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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4-15 오전 07:34:44 | 수정 2013-04-15 오전 07:34:44 | 관련기사 18건
우리 동네 연둣빛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내내 봄비와 꽃샘추위가 봄 오시는 날 저지하려는 마지막 몸부림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봄꽃은 피어나고 꽃 진 자리에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꽃그늘과 향기에 취하고 연둣빛 봄날에 개나리 노란세상으로 피어나더니 조팝나무 하얀 꽃이 세상을 뒤덮는 중입니다. 이제 하루 한 종류씩으로는 다 소개할 수 없는 과포화의 상황이 도래하고 있답니다.
이제 본격적인 꽃 세상입니다.
조팝나무
봄이 오면 폭발적으로 줄기전체가 하얀 꽃송이로 덮인 조팝나무가 산야를 수놓습니다. 최근에는 아파트 관상수로 많이 심어 햇볕 잘 드는 곳부터 환하게 피어오릅니다. 가끔 싸리나무라고 우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요. 싸리나무는 콩과식물이랍니다. 조팝나무는 어울리지 않아도 장미과에요. 다섯 개의 꽃잎을 보면 바로 이해된답니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내는 식물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광합성을 통한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생산해내는 화학적 기작을 생략한 채, 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총동원해 꽃을 피워내기 때문입니다.
빛과 물과 공기를 통한 광합성으로 생산해내는 무기물의 결과로 꽃을 피워내는 게 아닌 이상, 마른가지 속 완전 쌩으로 힘쓰는 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조팝나무는 많은 봄꽃들과는 다르게 잎도 함께 피워내는 전략을 활용합니다. 하얀색 꽃만으로 뒤덮인 듯하지만 연둣빛 여린 잎들이 선후를 뒤척이며 함께합니다. 이제는 관상용, 원예용으로 우리네 생활 속까지 다가온 조팝나무의 사랑 놀음이 공개적으로 시작되는 중이에요.
층층나무순
꽃피는 봄날, 노랑과 흰색, 분홍으로만 세상이 아름다워 질수 있다고 생각하면 뭔가 2프로 부족합니다. 그럴 때 새싹을 피워내는 초록의 향연이 더 황홀하게 함께한답니다. 층층나무는 일 년씩 커가는 가지들이 무리를 이루어 마치 한 층 한 층 쌓아가듯 성장하기 때문에 이름 붙인 것 같습니다. 혹자는 아파트나무라고도 한답니다.
요즘같이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으로 극단적이 상황까지 만들어져 층층간의 반목이 이뤄지는 세상에서는, 층층나무처럼 먼저 크건 나중 크건 분명한 자기경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햇빛을 공유하기위해 기가 막히게 서로의 공간을 배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여름에 하얀색 꽃을 피워내는 큰키나무로 성장하는 층층나무, 봄날 피워내는 연둣빛 새싹이 마치 꽃송이처럼 예쁘답니다.
할미꽃
설총이 신문왕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고운얼굴과 하얀 이를 한 아리따운 아가씨가 밝고 고운 옷차림으로 사뿐사뿐 어여쁘게 걸어와 자신의 이름은 장미라면서" 대왕의 아름다운덕망을 듣사옵고 저 향내풍기는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오니 대왕께서 저를 받아주시겠사옵니까?", 그러자 또 한 사내가 베옷에 가죽 띠, 흰 모자를 머리에 쓰고 지팡이를 짚고 절름거리며 오더니 "저는 서울 밖 아래로는 아득한 들 경치를 굽어보고, 위로는 높이 솟은 산 빛을 띠는 한길 가에 살고 있사옵니다. 이름은 백두옹(할미꽃)이라하는데 대왕께서 기름진 쌀과 고기로 창자를 채우고 아름다운 차와 술로 정신을 잃고 있사오니 영사로 독을 제거해야 하며, 갈이나 사초도 버리지 말고 결핍될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화왕계의 화왕이 이야기를 통해 간신과 충신을 빗댄 교훈으로 알아들었다고 했답니다."
설총의 이야기를 듣고 난 신문왕은 자신에게 전하고자 하는 교훈으로 알고 설총을 발탁했다는 화왕계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당연히 백둥이라 불리는 할미꽃이지요.
우리네 산하 봄이 되면 무덤가 양지바른 곳에서 다소곳 고개를 떨군 채 피어나는 미나리아재비과 할미꽃이 피어납니다. 하얀 솜털로 덮여 있는 줄기와 잎을 보면서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세 명의 손녀를 홀로 키워 시집을 보냈으나 세 곳 모두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할머니가 돌아가신 길가에서 피어났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져 더욱 할머니를 떠오르게 되는 꽃. 또 꽃이 수정을 끝내고 나면 고개를 뻣뻣이 치켜들고 흰머리 같은 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모습이 할머니를 연상케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꽃 속을 들여다보면 검붉은 빛 과 노란색 꽃술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모습이 고혹적이며 매력적인 팜므파탈의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요? 겉모습과 속 모습이 전혀 다르고, 수정이 끝난 후 원래의 고고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주관적 느낌에 따라 할미꽃은 전혀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꽃임을 실감합니다.
현호색
3월부터 핀다고 하는데 저는 이제 서야 보았습니다. 현호색의 종류만 해도 열종이 넘어요. 색마다 생긴 모양마다 이름이 다릅니다. 그러나 주머니 같은 외모와 주렁주렁 열리듯 피어나는 꽃피는 모습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한다는 현호색의 이름을 보자면 생긴 모습이 종달새를 닮았다는 거겠죠?
