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풀꽃이야기-7월 셋째주 풀꽃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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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의 풀꽃이야기-7월 셋째주 풀꽃이야기

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7-15 오전 07:58:14  | 수정 2013-07-15 오전 07:58:14  | 관련기사 18건

 - 긴 장마, 습기 가득한 숲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은 장맛비로 연일 물난리입니다. 그 이남 지역은 국지성 소나기가 하루에 한두 번씩 쏟고 지나갈 뿐입니다.

 

숲속은 습기로 가득 차고, 녹음우거진 잎사귀는 연일 싱싱합니다. 잎이 생기를 띠면 숲속의 산소농도는 더 높아집니다. 습해도 숲에 들어서면 청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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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미터 쯤 숲속으로 들어설 때 마다 1도씩 온도나 떨어진다죠.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은 소나기 내린 후에도 숲속에 가득합니다. 비 내리는 깊은 숲속, 지난해 백두대간을 걷다가 안개 자욱한 참나무 숲의 장관을 잊을 수 없습니다.

 

꿈속에서도 보이던 그 참나무 숲에서 맞이한 장맛비까지 감동스러웠거든요. 이번 주말쯤이면 지루하던 장마가 그칠 것입니다. 올 여름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습니다.

 

 

꼬리조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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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채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 몽글몽글 피어있는 모습이 "좁쌀"을 닮아 "조팝나무"나무라고 이름 붙였나요? 조팝나무는 자생종 만해도 열종이 넘는다고도 합니다. 거기에 외래종 조팝나무까지 다양합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조팝나무 개량종이 다양하게 전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꽃이 워낙 예쁘게 피어나는데다 산성토양이든 거친 땅이든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공해에도 강하기 때문이랍니다.

 

오늘 소개하는 나무는 우리나라 산지에서 잘 보이는 "꼬리조팝나무"입니다. 장미과의 떨기나무로 아파트와 공원 조경수로 많이 보입니다. 수술이 꽃잎보다 더 크게 꽃잎 밖으로 튀어나와 뭔가 정리되지 못해 보입니다. 거기에 작은 꽃들이 뭉쳐져 한꺼번에 피어나면 그냥 한눈에 몽실몽실하게 뭉쳐 보이죠. 화려한 꼬리조팝나무가 숲속 분홍드레스를 차려입고 화사하게 등장하는 계절.

 

 

꽃 댕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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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맹산에는 자생하는 댕강나무가 있다는 군요. 꽃을 꺾으면 "댕강"하고 소리가 난다고 "댕강나무"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댕강 나무는 중국 댕강나무의 원예종이구요. "꽃댕강나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아벨리아라고 알려져 있답니다.

 

영국인 의사 "클라크 아벨"을 기념해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풀꽃소개를 하면서 유럽 쪽, 특히 영국에서는 중요인물들을 기념해 꽃 이름을 붙인 것을 간간히 볼 수 있습니다. 학명으로 붙이기도 하고, 향명-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으로도 사람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 것이죠. 만약 저를 기념하기위해 이름 붙여주신다면 꼭 "상수리나무"를 선택해 주세요. 그냥 "참나무"로 통칭해도 좋습니다. 그냥 혼자 하는 이야기이니 굳이 따지지는 말아주시는 센스....

 

언젠가는 우리도 평안남도에 피어난다는 댕강나무를 볼 수 있을 겁니다. 향기 좋고 초여름부터 몇 달간 피고 지고 피고 지고해서 꽤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원예종 "꽃댕강나무"는 미동산 수목원에서 볼 수 있는데, 몇몇 아파트 조경수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냉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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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높은 산에서 자라는 "냉초"가 수목원에서 활짝 꽃을 피었습니다. 설악산이나 평안북도, 함경남도와 북도 등 추운 날씨에 잘 자란다고 "냉초"라고 이름 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삼과답게 꽃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피어납니다. 약초로 잘 알려진 냉초는 이름 그대로 냉한부위와 냉증 등에 약효가 있다고 합니다.

 

 

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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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무향기가 진동합니다. 속리산 법주사 대웅전앞마당에 피나무가 심겨져 있습니다. 다른 절 마당에서도 가끔 피나무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보리수아래에서 성불을 했다죠. 우리나라 보리수와는 전혀 다른 나무로, "피나무"와 비슷한 종류의 나무를 그곳에서는 보리수로 불렀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절 앞마당에 심어놓은 피나무가 사실 낯설지는 않습니다.

 

피나무는 잎사귀 말고 작은 포에 열매가 매달려 있습니다. 당연히 꽃도 그렇습니다. 잎사귀와 같은 줄기로 갈라져 나와 꽃이 피어나는 모습도 다른 나무와는 달라서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백두대간 숲속에서 피나무 군락을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깊은 산속에서 큰키나무로 자라는 나무로 산 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보셨을 텐데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쯤 진한 향기 가득한 숲속에서 작은 꽃송이들을 흩날리고 있겠죠.

 

 

미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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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취는 묵나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나물에 비해 탄수화물과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전문연구소의 연구결과를 통해 골다공증이나 뼈에 좋은 성분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울릉도에서는 명이나물에 이어 미역취나물이 울릉도 사람들의 주요 생산품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미역취 꽃이 한창입니다.

 

꽃대 올라오고 나면 나물로 먹기에는 너무 질깁니다. 미역취를 삶아 적당히 마른다음 빨래하듯 주물러서 거품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부드러운 나물을 얻게 되는데 이때 미역처럼 거품이 일어난다고 미역취라고 했다는군요. 만일 우리지역에서도 나물축제를 열게 된다면 그 중 미역취도 포함돼야 할 겁니다. 이미 울릉도와 제주도 그리고 전남고흥과 강원 일부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을 정도로 나물로는 으뜸으로 쳐주는 종류중 하나입니다.

