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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5-06 오전 07:55:03 | 수정 2013-05-06 오전 07:55:03 | 관련기사 18건
-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기
5월의 신록은 초록이라기보다 연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초록으로 넘어가는 즈음이라 물빛까지 초록을 닮게 되는 거지요.
5월의 신록은 푸릇한 20대의 초반을 떠올리게 하지요. 누구에게나 스무 살 무렵 연두에서 초록으로 넘어가던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아직은 너무나 싱그러워 꾸어야 할 꿈, 가져야 할 다짐들이 무한대였지요. 5월이 오면 세월 지난 후에도 어릴 적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던 미래의 꿈. 아직도 여전하길 기대하면서 신록의 틈사이로 보이는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지금 같은 5월이 오면...
왕보리수나무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보리수나무를 보면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는 자리에 서있었다는 보리수나무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야에 나는 보리수와는 전혀 다른 품종입니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종류를 찾자면 큰키나무인 ‘피나무’종류를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산야에 나는 나무는, 보리수나무과의 한국(황해도 이남)·일본·중국·만주 등지에 서식합니다.
산에서 만나는 보리수나무 열매를 시골에서는 뽀리똥이라고도 불렀습니다. 붉은색 열매에 흰색 반점이 있는 작은 열매를 입안에 넣으면 과육이 달콤하면서 조금 떫었습니다. 최근에는 개량종 왕보리수가 많습니다. 열매가 크고 당분도 더 많습니다. 지난해 충북을 걷다 답사하던 중 산골마을 집집마다 얼마나 많이 달렸던지 중국에서 왔다는 한국말 서툰 아낙에게 양해를 얻어 실컷 따먹었습니다. 활짝 핀 왕보리수 꽃을 보니 보리수 열매가 생각이 납니다. 이런 걸 두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고 하는 걸까요?
유럽점나도나물
국가지식포털의 자료에 유럽점나도나물의 분포지는 "유럽, 북아메리카, 열대아메리카, 일본, 인도"로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전북 고창지역에서 채집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유럽점나도나물은 중부지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귀화종이 됐어요. 아주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바로 눈길이 갑니다만 우리나라 점나도나물 보다는 줄기에 털도 많고 꽃도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가끔 풀꽃이름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점나도나물도 그렇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유명한 나물도 아니고 나물로 먹기 좋은 조건도 아닌데 이름이 ‘나물’입니다. 아주 작고 앙증맞은 꽃을 보면서 생장조건 알 수 없던 거친 땅 모질게 피어나는 유럽점나도나물도 이제는 귀화된 우리풀꽃이라고 느껴봅니다.
황새냉이
이제 냉이 먹을 때는 지나고 있습니다. 꽃이 피면 줄기와 뿌리에 심이 생겨 질겨지지요. 보통 냉이는 잎과 뿌리를 함께 데치거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지요. 향기도 좋고 겨우내 영양분 부족하던 입맛 돋우는 데는 영양 많은 냉이가 그만입니다. 그런데 냉이 중에서도 주로 긴 뿌리를 주로 먹게 되는 냉이가 있습니다. 바로 황새냉이입니다. 잎사귀도 보통 냉이보다 작고 촘촘합니다.
우리 동네 산책길에 황새냉이가 한창입니다. 조경용 바위사이에 멋지게 피어나서 마치 아름다운 꽃을 일부러 심어놓은 것 같습니다. 뿌리가 길고 커서일까요. 줄기 역시 환경조건만 좋으면 크고 멋지게 자라납니다. 지나다 못 알아 볼 뻔 했답니다. 감상한번 하시죠. 황새냉이랍니다.
상수리나무 숫꽃
대개 큰키나무들의 꽃은 잘 못보고 지나는 수가 많습니다. 지난해 상수리나무에 붙어있던 벌레집(충영)을 보고 상수리나무 꽃이 아니냐고 물어보던 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참나무류와 자작나무류, 오리나무류 등의 꽃은 대체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숫꽃들이지요. 이른 봄부터 숫꽃을 피우는 녀석도 있고, 아예 겨울을 숫꽃 상태로 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참나무류는 지금쯤 꽃이 핍니다.
숫꽃이 이렇게 주렁주렁 열리고 바람에 날아올라 암놈 꽃에 수정됩니다. 풍매화들은 수많은 수컷의 비행으로 특정 시기 하늘을 점거합니다. 나무 한그루에 암수가 함께 있으니 자기 몸끼리 수정하면 어쩌냐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수놈의 비상이 끝날 즈음 겹치지 않게 암놈이 꽃을 피웁니다. 당연히 다른 녀석과 수정하게 됩니다. 참나무 여섯 종은 서로 수정한답니다. 그러다보니 신갈 닮은 상수리와 떡갈 닮은 굴참나무가 있나봐요. 어차피 인간도 여섯 대륙의 다양한 인종이 결혼도 하고 함께 살아가는데 참나무라고 그러지 말란 법 있나요.
돌배나무
우리 동네 뒷산을 오르다가 발견한 돌배나무꽃입니다. 산속에서 만나는 산돌배나무는 참 신기합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데도 딱딱해서 먹기도 힘든 돌배를 키워내 번식시켜온 것이 대견하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산야에 많다는 산돌배나무 중에서 250년가량 됐다는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쌍전리의 산돌배나무가 천연기념물 제408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답니다. 야생으로 산속에서 볼 수 있는 나무를 산돌배나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돌배나무라고 마을 근처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게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조차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산에서 만나는 녀석들은 대체로 돌배나무라고 혼자 지칭하곤 한답니다. 봄철 산속에서 하얀색 꽃으로 눈길을 끄는 돌배나무랍니다.
