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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7-22 오전 07:25:52 | 수정 2013-07-22 오전 07:25:52 | 관련기사 18건
완연한 여름, 숲에는 가을풀꽃들이 고개를 든다
지난해 8월부터 풀꽃이야기를 연재해 왔습니다. 2012년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 들어서면서 시작해서 이제 완전한 1년을 채우고 2013년 올해 여름풀꽃 까지 소개를 했습니다. 그동안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풀꽃들을 함께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마지막 회 풀꽃이야기를 준비하면서 혼자 오르곤 했던 보은의 구룡산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이번 주와 다음 주가 휴가의 절정이 될 것입니다만 숲속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짙은 녹음 가득한 숲 속 성질 급한 초가을 풀꽃들이 준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은 누가 뭐래도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순환하고 제 계절 맞이할 녀석들의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1년 동안 풀꽃 소개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생태계의 순환을 눈여겨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꼼꼼하게 봐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1년 연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고성인터넷뉴스에 감사드립니다.
등골나물
잎줄기가 깊이 패여 등골을 이룬다고 등골나물이라고 했답니다. 등골나물종류도 다양한데 산속에서 만난 이 녀석은 아마 우리산야 잘 자라는 등골나물인 듯 합니다. 잎을 보기에도 어린순 나물로 먹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꽃 생긴 모양이 언뜻 보면 우산나물과 비슷해 보입니다.
꽃잎보다는 꽃술 키우는데 더 공들인 듯 합니다. 사람보기에 꽃잎 화려한 모양은 아니지만 곤충들에게는 아주 좋았나 봅니다. 꽃들마다 이놈저놈 딱정벌레종류면 다양한 벌레들이 꼬여들어 있더군요. 사람눈치 볼 필요 없이 필요한 모양 전략적으로 진화하는 거지요.
물 양지꽃
물가 쪽 습기 많은 곳에 이맘때 볼 수 있는 물 양지꽃입니다. 거친 풀들 우뚝우뚝 키 자랑하면 한여름 햇빛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곳에 물 양지꽃이 당당하게 한쪽을 차지하고 군락을 이루고 있더군요. 어차피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겁니다.
특별한 교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자신만의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거지요. 일단 성장을 위한 생존이 우선이고 살아갈 만큼 조건이 되면 꽃을 피우고 번식을 준비하는 겁니다. 어떠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존재 한 이상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겁니다. 우아한 숲속은 없는 겁니다. 치열한 생존경쟁과 그 속에서 자신의 종을 번성시키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만이 필요한 것이지요. 적어도 숲 생태계에서는..
누리장나무
잎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누리장나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산속에서 작은 날벌레들이 다가들면 누리장나무를 꺾어 흔들면 나무의 냄새 때문인지 흔들리는 잎 때문인지 날벌레들 다가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방법을 씁니다만 주로 누리장나무나 혹은 산초나무를 활용합니다.
완전 여름철 꽃이 피는데 꽃향기는 또 다릅니다. 아주 나비와 벌들이 향기에 취해 다가들고 각종 벌레들도 다가옵니다. 누리장나무는 사실 웬만한 산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답니다. 커다란 잎사귀에 작은키나무로 자라거든요. 이맘때 뱀처럼 꽃술 길게 내어 문 모습으로 피어있습니다.
2005년도 대한민국 전통염료시리즈 우표에 누리장나무가 등장합니다. 열매에서 옥색 염료를 얻는다는군요. 옛날에는 중요한 염료로 활용된 소중한 나무였답니다.
산초나무
산초기름으로 두부를 부쳐 먹으면 맛이 아주 좋습니다. 산초기름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두부부침이 비싼 음식이 되는 거지요. 숲 해설가협회 사무국장을 하면서 이곳저곳 구경도 다니고 여기저기 방문도 자주 할 당시에 막걸리 한 사발과 산초기름에 노릇하게 구운 두부 안주로 비내리는 날 옹기종기 모여앉아 풀꽃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때가 그립습니다. 산초만 보면 그 생각이 납니다.
산초에는 구충작용과 기침을 멈추는 효능이 있어 옛 부터 여러 용도로 활용했다지요. 추어탕에 넣어먹기도 하는데 사실은 더운 지방에서 나는 "초피"가 산초보다 더 강한 향이 있어 그것을 사용합니다. 제주도에 가서 물 회를 먹는데 잎사귀까지 잘게 썰어 넣어주는데 향이 강해서 먹기 힘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요즘 산초 꽃이 한창입니다. 산초만 보면 생각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올 여름에는 시간 좀 내서 산초기름에 두부부침과 막걸리 한 사발 꼭 해야겠습니다. 한잔 하실 분 계신가요? 산초기름 값 만만치 않은 점은 알아주세요.
에키네시아
루드베키아종류의 에키네시아라는 허브식물입니다. 요즘 자주 보이기에 소개합니다. 북미원산으로 약용과 관상용으로 심는다고 하는데 최근에 많이 심습니다. 가만히 보면 오후쯤 되면 잎이 밑으로 쳐지는 것 같습니다. 원래 조금은 쳐져 있어 그런가보다 했는데 저녁때면 더 심하게 쳐지는 듯 합니다. 꽃잎뿐만 아니라 통꽃들도 아름답습니다.
칸나
칸나종류는 정말 많습니다. 색도 다양하고 커다란 잎과 줄기에 꽃도 다양합니다. 그나마 사진 속 이 녀석이 원래 칸나 종에 가깝습니다. 칸나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나는 일본만화가 생각이 납니다.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20세기 소년"에서 여주인공 이름이 "칸나" 였거든요. 물론 주인공 이름은 켄지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때부터 이 녀석을 볼 때마다 그 일본만화가 생각이 났어요.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에 맞서 싸우는 내용입니다. 만화라고 쉽게 보면 안되는 거 아시죠? 일본에서는 만화가 나오면 만화영화가 만들어지고 실사 판 영화까지 나오죠.
칸나는 추위에 약합니다만 생명력은 질겨서 공해에도 강하죠. 잎이 크고 짙은 녹음으로 우거진 7월 말부터 타는 듯한 빨간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존재감 확실한 원예종 꽃입니다. 길가 조경용으로 추천합니다.
해바라기
어린 시절 우리 동네 해바라기 밭이 있었습니다. 남들은 집둘레에 몇 줄기 심어두는 정도였는데 그 곳 해바라기 밭은 개활지에 아주 넓게 조성됐습니다. 키도 잎도 커서 해바라기 밭으로 들어가 있으면 아무도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으로도 좋았고, 해바라기 줄기는 칼쌈놀이에 아주 적당했습니다. 거기에 해바라기 한 개면 며 칠 간의 간식으로 충분했습니다.
중국에 간적이 있는데 해바라기씨를 판매하더군요. 어린 시절 추억의 간식꺼리라 생각하고 사먹었는데 양념이 돼 있었어요. 결국 어린 시절 추억 흉내만 내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권력만 쫒아 다니는 정치인을 비하할 때 해바라기라고 비아냥거립니다. 내 어린 시절 추억의 해바라기를 좋지 않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썩 좋지마는 않습니다. 그래도 권력만을 쫒아 국민과 국가를 외면하는 정치에 대한 경계의 의미에서 해바라기를 떠올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야지요.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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