 

 

범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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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채의 잎이 올라오는 모습이 활짝 핀 합죽선을 연상케 합니다. 이름을 왜 범부채라고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밝은 주황색 꽃잎에 박혀 있는 표범무니의 반점을 보면 더욱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꽃모양과 무니가 나비 같다고 "나비꽃"이라고도 하고, 범 무늬 닮은 꽃무늬 때문에 "호접화"라고도 했다는 군요.

 

붓꽃과의 꽃들이 시들 무렵 주황색 꽃들이 피어오르는데 그중 백합과의 원추리와 범부채가 지금부터 여름동안 피고지기를 계속하면서 들녘을 수놓을 겁니다. 범부채 꽃을 산속에서 볼라치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범부채를 개량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노란색도, 더 진한 붉은색 개통도 볼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원래 그 모습의 범부채를 산속에서 만났을 때만큼의 감동은 느끼기 어렵답니다. 지금 범부채가 피어오릅니다.

 

 

왜당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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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귀를 브리태니커에서 찾아보면 "단맛이 나고 피를 잘 돌게 하며 강장제나 진정제 따위로 쓰인다."고 나옵니다. 약초로 많이 쓰이고 한자를 풀어보면 "남편이 집에 들어온다"고도 한답니다. 한약재 "열 처방 중 아홉은 당귀"라는 말이 있을 정도랍니다. 최근에는 재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참당귀 종류와 사진에 보이는 왜당귀를 볼 수 있습니다.

 

꽃을 피우고 있는 모양을 "산형화서"라고 합니다만 왜당귀는 "복산형화서"라고 합니다. 산형화서인 꽃대에 다시 산형화서로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당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 치매를 유발시키는 주요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을 당귀의 데커시놀과 패룰릭산이 차단해준다는 연구와 함께 데커신 성분은 뇌세포의 손상을 막고 뇌를 보호해 뇌경색을 막아주는 데에도 쓰인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당귀가 나쁜 피를 없애고 새로운 피를 생기게 해주며 아랫배의 종양과 부인의 하혈을 멎게 하고 몸 안의 장부를 보하며 새살을 나게 해준다"고 적혀있다는 군요. 현대 과학으로 우리네 한방의 치료효과가 입증돼 풀꽃들이 잘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좀작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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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작살나무의 열매가 보라색-자주색으로 작은 포도송이처럼 눈길을 끄는 꿀풀과의 한국원산 떨기나무입니다. 산기슭에서 많이 자라는데 최근에는 경계목으로 밀식으로 심어 활용하기도 해서 아파트든 도로가든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작살나무는 마주보는 줄기 세 개가 마치 작살처럼 정확하게 마주보고 갈라진다고 "작살나무"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가 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즈음 낙엽 떨구고 난 다음에도 매끈한 모양 그대로 매달려 있을 때의 모습이 예쁘고 아름다워 누구나 반하게 됩니다. 꽃도 자세히 보면 앙증맞고 아름답습니다. 잎겨드랑이에서 작고 여린 그러나 아름답게 피어오르면 눈길 머물지 않을 수 없답니다.

 

 

톱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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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를 보면 왜 "톱 풀"이라고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목수들이 좋아할만한 톱날이 양쪽으로 날카롭게 생겨먹었습니다. 국화과의 다년생초로 톱 풀 역시 약초로 많이 활용됐나 봅니다. 중국의 "신농본초경"이라는 의학책에는 톱 풀의 효능 중 "살결이 옥처럼 고와진다"고 적혀있기도 하고, 트로이전쟁 때 아킬레스는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처를 톱 풀(속명 Achillea)로 고쳤다고도 합니다. 여기에 프랑스에서는 톱이나 대패, 혹은 칼이나 낫 같은 것에 다친 상처에 잘 듣는다고 "목수의 약초"라고 했다나요.

 

풀꽃들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돼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만, 이정도 만병통치쯤 되는 풀꽃 정보를 나까지 알려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톱 풀과 관련된 공통된 정보는 피부에 난 상처와 미용 혹은 살균 지혈 등에 좋은 식물이었던가 봐요. 여기에 독일 화장품사업부 사빈 팡박사의 연구팀이 "국제화장품학지"에 게재한 보고서에는 "톱 풀 추출물이 피부개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이 실려 있었다고 하니,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또 유럽에서 쓰였다는 톱 풀과 한국의 톱 풀 효능은 차이가 있을 거구요.

 

 

해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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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근처 미동산 수목원은 소개할 풀꽃 밑천 떨어지면 찾아가는 곳입니다. 이미 깊은 산속이 아니면 녹음에 묻혀 보이는 풀꽃들을 찾기 어려운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운 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보는 꽃이었어요. 알고 보니 동해안쪽 바닷가에서 피어나는 "해란초"였습니다. 수목원이 좋은 점은 우리나라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닷바람 험하게 흔들리며 피어난 것이 아니어서 좀 더 수줍고 유약하게 그러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어있더군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동해 쪽 해안가에 많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해란초 종류는 현삼과의 풀꽃으로 100여종이 있다고 하고 대부분은 지중해성이 많다고 하고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피는 녀석은 한국원산이라고 돼 있었습니다. 올 여름에는 이 녀석 자생지를 확인해 봐야겠어요. 또 목표가 생겼습니다. 아싸~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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