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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6-24 오전 07:58:20 | 수정 2013-06-24 오전 10:58:20 | 관련기사 18건
- 색을 다투다
녹음이 짙어갈 수록 꽃의 색조는 화려해 집니다. 저 혼자서 아름다움을 표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비색이 있어야 더 강렬하고, 더 두드러질 수 있답니다.
경쟁하던 주변의 풀꽃들이 시절을 두고 더 이상의 아름다운 꽃피우기를 중단하고 나면, 이제 서야 피워 올린 꽃, 혼자서만 아름다울 거라고 아름다워 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겠지요.
막상 피워진 꽃 오히려 다투던 주변 풀잎들의 녹음 때문에 더 도드라질 수 있는 거지요. 세상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다투어야 한다지만, 협력과 공조도 필요한 법이지요. 막상 같은 하늘아래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것 조차 필요할 때가 있는 거랍니다.
채송화
요즘 다육식물이 각광을 받으면서 한 귀퉁이로 밀쳐진 채송화랍니다. 꽃말이 "가련, 순진"이랍니다. 어울리나요? 손바닥 만한 작은 마당 한 켠 꽃밭을 일구고 나면 꼭 포함되는 채송화. 남아메리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 들여온 지 꽤 됐는지 아주 오래전부터 원래 곁에 있었던 존재인양 느껴집니다. 쇠비름과답게 다육식물 느낌 나면서 색색의 꽃송이가 아름답습니다. 4,50대에게 채송화는 봉숭아와 과꽃까지 거의 삼종세트였을 거예요. 이제 자연스럽게 다음 소개할 꽃은 과꽃이 될까요? ㅎㅎ
백일홍
백일동안 피어있다는 백일홍입니다. 멕시코의 잡초가 관상용 아름다운 풀꽃으로 사랑받고 있는 대표종이랍니다. 목백일홍과는 전혀 다르답니다. 백일홍은 1년생 풀이고, 나무백일홍-배롱나무는 말 그대로 나무에요. 최근에 배롱나무가 많이 보급되면서 백일홍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더군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 백일홍은 조선시대 기록물에도 남겨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들여온 지 오래됐나 봐요. 다양한 색상의 꽃으로 원예종으로는 빼놓을 수 없답니다. 꽃 속에 또 꽃이 피어있는 듯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양새로 백일을 피어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웠겠어요.
피반령 넘어가기 전 미원으로 가는 지방도로 양쪽 길가에 심어놓은 백일홍 무리를 보러 갈 때가 됐네요. 누구랑 가볼까?
참나리
나리 중에 참꽃이랍니다. 참나리는 여름으로 들어서는 계절 산속이건 들녘이건 당당하고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참"이라는 과중한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너무도 당당하게 주변과 어울리며 빼어난 모습입니다.
산속 어느 사찰 경내에 피어있던 참나리입니다. 주변을 의식조차 하지 않는 모습, 우월한 아름다움으로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애초부터 선정에 들어야 한다는 의식조차 없습니다. 어디 피어난들 표출하고 싶은 그 열정을 식힐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참나리"인 게지요.
갈퀴나물
콩과의 다년생 덩굴풀 "갈퀴나물"입니다. 요즘 콩과식물들이 한창입니다. 그중에서 덩굴성 콩과식물도 많지만 갈퀴나물처럼 덩굴손이 돼 다른 줄기를 잡고 올라 본줄기는 짐짓 키 경쟁을 한 것처럼 일어서 꽃을 피우는 녀석은 갈퀴나물뿐인 것 같습니다. 허긴 살갈퀴도 비슷하군요.
콩과식물이 워낙 질소고정을 잘하는 녀석들이라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때문에 갈퀴나물을 통해 녹비작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는 갈퀴나물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답니다. 생각해보면 경북지역에서는 콩잎을 비롯해 칡잎으로 삼겹살을 싸먹기도 하고 장아찌도 만들어 먹기도 하는 것으로 봐서 콩과인 갈퀴나물 어린순도 비슷한 맛을 내지 않을까 싶군요. 요즘 우리 동네 콩과식물 꽃이 한창입니다.
