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과테말라의 눈물' 가치 있는 성취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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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과테말라의 눈물' 가치 있는 성취를 꿈꾸며

고성 인터넷뉴스  | 입력 2007-07-11  | 수정 2007-07-11 오전 8:30:25  | 관련기사 건

▲ 곽일규 유치위원회

홍보제작팀

2014유치도전에 실패했지만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느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온 부분들에 대해 과테말라 총회까지의 과정들을 간단하게나마 돌아보고자 한다.


필자는 유치위원회 직원이기 이전에 평창군이 고향인 한 주민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준 분들에게 안타까움과 고마움을 전하려는 것이다. 또한 우리들의 노력은 헛되이 묻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강원도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경험임을 알리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노력 그리고 성과


필자가 동계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것은 `99년 2010년 도전 준비단계에서 강원도청 기획관실에 근무할 때 잠깐 접하고, 2004년 3월 국제스포츠위원회로 발령이 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동계올림픽 유치업무를 추진하게 되어 현재까지 3년 4개월여가 지나갔다.


그동안 2004년부터 기획부와 홍보부를 거치면서 법인운영 업무와 홍보업무 등 여러 가지 업무를 접했기에 같이 근무하는 유치위원회 직원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4년 유치 도전만 보면 2004년 12월 국내문제를 정리하기까지 유치위원회 직원들은 너무나 많은 노력과 열정을 기울였으며. 국내문제 정리이후 2005년 3월 창립총회를 거쳐 유치위원회 틀을 구축하고 유치 도전에 실패한 현재까지 2년 3개월여 동안, 유치위원회 전 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공휴일 없이 밤낮으로 가정을 뒤로 한 채 헌신하여 왔음을 어떠한 말로도 표현 할 수 없다.

 

▲ 개최지 발표 직전

자기 일 뿐만 아니라 타 부서의 일이 바쁘면 말없이 서로 도왔고, 최고 최상의 올림픽을 만들기 위한 토론과 전문가회의,  IOC위원들에게 효과적 홍보를 위한 세밀한 전략들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 하느라 정말 세월 가는 줄 모르게 일해 왔다.


특히 강릉시, 평창군, 횡성군, 정선군 등의 시군에서 파견되어 가족과 떨어져 자취 생활을 하며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고생하고 돌아간 직원들에게도 새삼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모두가 도전이라는 명제를 안고 역사의 한 순간에 같이 서 있었으며 궁극적으로 강원도의 발전을 앞당기는 험난한 길목에서 너무나 많은 역할과 고생을 해준 분들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 2월 IOC 현지실사 평가에서 최고 최상의 올림픽을 개최할 경기장 여건과 합당한 비전이 마련되어 있다고 3개 후보 도시 중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우리는 이러한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결과에 만족했다.


과테말라로의 출발.. 


결정일을 얼마 앞두고 IOC 총회가 열리는 과테말라 시티로 가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지금까지 노력하여 만든 홍보물과 준비계획, PT자료 등 하나하나 정성껏 포장하여 화물트럭에 실었다. 우리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 줄 보물들이다.


현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면서 트럭을 출발시키고 우리는 6.29일 07시 도청 앞에서 직원들과 주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경춘국도를 달리는 버스안은 적막만이 흘렀다. 이른 시간인데도 잠을 자는 사람하나 없다. 평소에 아침잠이 많은 필자도 잠이 오지 않았다. 경춘국도변의 물안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뿐이었다.


인천공항은 취재 나온 방송사들로 시끌벅적했다. 여기저기서 “예스평창”의 함성이 들려왔다. 우리는 대표단들의 출국수속을 서둘러 마치고 탑승 게이트 앞에서 “예스평창”을 목청껏 외친 후 대한항공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이 흘러 나왔다. "국민들의 유치열망을 마음속에 다시 한 번 새기는 의미에서 동계올림픽 관련 영상을 시청하시겠습니다."란 멘트였다. 스스로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의지를 굳건히 하기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현지실사 평가 영상, 드림프로그램, 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을 시청하는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적막 속에서 영상들을 시청하는 눈들의 반짝임을 엿 볼 수 있었다. 과테말라가 가까워질수록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다. 19시간의 비행 여정이 짧게만 느껴졌다.


과테말라현지에서의 총성 없는 전쟁


과테말라 현지에 도착하여 먼저 도착한 선발대의 도움으로 짐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현지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과의 시차는 하루 늦고, 오전과 오후가 바뀌는 15시간의 차이로 직원들은 많이 힘들어 보였다.  필자는 미디어 Conference Room을 운영하면서 일일 브리핑, 국내방송사와 언론사들의 취재 지원, 외신 동향 파악 등을 담당하였다.  


미디어 룸은 24시간 운영하였다. 외신들의 동향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국내와의 시차로 방송사 및 언론사 기자들은 거의 24시간 원고를 작성 송고하느라 하루에 2~3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다.


