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 자유기고가
선물이 뇌물이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떤 상호관계, 반환, 교환, 대응 선물, 부채 의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데리다
국회의원 회관에 선물이 넘쳐나고 있다. 그들의 권력에 기대 뭔가 한건 하려는 세력들이 보낸 것일 것이다. 정기국회만 해도 그들에게 선물이 몰릴 텐데, 추석까지 겹쳤으니 선물을 빙자한 뇌물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겠는가.
국회의원, 장차관, 공기업 임원 이상은 선물을 주면 바로 뇌물로 간주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선물은 사람들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뭔가를 주고받는 행위를 인류사회를 지탱시켜온 대원칙”이라고 했다.
선물 주고받기엔 세 가지 의무가 내재돼 있다. 선물을 줘야 하는 의무, 받아야 하는 의무, 언젠가는 보답해야 하는 상호성의 의무다.
선물은 공짜가 아니다. 선물이 경우에 따라 뇌물로 변질되는 요인이다. 뇌물(賂物)은 대가를 바라는 선물이다.
하나를 주고 열을 받겠다는 심보가 깔려 있다. 기업가 공무원 정치인이 뇌물의 삼각관계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일종의 독약이다.
선물과 뇌물을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차이가 있다. 일단 받고 나서 잠이 잘 오면 선물, 잠이 오지 않으면 뇌물이다. 현재 직위를 옮겨서도 받을 수 있으면 선물, 그 직위에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으면 뇌물이다.
견득사의(見得思義)다, 얻은 것을 보면 그것이 옳은가를 생각하라. 일체의 대가 없이 선물을 줘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선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명절 때 선물을 주고받는 건 예부터 행해온 풍습이다. 그만큼 좋은 날을 맞아 따뜻한 정과 감사의 마음을 나눠 왔다. 이런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웃이나 가까운 사람끼리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주고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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