도둑놈의 지팡이
이름 참 고약한가요? 한해살이 풀이면서도 길쭉길쭉 뻗어 큰답니다. 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피어납니다. 아래서부터 피어나면서 위쪽으로 만들어낸 봉오리를 계속 피워가죠, 물론 아래쪽에 피어있던 꽃잎은 떨구어 나가는 거죠. 흔적도 남기지 않는 도둑놈의 장물털이가 이런 걸까요?
사실 "도둑놈의 지팡이"는 약초로 유명합니다. 뿌리 말린것을 "고삼"이라고 하는데 산삼만큼 효용이 크다 네요. 그래서인지 검색을 해보면 맨 약효와 효능에 대해서만 주로 나옵니다. "도둑놈의 지팡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스토리텔링이 가능 할 만한데도 주로 약효이야기가 나오니 말이에요.
큰까치수영
제가 잘 쓰는 말은 아닙니다만 "야생화"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큰까치수영"이에요. 요즘 높고 낮은 산속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이 녀석도 밑에서부터 피어오릅니다. 하얀색 여우꼬리 같다고나 할까요. 제가 찍은 큰까치수영은 다른 녀석들과 경쟁하면서 배배꼬인 모양입니다. 수영이라고 이름 붙은 풀꽃들은 대체로 먹어보면 시큼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이 녀석이 피어오를 때면 왜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꽃을 활용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청주청원통합 축하 대행진을 한다고 우리 동네 인근 청원군으로 넘어가는 산속을 행진하다가 큰까치수영 군락을 발견했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깊은 산속이 아니라도 흔히 볼 수 있는 큰까치수영.
엉겅퀴
엉겅퀴는 스코틀랜드 국화입니다. 해적 바이킹군단이 스코틀랜드를 침입했을 때, 성 밑에서 엉겅퀴에 찔린 바이킹 병사의 신음소리 때문에 침입사실을 발견하고는 바이킹을 물리치게 됐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도 하고, 15세기 제임스 4세 때부터 엉겅퀴를 국화로 사용했답니다. 바닷가 거센 바람에 맞서 꽃을 피우는 엉겅퀴가 스코틀랜드를 상징한다고 보았던 모양입니다.
엉겅퀴에 얽힌 이야기도 많고, 엉겅퀴의 약효와 효능에 대해서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전북임실에서는 전북농촌진흥청 기술개발에 힘입어 재배에 성공했답니다. 엉겅퀴 중에서도 가시엉겅퀴의 다양한 기능성 물질이 약효가 확인 되어서라는 군요. 엉겅퀴로 담군 김치도 쌉쌀한 맛에 입맛 돋우는데 딱 이에요. 숙취에 그만이라는 엉겅퀴김치를 담가봐야겠어요.
봉숭아
우리 동네 주민센터 사무소장이 어느 날인가 우리 동네 건물을 짓지 않은 공터가 28개가 있다면서, 대부분이 잡초가 자라든가, 포장되지 않은 주차장으로 활용하든가, 작은 텃밭농사로 이용된다고 했습니다. 그중에서 토지보유자가 동의하는 선에서 꽃밭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일단 시작은 공공용지부터 꽃양귀비와 유채꽃을 심겠다고 했습니다. 그중에 봉숭아꽃밭을 만들어 손톱에 물들이는 행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막상 조성해 놓고 보니 철따라 다양한 꽃밭을 집주변에서 보게 돼 좋았습니다. 더구나 쓰레기 쌓여있던 공터도 깨끗하게 꽃밭이 돼 있었습니다. 이제 봉숭아꽃이 피어나면 동네 어린이들 봉숭아 물들여 주겠다던 사무소장의 소년 같던 미소가 활짝 필 것 같습니다. "신계장님, 봉숭아 꽃 피었던데!"
노각나무
하얀동백 "노각나무"꽃이 우리 동네 퀸덤아파트에 만개했습니다. 우리나라 특산종이면서도 미국에서 품종개량 후 비싼 가격으로 역수출 되고 있는 나무라더군요. 노각나무는 동백나무와 같은 차나무과로 꽃의 모양도 같고 통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도 똑같습니다. 줄기가 모과나무처럼 얼룩덜룩합니다만 매끈한 편입니다.
