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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1-09 | 수정 2007-01-09 오전 7:52:09 | 관련기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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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첫 날은 잠만 잤습니다. 담배 생각이 날까봐 눈이 떠지면 또 곧바로 잠을 청했습니다. 무사히 하루가 지났습니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눈만 감으면 잠이 왔습니다.
둘째 날은 약속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약속 장소인 삼겹살 집에 들어서자 담배연기가 자욱했습니다. 후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머리를 감싸 쥐어야 했습니다. 머릿속이 윙윙 거리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흡사 세포들이 빨리 연기를 넣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듯 했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후배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웃어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던 모양입니다. 후배는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저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후배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일어서 버렸습니다. 나중에 후배는 "그날 선배의 그렇게 무서운 얼굴은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저는 술집을 나와 뛰다 걷고, 걷다 뛰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맹세 했습니다. 담배를 끊을 때까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셋째 날은 산에 올랐습니다. 깨어 있으면 담배 생각이 나니 몸을 혹사시켜야 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남한산에 올라 무조건 걸었습니다. 지쳐서 고꾸라질 때까지 산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밥을 씹으니 달았습니다. 밥맛이 달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너무나 고단해서 눕자마자 잠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이런 저런 꾀를 내어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텼습니다. 도저히 그냥은 담배의 유혹을 이길 수 없어 금연초라 불리는 가짜 담배를 피웠습니다. 생풀을 태우는 냄새가 나는 가짜 담배는 빨았다 하면 진저리가 치도록 독했습니다. 온갖 이상한 맛이 다 배어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순수한 담배맛이 그렇게 그리웠습니다.
"진짜 담배에 지포라이터로 불을 붙여 한 모금 쪼옥 빨았으면…… 완전히 끊기보다 는 식후 한 대 씩만 태우면, 아니 하루에 한 대만……"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러자 여기서 중단하면 지금까지 투자한 것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루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가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들이 불러서 나갔습니다. 술좌석이었습니다. 니코틴과 알코올은 형제, 아니 애인이라서 둘이는 죽고 못 사는 사이라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밤마다 술좌석에서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웠거든요. 그럼에도 그 위험한 술자리에 나갔습니다. 저에게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술을 들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담배 생각을 잊을 만큼 흠뻑 취하기로 했습니다. 담배 생각나면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얼마나 들었는지 모릅니다. 엄청 취해서 마침내 뻗었습니다. 깨어보니 집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또 하루를 무사히 지냈습니다.
보름이 지나니 담배 없이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그러나 담배 생각은 여전히 간절했습니다.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옆집 아저씨의 담배 연기 냄새가 그렇게 구수할 수 없었습니다. 꿈속에서 담배를 피우다 스스로 "안 돼!!"하며 잠에서 깬 적도 있었습니다.
요즘도 담배 연기가 싫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힘들게 담배를 끊었기에 담배를 입에 대기가 무섭습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친구들이 비아냥거립니다. "글 쓴다는 놈이… 그래, 담배 끊고 너 혼자 오래오래 잘살아 보라"고요. 그러나 분명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담배만 피우는 `연기에 갇힌 세상"을 살다가 금연을 하면 `연기 없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연,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그 몸부림만큼이나 보람도 큽니다. 힘내십시오. 글이 길어졌습니다.
〈아침글밭 김택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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