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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6-02-16 오후 09:10:14 | 수정 2016-02-16 오후 09:10:14 | 관련기사 7건
- <칼럼>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지난 10일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전격적으로 발표되면서 북핵과 미사일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은 점점 시계불명으로 치닫고 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간단하다. 우리가 대북 강경제재를 솔선수범해야 중국 등도 거기에 동참할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개성공단이 북핵과 미사일의 돈줄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가동중단의 법적 근거에 대한 대답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 목적으로 행해진 행정적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과 관련된 정부의 주장은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모두 엉터리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법적 근거는 정부 스스로 ‘고도의 행정 행위’라고 옹색하게 밝히듯이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 법에 의하지 않고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한 헌법정신의 위배이자, 사실상 국제법상의 조약에 해당하는 남북경협 합의의 파기이다. 또한 개성공단 폐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강경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없으며, 이미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중국 역할에 대해 기대말라’며 실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 개발 전용(轉用) 주장의 미스테리
개성공단이 북핵과 미사일의 돈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정부는 처음에는 “우려나 추측은 있었고 얼마나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가, 이틀 만에 “관련 (증거)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발언을 번복하였으나, 자료 공개는 거부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틀 후에는 개성공단의 북측 임금과 기타 비용은 “북한 근로자가 아닌 북한 당국에 전달되고, 궁극적으로 여타 외화와 같은 흐름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이중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있다고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개성공단이 핵과 미사일 돈줄이라는 정부의 이른바 ‘전용’ 주장은 그 자체로 일종의 미스테리이다.
우선 정부는 ‘전용’과 관련한 아무런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 동북3성 지역의 저렴한 쌀값을 기준으로, 임금의 절반이 조금 못 되는 정도가 필요하고, 여기에 주거비와 의류 비용까지 추가하면 전용할 수 있는 몫 자체가 거의 없게 된다”는 현실적인 반론에는 아무런 답변을 못하고 있다.
또 정부의 전용 주장은 2013년 북한의 핵실험과 이어진 개성공단 가동중단 당시의 상황과는 전면 배치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국제법 위반으로 비난하면서 ‘어떤 정세에도 상관없이 개성공단 가동을 지속하겠다’는 남북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원칙의 승리’라고 홍보하였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개성공단이 북한 핵개발의 돈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13년에는 ‘어떤 정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하지 말자’고 주장한 셈이 된다.
더구나 전용 의혹이 문제라면 이는 개성공단 자체를 폐쇄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대금 지불방식의 변화 등으로 전용 의혹을 차단하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 ‘개성공단은 유엔 대북제재와는 관련이 없는 사업’이라고 주장해왔던 정부 논리의 연장선에서 보면 이런 조치가 가장 상식적이다.
전쟁 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따라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핵 개발로 전용되는 북한 돈줄 죄기’만의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사실상 정상적인 무역과 상거래까지 봉쇄하겠다는 조치이고, 결국 그 목표는 북한의 정권교체와 붕괴를 위한 ‘포괄적 대북봉쇄’의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부분의 ‘제재’이지 북한의 대외거래 자체를 막으려는 ‘봉쇄’와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부의 ‘포괄적 봉쇄’ 시도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정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분명하다. 남북 간의 긴장과 대치는 점점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의 갈등과 신냉전이 가속될 것이고 한국은 대립의 최전선에서 모든 정치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한국이 앞장서고 있는 대북봉쇄는 미국의 대중봉쇄와 연결되는 것이고, 중국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1차 목표는 결국 북한의 중국 긴박(緊縛, tethering) 혹은 중국의 북한 연루(連累)를 약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중국 긴박이 약화될수록 한반도에서 한.미의 북한 지도자에 대한 ‘참수작전’ 혹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공격’이 보다 쉽게, 부담 없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개성공단 폐쇄와 같은 ‘봉쇄’ 이후의 수순, 즉 군사력을 통한 북핵 혹은 북한 문제의 해결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상황을 의미한다.
‘전쟁을 만드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논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라고 말하면서, 공격당할 것 같으면 먼저 이쪽에서 공격한다라고도 말하게 됩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정말 몇 안 되는 정부 사람들이 결정해도 된다는 규정을 만듭니다. (…) 정부가 전쟁을 한다거나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고 정하면 TV와 신문과 라디오는 정부가 발표한대로 말하게 됩니다. 정부에게 나쁜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만듭니다. 모두가 평상시부터 전쟁이 났을 때를 위해 연습을 합니다.”(일본 애니메이션 “전쟁을 만드는 방법”)
이미 정부여당 내에서는 ‘일전 불사’에 ‘전시 비상행동지침’같은 전형적인 ‘전쟁을 만드는’ 주장이 흘러넘치고 있다. 게다가 정치군사적인 북한 자극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북한의 전쟁 위협은 이미 ‘슬금슬금 부활하고 있는’ 파시즘(creeping fascism)에 더 좋은 명분을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남북대결과 파시즘은 쌍두마차와 같다.
‘김정은만 제거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고, 우리가 먼저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런 정부와 여당 대신, 전쟁과 파시즘의 고리를 끊어낼 정상적인 국정운영체제로 복귀시키는 것이 우리 시대 통일평화운동의 큰 숙제가 되어버렸다.
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이승환은 1958년 경북 포항에 태어나, 고려대 경제학과, 경남대 북한대학원(정치학 석사)을 거쳐 경남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이승환은 통일맞이 정책위원장, 열린정책연구원 정치아카데미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이며, 또한 민화협 집행위원장,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5년여에 걸쳐 남북 민간교류 활동을 전개해왔으며,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6.15남북공동행사 등을 진행해왔다.
그가 쓴 글로는 “문익환, 김일성 주석을 설득하다”(창작과비평, 통권 143호, 2009), “6월항쟁 20년, 남북 및 북미 관계의 변화와 통일담론”(창작과비평, 통권 137호, 2008), “2000년 이후 대북정책담론 연구”(북한대학원,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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