꽃도 수형도 어디서나 잘 자라는 것도, 아름다운 나무입니다만 여러 질병에 탁월하다는 효능 때문에 오히려 불법채취가 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깊은 산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가 됐다고 하네요. 그래도 최근에는 우리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미국에서 역수입된 종류만 아니라면 더욱 좋겠죠. 노각나무는 한겨울에도 수피가 아름다워 많이 사랑받는 나무입니다. 꽃이 필 때는 더욱 아름다워요. 커다란 나무에 하얀색 동백꽃 닮은 꽃이 가득 만개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노각나무꽃이 한창입니다.
낭아초
싸리처럼 생긴 줄기에 분홍촛대처럼 피어오르는 낭아초입니다. 싸리나무와 낭아초 씨앗을 절개지에 뿌려놓으면 자라기도 잘 자라고 절개사면의 토사유출을 방지합니다. 더욱이 꿀벌들의 밀원식물로 많이 활용됩니다. 남녘 바닷가에서 잘 자란다고 알고 있었는데 우리 집 뒤편 생태통로에도 엄청 많은 것으로 봐서 싸리와 함께 씨앗 뿌려진 것이 분명합니다.
작고 앙증맞은 콩과의 분홍색 꽃이 피어있어 관심 있게 보아야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무지하게 많이 피어있으니 한번쯤 눈길 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 아참, 낭아초 초본(풀)도 있구요, 사진 속 낭아초는 목본(나무)이랍니다. 당연히 싸리나무종류로 봐줘도 될 거예요. 요즘 아주 다양한 싸리나무들이 나름의 꽃을 피우는 중이거든요. 콩과라서 비슷하긴 하지만 분명하게 다르거든요. 쌍둥이 알아볼 수 없다고 이름을 하나로만 지어서는 안 되잖아요. 확인해 보시길.....
자귀나무
우리아파트 뒤편 절개지는 구룡산으로 이어진다고 했었죠? 싸리나무가 무성하더니 어느 샌가 과정상 2차 천이가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바로 자귀나무와 붉나무들이 싸리나무군락을 뚫고 중간키 나무쯤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사실 자귀나무는 큰키나무에요. 사진은 우리 동네 구룡산 산책로에 커다랗게 자라고 있는 자귀나무입니다.
몇 년 동안 천이가 진행되는 과정을 흥미 있게 살펴보다가 이제 완연히 자라서 하층식생인 싸리나무가 자라지 못할 정도로 크기 시작한 자귀나무와 붉나무들을 바라봅니다. 원래 절개사면을 가만두었으면 1년생 초본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천이가 일어났을 터인데 절개 첫해부터 싸리나무씨앗을 살포해서 작은키나무에서 큰키나무로 바로 천이가 일어났습니다.
자귀나무2
신혼부부 뒤뜰에 심어놓는다는 "합환수" 자귀나무꽃이 한창인데요.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베갯속에 넣어 바람난 남편 식후 찻잔에 띠워놓으면 일찍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작년에 소개했었습니다. 우리 동네 아파트에 신혼부부들이 많이 살다보니 아파트마다 자귀나무를 많이 심었어요. 그래서인지 아파트 뒤편 절개 면에도 자귀나무들이 아주 많이 성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렇게 몇 년 지나면 이맘때쯤 지금보다 몇 배 더 자귀나무 꽃과 향기가 가득 한 동네가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자귀나무 향기에 취해도 좋을 때입니다.
남천
일본과 중국이 원산지인 상록 작은키나무 "남천"입니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관상수이지요. 새초롬한 잎사귀의 날렵함, 혹은 매끈함에 하얀색 꽃이 소담스럽게 피어납니다. 가을이면 빨간색 열매를 주렁주렁 달아 겨우내 예쁘지요. 거기에 하이라이트는 빨간색으로 추운겨울을 나는 단풍든 잎사귀의 아름다움까지 "남천"은 정말 아름다운 관상수입니다.
여름더위는 대구가 가장 덥다 더니 최근에는 청주가 덥다지요. 그래서 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손바닥공원에도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에도 키 작은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중 "남천"도 많이 심었어요. 문제는 공해에도 강한지 여부입니다. 꽃이 피어있었는데 많이 달지는 못했더군요. 아직은 햇볓 좋은 아파트 조경수로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남천" 꽃이 만개했답니다.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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