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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2-10-02 | 수정 2012-10-02 오전 10:15:47 | 관련기사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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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녹음으로 차마 가을색 띠우지 못해도 나머지 광합성 차마 끝내지 못했음을 압니다.
그늘 더 깊어지고, 한낮 더위는 여름날의 그 기운을 잃었다고는 해도 뒤끝은 남아있습니다.
아직 밤공기 서늘한지 몰라도 계절의 경계에선 풀과 나무들은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이제 최선을 다해 마지막 씨앗 만들기와 종자 퍼뜨리기는 해야 할테죠
들깨꽃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 중 먹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들깻잎이랍니다. 생각해보면 깻잎에 삼겹살을 싸먹어도 고기향보다 깻잎향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상추쌈보다 향기로운 들깨 잎을 난 참 좋아합니다. 입맛 살리게 하는데 이보다 좋은 쌈은 없어요. 양념깻잎도, 깻잎나물도 거기에 들기름은 얼마나 고소한지요.
혹시 들깨 꽃 자세히 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한창입니다. 자세히 보면 앙증맞게 이쁩니다. 들깨 꽃도요.
개쑥부쟁이
토종들국화의 대표 `개쑥부쟁이`입니다. 사실 들국화종류를 구별하기 힘들어요. 벌개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단양쑥부쟁이에 미국쑥부쟁이, 국화과 왕고들빼기까지.. 아니 그보다 더 많습니다.
그 와중에 보기만 해도 설레게 하는 매력적인 `개쑥부쟁이`가 왕성한 번식력과 강인한 생명력으로 당당하게 우리네 산야를 수놓습니다.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아침과 저녁이면 또 느낌이 다른 `개쑥부쟁이`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가을 심하게 타기 전 그나마 따가운 태양 속에 피어나는 이 녀석이 지고나면 그때부터 정말 쓸쓸한 계절이 되는 거죠. 올해 작심하고 들국 종류 구분을 해봐야겠어요. 지금부터 아주 늦가을까지 개쑥부쟁이가 피어납니다.
쑥꽃
이 꽃 이름을 아시나요? 알아보시겠어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알만한 풀꽃입니다. 봄이면 된장 풀어 국을 만들어 시원한맛 나른한 봄 입맛 살려주기도 하구요. 개떡을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바로 `쑥꽃`이에요. 알아보시겠어요? 우리네 친근한 쑥, 새순 올라 올 때는 알아보지만 이렇게 가을 녘 꽃피어 하늘거리면 또 어떤 풀꽃인지 알아보기 힘들죠.
다시 한 번 알려드릴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쑥꽃, 작고 앙증맞아도 자세히 보면 정말 예쁘답니다.
눈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에요.
괴불주머니는 부녀자나 아이들이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는 노리개의 옛 이름이랍니다. 그 노리개의 모습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 `괴불주머니`라는 거죠. 그럼 `눈`은 뭐냐구요? `누운`이라는 뜻입니다. 나무와 풀이름에 `눈`이 들어갔다면 누워 자라는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눈괴불주머니는 가을의 전령사랍니다. 대부분의 괴불주머니종류가 봄에서 여름사이에 피어나는데 반해 눈괴불주머니는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초입에 피어오릅니다. 습기가 많은 물가근처 산 오르기 전 만나는 눈괴불주머니가 한창입니다.
페퍼민트 박하
우리 동네 생태공원에 페퍼민트 박하를 심어놓았어요. 요즘에 외래종 페퍼민트 박하꽃이 한창입니다. 작년에는 날 좋은날 잎을 따서 말린 후 생태문화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판매 한 적도 있었습니다. 가만 보니 잎을 잘 말리는 것이 중요했어요. 잘못하면 상하거나 너무 바싹 말라도 안 좋은 듯 했습니다. 잘 말린 박하 잎은 그 향이 좋아서 우리 동네 유독 많은 커피숍 허브차로도 손색없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박하 잎에는 멘톨(menthol)이라는 성분이 있어 향료로 쓰입니다. 누구나 알만한 향이지요. 생태공원 박하를 이렇게 잘 키워준 후배가 얼마 전 나이차 많은 사무실후배와 결혼을 했습니다. 올해 유난히 박하가 잘 자라 꽃도 만개 한 걸 봐서 어쩌면 조금은 이른 산부인과 방문 할 것 같은 예감이듭니다. 올해도 후배 녀석 따라주는 박하차 맛 볼 수 있으려나..
맨드라미
꽃보다 네발나비가 먼저보입니다. 성충인 상태로 겨울을 나는 나비, 두개의 다리가 퇴화되어 네 개의 발만 가진 것처럼 보이는 나비, 풀숲 종아리 상처 나게 하는 `환삼덩굴`을 유충상태에서 먹어치우는 나비. 함평나비축제의 주인공이었던 네발나비.
오늘은 닭의 벼슬 닮았다는 맨드라미꽃위에 앉았습니다. 요즘에는 맨드라미가 많지 않습니다. 그 전에는 어디서든지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맨드라미꽃으로 효소도 만들고 술도 담근다고 한답니다. 가을날 타는 듯 붉은 꽃 맨드라미와 네발나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환삼덩굴
▲ 환삼덩굴 암꽃
▲ 환삼덩굴 수꽃
반바지만 입고 숲속에 들어가면 영락없이 조금은 굵게 붉은 줄 상처가 납니다. 이런 상처를 내는 녀석이 바로 ‘환삼덩굴’이에요. 네발나비 유충이 좋아하는 풀이죠. 삼이라고 이름 붙은 풀꽃들은 대체로 잎이 다섯 개로 갈라져 있죠. 환삼덩굴 잎도 그렇습니다.
햇빛 좋아하는 특성상 양지바른 둔덕, 그늘 없는 곳에서 칡과 경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태계에서는 동일 지위에 있는 종은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 어렵다죠? 경쟁에서 이기는 종이 그 공간을 차지한답니다.
논둑, 밭둑 왕성한 기세로 점령하는 ‘환삼덩굴’ 암놈과 수 놈 꽃이 다릅니다. 어디에도 쓸 곳 없어보여도 혈압을 내려주고 폐를 튼튼하게 하면서도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준다고 본초강목에도 나와 있다는 군요. 참 세상에 쓸모없는 풀은 없나 봐요.
이광희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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