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 / 자유기고가
우리의 좋은 말이 북한에서 사용하거나 활용하는 말을 쓰면 간첩으로 보던 불온한 시절이 있었다. 대표적인 말이 동무다. 친구, 벗, 동무 등 같은 말인데 동무를 쓰면 무슨 사상범처럼 오해받아 사용하길 꺼린다.
민중도 그러한 단어가 됐다.
2013년 11월 5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 “통합진보당 강령의 내용이 헌법의 국민주권 조항과 뭐가 달라서 위헌이냐”고 물었다.
정 총리는 헌법에는 국민주권이라고 명시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이라는 말은 일반적인 용어지만 통합진보당이 자기 강령에 명시한 민중이라는 용어는 “사회주의적”이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민중이라는 용어가 사회주의적 용어라니 말이 아닌 소리다. 다른 사람이 아닌 국무총리가 사석이 아닌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민중이라는 용어가 사회주의적 용어라고 말한 것은 상식을 파괴한 충격발언이다.
민중
1941년 11월 28일에 채택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에 나온다. 1948년 5월 31일에 열린 제1차 제헌국회에서 초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현정권의 국사편찬위원장이 존경한다던 이승만의 개회사에도 민중이라는 말이 4번 나온다.
이승만 당시 국회의장 개회사
“군주정치시대에는 정부 당국들에게 맡기고 일없이 지냈지만 민주정체에는 민중이 주권자이므로 주권자가 잠자코 있으면 나라는 다시 위험한 자리에 빠질 것”이라고 하면서 민중주권론을 설파한 바 있다.
사회주의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느낀 이승만도 민중이라는 말을 그처럼 제헌국회에서 여러 차례 썼다. 민중이라는 말이 사회주의적 용어라니 억지도 그런 생억지가 없다.
민중은 역사를 창조해온 직접적인 주체이면서도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회적 실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민중은 고정된 계급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역사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파악되는 유동적인 계급·계층의 연합이다. 따라서 계급·계층·시민 등 여러 개념을 포용하는 상위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중'은 담론영역에서 민중문학·민중신학·민중불교·민중미술·민중가요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있어 지적·문화적 힘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고 있다. -임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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