1억 4천 6백만 원을 고성동부농협으로부터 가집행하게 하고, 고성동부농협은 이 씨가 복직할 때까지 매월 390만원씩의 급여를 지급하라는 원고 100%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 인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이씨가 14일 오후 1시 통영지원 집행관 3명을 대동하고 1억 4천 6백만 원에 대해 고성동부농협에 전격 강제집행을 실시하면서부터다.

갑작스런 강제집행을 당한 고성동부농협은 은행 대금고에 들어있는 현금 7190만원과 현금지급기에 들어있는 2800만원을 통틀어 9990만원을 마련하자, 집행관은 10만원을 채워서 1억 원을 맞추도록 지시하고 농협직원 중 1명이 어디서 10만원을 구해와 1억 원을 맞춘 뒤 이 씨는 준비해간 40kg들이 볏가마에 현금 1억 원을 담아 나오는, 마치 백주대낮에 은행돈을 몽땅 털어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해프닝이 벌어졌던 것이다.

한편 이날 동부농협에 고객으로 와 대기해있던 여러 사람들은 공적 기관이라 생각되는 곳에서 속수무책으로 돈을 내놓는 현장을 보고 그저 영문을 모른 채 얼굴만 쳐다보며 있었고, 일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성공한 이씨"라며 자신의 일인 양 통쾌해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동안 이씨는 4년 이상을 싸워오면서 "한 번도 그들과 싸워 질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독하고 지루한 싸움이었지만 나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그들과의 고독하고도 지루한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는 실직 이후 읍내 허름한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아내가 매월 벌어오는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오늘까지 견뎌왔다며 자신에 대한 아내의 신뢰를 무척 고마워했다.

▲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이 씨의 침상

그들과의 싸움을 준비해오고 벌여오는 동안 매일 10km의 달리기로 체력을 다져왔던 그는 지금은 마라톤 광이 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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