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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5-05-19 오전 08:19:30 | 수정 2015-05-19 오전 08:40:16 | 관련기사 7건
이기철 / 인문학서재 몽돌 관장·시인
울산은 지금 축제 중이다. 시쳇말로 ‘줄줄이 사탕’이다. 지난주만 해도 책 잔치가 있었고, 다문화 축제와 쇠부리 축제도 있었다. 다음 주면 장미축제와 고래 축제도 마련된다. 가히 울산의 오월은 축제의 도시다.
난 이 축제에 참여하면서 몇 가지를 느꼈다. 아마 언론에선 헤드라인 제목을 이렇게 뽑을 것이다. ‘몇 만 명이 다녀갔다.’식으로…
사실 축제는 참여 형이니깐 쪽수가 중요하다. 하지만 축제의 평가는 그리 하면 안 된다. 콘텐츠의 문제가 먼저 진단되어야하고 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30년 전 난 가수 윤형주씨를 만난 적이 있다. 난 어느 행사의 기획을 맡았었는데 거기에 윤형주 선생님을 게스트로 모셨다. 무릇 그렇다. ‘손님은 왕’이니깐 기획을 하는 나로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유행인 말로 그는 ‘갑’이고 난 ‘을’이었다.
행사 한 시간 전, 행사 점검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데 윤형주 선생님이 무대 뒤로 오셨다. 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초대 손님들은 현장에 오지 않는다. 그는 내게로 와서 내 어깨를 감싸며 한마디 했다. “오늘 행사 잘 진행해 주세요. 난 여러분들의 수고를 잊지 않습니다.”
감동이었다. 사실 공연의 꽃은 초대 손님이 아니다. 그 초대 손님은 왔다 가는 것 뿐이지만 그 무대를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뒤에 숨은 수많은 스텝들이다. 그들의 노고가 없다면 무대는 초라할 것이다. 행사의 성공은 숨은 손길인 것이다.
난 이번 울산에서 벌어진 축제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하지만 행사장에 주목하기보다 그 행사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거기엔 자원봉사자와 이른바 알바생, 그리고 주최 측의 고민을 살펴보려 노력했다.
난 이들의 피땀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쇠부리 축제 현장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난 ‘그들’을 보았다. 수개월, 기획과 고민의 나날의 산물인 축제를 마련한 자리엔 그들의 눈물이 흥건했다. 박수를 보낸다. 물론 더러 실수와 실패도 보였다. 하지만 그 것도 자산이다. 내년을 위한 반성문일 터이니깐. ‘거듭 난다’는 교훈을 얻을 거니깐.
축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선 안 된다. 특히 수억 원이 투입되는 행사는 민간이 하기 힘들다.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된다. 차제에 몇 가지 지적을 하고 싶다.
첫째는 소위 대형 가수 부르는 게 능사인 지 따지고 싶다. 지역의 훌륭한 연주가들 많다. 물론 대중들의 욕구는 인기인들의 실물을 보고 싶어 할 것이겠지만 ‘얼굴 마담’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 폭죽 터뜨리지 마라.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지나친 낭비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이미 지난주 영주에서 열린 경북도민체전에선 폭죽 사용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폭죽 한 방에 쌀 한가마니’는 좀 그렇다.
그리고 먹거리 장터, 이야기 안할 수 없다. 장터인지 난장판인지 알 수 없고 축제장마다 이 게 필요한지 모르겠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인지라 어쩔 수 없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질서와 시장 경제 논리라도 지켜주길 바란다. 카드 결제도 안 되는 시스템은 과연 정당한가?
마지막으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기획은 그저 되는 게 아니다, 이벤트 회사에 돈 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은 너무 안일하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앞으로 축제의 성공은 자화자찬으로 끝나선 안 된다. ‘머리를 맞댄다.’는 의미를 생각하자. 결국은 축제는 ‘감동’이어야 한다. 특히 미래를 위해서.
난 오월, 축제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물을 것이다. 축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또 축제는 생산적인가? 더 나아가 질( 質 )인가? 양( 量 )인가를…
▲ 울산 / 인문학 서재 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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