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자유기고가
미끈유월. 어정칠월. 건들팔월 깐깐 구월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언급된 달은 모두 음력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절기 개념이다. 여름휴가가 한창인 8월 초가 입추다. 한창 더운 가운데 가을 기운이 일어선다. 아직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데 가을이란다.
초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 중후에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말후에는 쓰르라미가 운다고 한다.
한낮엔 너무 뜨거워 일하기 힘들고 뼈를 녹이는 더위가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가을이란다.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달게 받으며, 곡식들은 영글기 시작한다.
24절기에서 무더위에도 자연의 흐름을 읽고 입추라 했으니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입추가 지난 뒤에는 어쩌다 늦더위가 있기도 하지만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때부터 가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때에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김장에 대비한다. 이 무렵에는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한가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거의 전국적으로 전해진다. 이 말은 5월이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임을 표현하는 “발등에 오줌 싼다.”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김흥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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