애기사과
요즘 한창이지요. 아파트 조경수로 인기 끌면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애기사과, 혹은 꽃사과나무입니다. 요즘 한창 꽃이 만개해있답니다.
풀꽃에 반해 꽃을 관찰하다보니 너무 가까이에 흔한 꽃은 그냥 지나치고 맙니다. 꽃사과 역시 그 중 하나였어요. 사진을 찍다가 문득 가까운 곳의 아름다움을 잊고 있던 것처럼 한참을 지켜보았습니다. 분홍에서 흰색으로 변해가는 것도 그렇고, 작지만 앙팡지게 커가는 애기사과의 모습도 생각해보니 감동이었습니다. 다시 발견하는 가까운 곳, 등잔 밑을 다시 살펴봐야겠어요. 혹시 제가 아는 분,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분,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매화말발도리
양성산 바위틈에 가득 피어있는 매화말발도리를 보았습니다. 완전 군락으로 피어있었어요. 양성산을 지난 몇 년간 올랐지만 이번에 처음 이 녀석을 보았습니다. 망치로 한방 맞은 것 같았습니다. 양성산 등산로의 나무는 대충 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런 것을 보면 겸손함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다시 배우게 됩니다. 매년 봄 이맘때 매화말발도리를 만나러 가야 할 곳이 다시 생긴 기분입니다.
매화말발도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범의귀과 낙엽 지는 작은키 떨기나무입니다. 바위말발도리라는 녀석도 있다는데 매화 닮았다고 매화말발도리라고 한답니다. 산에서 매화말발도리를 만난 날, 오래된 친구만난 기분이었답니다.
병아리꽃나무
한국원산 병아리꽃나무라고 합니다. 솔직히 이 녀석은 처음 보았습니다. 산을 오르다 갑자기 눈에 확 들어왔는데요. 도저히 못 알아보겠더라고요. 장미과에 꽃과 열매를 병아리에 비유한 데서 이름이 유래했답니다. 작은키나무였구요. 잎사귀만으로는 다른 녀석을 떠올리기도 했답니다. 잎이 네 장인데 왜 장미과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이 녀석을 더 관찰해 봐야겠어요.
박태기나무
겨우내 말라버린 가지 앙상한 모습에서 어느 날 진분홍 튀밥 같은 꽃이 줄기에 붙어 나옵니다. 참 신기한 꽃입니다. 이름도 박태기나무에요. 혹시 박 터지듯 나온다고 박태기나무일까요?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라고 한답니다. 중국원산의 콩과 작은키 나무입니다. 잎이 달리기 전 연분홍 꽃들이 빼곡하게 가지에 매달립니다. 그것만으로도 눈길을 확 끕니다. 관상수로 공원을 비롯한 아파트 정원에 많아졌습니다. 콩과라서 거친 산성 땅에서 잘 자라겠죠. 우리 동네는 박태기나무꽃이 한창입니다.
화살나무 꽃
이른 봄 산속 홑잎나물 채취는 겨우내 마른가지 지켜보던 아낙들의 소일거리였다지요. 풋풋한 봄나물 나무에서 채취하는 첫 번째 먹거리였답니다. 알고 보니 화살나무는 홑잎나무 줄기 다른 같은 나무였어요. 화살의 날개를 닮은 나무줄기에 연두 빛 잎이 달리면 바로 그것이 홑잎나물 채취하던 나무였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화살나무가 공원이며 아파트 조경수로 많이 심겨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화살나무의 매력은 사실 꽃보다 단풍입니다. 가을 녘 아름다운 분홍빛 단풍은 화살나무의 매력입니다. 요즘 피어나는 화살나무 꽃은 참 볼품없습니다. 그래도 꽃은 꽃인 거지요. 어두워진 저녁 화려한 조명으로 새롭게 변신하는 도시의 밤풍경처럼, 가을철 화살나무 잎은 꽃단장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합니다. 요즘 화살나무 꽃이 피어있으니 자세히 감상하시길.
당매자나무와 홍매자나무
당매자나무는 작은키나무로 가시가 날카로워 울타리로 쓰기 알맞은 나무입니다. 겨울까지 달려있는 새빨간 열매는 새들의 겨울 먹잇감으로 안성맞춤이지요. 아름답습니다. 여기에 앙증맞은 작은 꽃들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자세히 볼수록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최근에 많이 보급이 돼서인지 어디가나 볼 수 있답니다. 우리 동네 생태공원에도 길과 공원을 나누는 곳에는 당매자나무가 촘촘히 심겨져 있습니다. 요즘 꽃이 한창이에요.
잎이 빨간색으로 나는 것은 홍매자나무라고 한답니다. 사실 색 이외에는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굳이 홍매자나무-일본에서 품종 개량했다고 일본매자나무라고 한답니다. 매자나무 중 한국특산종이 있다고는 하는데 본적은 없습니다. 최근 관상수로 보급된 녹색과 빨간색 잎의 당매자나무를 주로 보는 거지요. 잎에는 독성이 있다는데 잘근잘근 씹어보면 약간 새콤하더군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요.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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