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리 없는 아우성, 그들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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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리 없는 아우성, 그들이 무너지고 있다.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4-04-14 오전 08:37:23  | 수정 2014-04-14 오전 08:38:41  | 관련기사 7건

- 동네 서점, 왜 사라지고 있는가?

 

이기철(인문학서재 몽돌 관장·시인)

 

이기철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시인
▲ 이기철 /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시인

올해 초 정확하게 말하자면 1월 3일 통영의 ‘이문당서점’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선생님 등이 즐겨 찾던 70년 역사를 가진 서점이 이 땅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지난 2일 울산지역에서 자영업체 서점으로 매출 1위를 달리던 남목에 위치한 ‘남산서점’이 문을 닫았다.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토종 서점이었다. 이로써 남목 지역에 6개 남짓 있었던 서점들은 모두 사라졌다.

 

남산 서점의 경우 100여 평이 넘는 매장을 가지고 있었고, 울산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은 이 서점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되던 곳이었다.

 

이제 고작 울산지역에는 30여개 미만의 서점만이 존재한다. 이들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최근 몇 년 사이 울산 지역 서점 85%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태화로터리에 있던 45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동아서점’도 3년 전 자빠졌고, 공업탑 로터리에 43년간 버티고 있었던 문화서점도 유령처럼 사라졌다. 문우당서점도…덩치를 줄인 처용서점은 견디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화의 거리로 각광받고 있는 원 도심 내에도 서점이 한 곳도 없다.

우정동에서 학성동까지 걸어보라. 서점이 있는지…

 

비단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종로서적, 부산의 동보서적 등도 이미 사라지고 없다.

 

동네 서점이 사라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 경기 불황과 운영의 한계 등.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뭔가 찜찜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지역 서점이 사라진 자리에는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등 대기업 브랜드 서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들은 또 어떤가? 예스 24를 비롯 인터파크, 알라딘 등이 이제 토종 서점들의 씨를 말려가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다 이제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까지 진출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

 

문제의 해결점은 이렇다. 정가 파괴를 중지하고 도서 할인을 중지해야 한다. 도서 정가제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지역 서점들은 파괴될 것이다.

 

아주 쉬운 사례를 들어보겠다.

정가 1만 원 짜리 책을 TV홈쇼핑에서 판매한다. 할인된 가격은 7천 원이다. 소비자들은 환호한다. 싼 값에 책을 살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갑고 좋은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이미 1만 원짜리 책을 권당 5천원에 사들여 2천원의 이익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사고파는 일에 이익이 남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른 바 유통과정에서 빚어지는 모순과 단가 후려치기로 인한 피해 등은 어쩔 것인가?

 

도대체 작가는 1만 원짜리 책 몇 권을 팔아야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행패에 동네 서점이 견딜 여력이 있을까? 아무리 약육강식의 비정한 세계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 가.

 

이러한 행위는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에 불과하다. 동네 서점도 분발해야 한다. 참고서 판매로 적자를 메꿀 수밖에 없는 현실은 눈물 나지만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서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하튼 4월은 이래저래 ‘잔인한 달’이다.

 

울산 인문학 서재 몽돌
▲ 울산 / 인문학 서재 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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