이틀 정도 지나자 눈에는 졸음이 가득하고 형상들이 말할 수 없이 초췌해 졌다. 새벽 시장기를 달래 주는 데에는 컵라면과 김치가 최고였다. 가져간 김치는 고도 차이와 산소량의 차이로 이틀 정도 지나 모두 터져 버렸다.


이렇게 진행하던 중 외신에서 마타도어가 흘러 나왔다. 한 후보도시에서 근거 없는 비방을 시작한 것이다. 특정 후보도시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평창에게 충분히 불리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유치위원회 지휘부는 신속히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밤늦게까지 고심했으며 적절히 대응하였다. 숨 막히는 몇 시간 이었다. 자칫 상대후보도시 전략에 말려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이었다.

 

▲ IOC총회 개막식 장면

소치는 도를 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9대의 항공기로 파견된 서포터즈, 대규모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 현지 아이스링크 설치 등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듯하였다. 이에 대해 IOC는 현지에서의 어떠한 홍보도 금지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아이스링크에 IOC위원들의 출입만 금지시켰을 뿐 소극적인 조치만을 취하였다.


오스트리아 잘츠브르크와 평창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유치 홍보전을 펼쳤으며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소치의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올림픽 정신을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털어 놓기도 하였다.


결정일을 하루 앞두고 세계 주요 외신들은 명분과 비전 등 모든 여건으로 보아 평창이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있었다. 잘츠브르크는 약물문제와 주민들의 소극적인 지지, 소치의 경기장 건설문제와 환경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평창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때가 떠올라 좋은 이야기 들으면서도 더욱 긴장이 되었다.


결정일 당일 과테말라의 태양이 떠올랐다. 아침부터 모두가 분주하다. 우리는 3번째로 프리젠테이션 하게 되어 있었다. 프리젠터들은 리허설을 통해 최고의 컨디션을 가지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 우리는 서둘러 총회가 열리는 웨스틴까미노 호텔 내 미디어 가든에 2명을 고정 배치하여 평창의 홍보물들을 집중 배포하였다. 평창은 현지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 서포터즈들도 자리를 잡고 응원준비에 열심이다. “뼝창”을 외치는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의 목소리는 우리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주는데 충분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


우리는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과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모든 것을 하늘에 맡겼다. 드디어 1차 투표에서 잘츠브르크가 떨어지고 소치와 평창이 2차 결선 투표에 올랐다.


그러나 개최지가 발표되는 순간 우리는 과테말라 하늘아래에서 고개를 떨구었고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 내렸다.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 눈물이 흘렀다. 소리 내어 흐느끼는 서포터즈들을 바라보며 더욱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한 우리 대표단을 향해 현지 교민들은 큰절을 했다. 가슴이 매여 와 견딜 수가 없었다. 따스한 아침 햇살에 눈을 떴을 때도 아쉬운 마음에 눈물만 흘렀다.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개최지 발표 직후

인천공항에 마중 나와 주신 여러분들 앞에서도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위로와 격려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냉엄한 국제스포츠계의 현실, 국력, 외교력, 정치현실, 세계경제 구조 등 의문이 가는 무수한 단어들만이 뇌리를 스쳐 갔다. 아름다운 패배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최고 최상의 올림픽과 진정한 올림픽 무브먼트를 실현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던 유치위원회 직원들과 전문가들, 全국민은 물론 특히 강원도민들의 열정적인 노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IOC가 진정한 올림픽 정신과 함께 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륙별, 국가별, IOC위원별, 정치 등의 이해관계에서 결정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고, 이번엔 도가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다.


더 큰 꿈 이루기 위한 밑거름...


그러나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최선을 다해 싸웠으며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세계의 어떠한 정치 논리와 권력도 우리들의 노력만큼은 쉽게 폄하하려 들지 못할 것이다.


비록 올림픽의 숭고한 이념을 뒤로한 채 유치가 실패로 끝났지만 그간 우리 유치위원회 직원들이 쏟은 열정과 노력들은 그냥 여기서 사장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남아 지역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더 큰 꿈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강원도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로 지역발전을 위한 어떠한 새로운 도전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그만한 자신감과 담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아주 큰 유산이다.


무엇이든 어렵게 성취한 것은 그 가치가 더욱 더 빛나게 마련이다. 과테말라로 떠나기 전 짐을 꾸리면서 직원들과 유치가 성공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모두 한가지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냥 푹 쉬고 싶고, 자녀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평창군이 고향인 필자는 고생해 준 이들을, 우리가 늘 함께 이야기 했던 동계스포츠의 메카 천혜의 자연환경이 살아 숨 쉬는 평창으로 초대하여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정신적인 지주이며, 항상 강력한 힘이 되어 준 국민과 강원 도민의 뜨거운 열정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와 위로를 드린다.

 

원주인터넷뉴스(wji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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