사실 현호색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흔한 풀꽃입니다. 오늘도 내암리를 들렀다 차를 몰고 나오는데 양지바른 곳 보랏빛으로 눈에 띠어보게 됐습니다.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이밀었죠. 두어 종이 있었는데 해가 지고 있어서 맘에 들게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덩이뿌리를 약용으로 쓴다고도 하더군요. 이제부터 한동안 현호색 꽃이 피고 또 질것입니다. 이제 보기 시작한 나로서는 이제 시작인 셈이지요.
흰제비꽃
제비꽃종류가 아주 많다고 했죠? 흰제비꽃입니다. 여느 제비꽃과는 잎도 다르고 꽃 색도 다르지요. 지금쯤이면 제비꽃이 지천입니다. 가지가지 많은 종류가 다 피어나기 시작하지요. 아주 작은 풀꽃이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가을까지 피고 져 산천을 수놓을 겁니다. 흰제비꽃을 본 오늘은 하얀 마음으로 하루를 지내야 하겠죠.
알록제비꽃
제비꽃이면서 바위틈에서 피어납니다. 잎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이름이 알록제비꽃일까요? 앙증맞은 알록제비꽃을 바위틈에서 발견했습니다. 올해는 제비꽃을 다양하게 감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이 녀석 딱 하나뿐이어서 좀더 다양한 모습을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바위틈에서 피워낸 대견함으로 오늘 소개합니다. 기억해두세요. 알록제비꽃입니다.
개별꽃
우리네 산하 흔하게 자라나 나물로도 먹는다는 개별꽃이에요. 별꽃 중에서도 "개"자가 앞에 붙었답니다. 여기서 "개"는 "야생" 혹은 "들"을 뜻한다는군요. 그래서 야생별꽃, 들녘별꽃이라는 겁니다. 하얀색 꽃잎에 수술이 하나씩 붙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색색의 조화 또한 아름답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태자삼"이라고 한답니다. 덩이뿌리가 삼에 버금가는 약효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군요. 이런 말 돌기시작하면 지천에 흔한 풀꽃이라도 얼마 못가서 희귀종 되고 맙니다. 우리나라 자생종 식물들의 성분분석을 과학적으로 해놓고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 좋을듯합니다. 이거 뭐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비법이라면서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되는 풀 이야기는 그만 들었으면 합니다.
괭이눈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고 괭이눈입니다. 수정 후 꽃 속에서 작은 두개의 씨앗이 생기는데 이것이 정말 두개의 눈동자를 닮았습니다. 지금도 색은 연둣빛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습지와 계곡 근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처음 괭이눈을 보았을 때 참 신기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생긴 풀꽃도 있구나 하구요. 그런데 몇 번 피었다 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름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란색 꽃잎에 더 노란색 꽃술이 그것도 네 개의 네모진 꽃잎으로 피어오르니 말이죠. 그러다가 고양이 눈동자 닮은 두개의 씨앗이 들어차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괭이눈은 사실 무심천의 발원지로 불리는 내암리에서만 보았답니다.
꽃잔디-지면패랭이
꽃잔디라고 이른 봄부터 분홍색이며 흰색이며 다양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이 녀석을 "지면패랭이"라고도 합니다. 땅에 붙어 피어나는 패랭이 꽃이라나요. 종류가 엄청 많습니다. 개량종이라는 이야기죠. 애초부터 북아메리카 원산지라고 하고 건조한 땅에서 잘 자라며 60여종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꽃이 다양하고 예뻐서 공원 등지에서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허긴 우리 동네 생태문화관에도 심어놓았으니 공원이라고 이름 붙은 곳에는 모르긴 몰라도 모두 심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돌단풍
이른 봄 올망졸망한 꽃대가 먼저 올라오기 시작하고 이어 꽃이 피어납니다. 한국이 원산지입니다. 바위에 붙어 잘 자랄 것 같은 이름이지요?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랍니다. 이름이 왜 이렇게 붙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돌 나리라고도 하고 대체로 잘 자라서 요즘은 집에서도 많이 키웁니다. 꽃도 예쁘고 단풍잎 닮은 잎사귀도 멋집니다. 꽃말이 "생명력"과 "희망"입니다. 각광받을만한 이유가 충분합니다. 아름다운 우리풀꽃입니다.
산괴불주머니
옛날에 엽전이든 작은 물건을 넣어두던 주머니를 괴불주머니라고 했답니다. 괴불주머니를 닮은 꽃들을 이렇게 이름 붙였지요. 현호색과의 산괴불주머니는 봄에 피어납니다. 물론 여름까지 이어진답니다. 시골 길가에 피어난 것을 찍어왔어요. 사실은 이름 그대로 산에서 산괴불주머니 군락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란색으로 장관을 이루지요. 흔하기 때문에 더 귀한 풀꽃입니다.
줄기속이 비어있는 산괴불주머니는 맛이 씁니다. 독성이 있어서 나물로 식용을 할 때에는 꽤 오랜 시간 우려내야 한다는군요. 초봄에 먼저 나오는 풀꽃이라서 나물로 먹는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소금물에 우려내야 하는 거 잊으시면 안 된답니다. 허긴, 올해는 이미 꽃피었으니 내년에 어린순 나오거든 드셔보세요. 하하
생강나무 잎순
생강나무의 잎 순입니다. 이제 꽃이 지고 잎이 나오고 있지요. 마치 촛불처럼 피어오르죠. 생명의 탄생은 이렇듯 아름답고 신비롭습니다.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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