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잊혀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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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잊혀지는 것은 없다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4-05-15 오전 08:00:28  | 수정 2014-05-15 오전 08:28:23  | 관련기사 7건

이기철(인문학서재 몽돌 관장·시인)

 

잊혀지는 것은 없다

 

이기철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 시인
▲ 이기철 / 인문학 서재 몽돌 관장.시인
  광주를 다녀왔다. 오월 광주는 봄빛을 받아 더욱 푸르렀다.

 

이번 광주행은 작은 문학 행사에서 내게 인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주최 측에서 시간을 쪼개줬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위기와 극복’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였지만 되도록 쉽게 전달하도록 노력했다.

 

자연스레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내가 먼저 말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번 사건은 인문학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인문학을 ‘學’으로 읽지 말아 달라. 인문학은 ‘소통’이기에 말이다. 관계를 이해하는 데 인문학은 훌륭한 콘텐츠가 된다.

 

난 이번 세월호의 참사를 인문학의 부재라는 관점에서 본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 아니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들의 참담한 행위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밥상머리 예절’이라는 게 있다. 부모들은 ‘밥상’을 차려놓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생활이며 친구, 이웃, 친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함께 나눈다. 고급스럽게 말하자면 ‘가정교육’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난 어른들의 형태가 정말 한탄스러웠다. 아이들은 ‘밥상머리 예절’을 너무 잘 지켜 희생됐고 어른들은 밥상을 걷어 찬 꼴이 됐다.

 

이유는 자명하다. 그들은 자본의 논리에만 익숙했지 사람의 논리는 안중에도 없었다.

 

김선우 시인은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세월호 관련 추모 시에서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라며 자괴했다.

 

그렇다. 부끄러워해야 어른이다.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최근 세월호 관련 노란 리본 등 기록물들을 보관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잊혀지는 것은 없다. 기록하고 해석하고 재조명하고 그리고 이 아픔이 우리에게 교훈하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남겨야 한다.

 

다시 광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5·18 기념재단에서는 매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제작해서 이를 각 도서관에 비치한다. 만화를 비롯, 백서, 소설, 희곡, 평론, 사진뿐 아니라 심지어 방명록까지 책자로 만들어 이를 기억한다.

 

대단히 부러운 장면이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5·18이 어떤 역사적인 의미를 지녔는지를 가르치는 책까지 구비돼 있었다.

 

나는 도서관 관계자에게 울산에도 아니 전국의 도서관에도 이를 비치해 달라 주문했다. 도서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관계기관은 5·18 기념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책들이 남아있는 한 제공한단다. 참고할 일이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마라’ 이스라엘 야드바쉠 독립기념관 지하에 있는 꺼지지 않는 불 앞에 쓰여 있는 글귀다. 유태인 학살을 한 독일을 두고 한 말이다. 아직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서 ‘용서’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잊지는 말아야 한다. 아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한달이 다 돼간다. 현재진행형이다. 온 국민이 우울증에 빠졌고 부끄러운 한국호의 민낯은 민망하기 짝이 없다.

 

가공할만한 공포를 우리 사회는 현재 겪고 있는 것이다. 기만하지 말고 정직하게 이 사고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한번 상기해 주기 바란다.

 

강조한다. 잊혀지는 것은 없다.

 

<이기철 인문학서재 몽돌 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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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 인문학 서재 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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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로 갔는데 이런 결례를 저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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