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 / 자유기고가
(1)2008년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조 원 사상 초유 부실투자
(2)투자의 주체는 ‘한국투자공사", KIC, 배후는 기획재정부.
(3)투자를 주도한 건 KIC 아닌 모피아
(4)한국투자공사는 ‘거수기’, 투자주도는 ‘재경부’
(5)1조 원 날렸어도 책임자들은 ‘승승장구’
(6)국민 세금 우습게 아는 자들
(7)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잘살고 잘나가는 게 이상한 나라
(8)범죄경영학적으로 문제적인 나라
(9)국정조사 ,관련자 처벌, 구상권 행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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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4일 투자공사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회의 전에 이미 재정경제부는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재경부는 KIC가 메릴린치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당시 투자공사에 있던 투자 제한 사항을 모두 삭제했다.
투자에 필요한 법률 자문료 같은 소요경비도 투자주체인 KIC가 아니라, 재경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것은 모두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당일 오후에 이뤄졌다.
회의는 순탄치 않았다.
총투자금액에 비해 한 곳에 너무 집중 투자하는 것에 대해 운영위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그러자,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 대신 참석한 조인강 금융정책심의관이 15분 정회를 요청한다.
그리고 따로 위원들을 설득했다.
회의가 재개됐고, 결국 투자가 결정되기에 이른다. 결국, 투자결정을 재경부가 주도했고, KIC 운영위원들은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회의 말미에도 운영위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안건 검토 시간도 없었다’, ‘다음에는 졸속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에 대해 당시 홍석주 KIC 사장은 절차의 미비점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사과했다.
한 운영위원은, KIC가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를 회의도 하기 전에 외부에서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운영위원들은 배제돼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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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부실투자 주범들 모두 승승장구
이 같은 부실투자를 주도한 책임자들은 투자가 실패로 드러난 이후에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영전하며 승승장구했다. 자체 특별 감사 결과, 이들에게 해임은 물론 민형사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투자결정과정에 참여했던 당시 KIC 감사는 지금 KIC 사장으로 재직 중이고, 당시 경영관리 본부장에 대해선 내부 특별 감사에서 해임까지 권고했지만 1조 원대 투자손실이 난 직후 오히려 전무로 승진했다. 이어 외환은행 수석부행장까지 지냈다.
재경부 조인강 금융정책심의관은 투자 실패 이후 우리 자본시장을 총괄하는 자본시장국장을 지낸 뒤 국제부흥개발은행의 이사까지 역임했다.
이미 사표를 낸 홍석주 당시 한국투자공사 사장에 대해선 민형사 소송을 권고했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부실투자의 책임자들이 징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승진까지 한다면 나랏돈이 새는 것을 막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재정경제부가 주도해 이렇게 졸속투자결정을 압박한 진짜 이유는 뭔지, 외환보유액 1조원을 날린 투자실패인 만큼 반드시 규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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