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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숲해설가 | 입력 2013-04-22 오전 07:56:52 | 수정 2013-04-22 오전 07:56:52 | 관련기사 18건
어린이들의 봄나들이가 많아졌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봄 햇살에 겨우내 웅크려있던 어린이들은 즐겁습니다. 노랑병아리 닮은 옷을 입고 개구리알도 지켜보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들여다봅니다.
어린이들에게 세상은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모든 것이 궁금하고, 또 모든 것이 재미있습니다. 어린이들이 활짝 웃을 때마다 풀꽃들도 하나씩 활짝 피어납니다.
연산홍
드디어 연산홍의 계절입니다. 이맘때 정말 많은 종류의 연산홍이 심어져 한참을 꽃동산으로 만들어 놓을 겁니다. 연산홍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떨기나무들의 총칭으로, 흔히 진달래나 철쭉의 원예품종 중 붉은 꽃들을 말합니다. 사실 철쭉의 다양한 원예품종은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와 관상용으로 철쭉속(屬)의 식물을 총칭하는데, 꽃의 색은 붉은 계통부터 노란색이나 흰색 등 다양합니다.
연산홍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종의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철쭉의 세상, 그들은 꽃이긴 하나 화분을 나누지 못합니다. 열매와 씨앗도 맺지 못하는 생식불능의 꽃, 아름답지만 처연하게 보이는 슬픔이랍니다.
황매화
매화를 닮은 장미과의 노란 꽃을 황매화라고 합니다. 봄이 오면 잎과 함께 노란색 아름다운꽃이 피어납니다. 황매화와 비슷한 녀석이 '죽단화'라고 하는 겹잎이 달린 녀석과 혼동 되기도 합니다. 황매화가 아름다운이유는 날카로운 톱니모양의 잎사귀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인해 보이는 녹색 잎에 감싸인 황매화의 노란색 꽃잎이 대비를 이뤄 청아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원산인 황매화의 꽃말은 기품, 숭고 그리고 애타는 기다림이라고 합니다. 어제처럼 눈과 비가 함께 내리는 4월 애타게 기다리는 봄 오시는 길목을 지키는 황매화랍니다.
매발톱
중국에서는 매발톱꽃이 자신의 꽃가루보다 다른 종의 꽃가루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매춘화'라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을 잘 피운다고 '바람꽃'이라고 한답니다. 토종 매발톱은 바로 이런 모양입니다만
최근에 매발톱이라 불리는 다양한 종류가 전시돼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농업기술원에서도 수십 종의 다양한 매발톱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모습으로 다양한 눈요기가 가능합니다. 이제는 원예종으로 제 모습보다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보급이 되고 있어 점심식사 마치고 나오던 식당의 화분 속에서도 이 녀석을 만나기도 합니다.
풀꽃은 제 모습으로 자연 속에서 만날 때 더 반갑습니다만 곁에 두고 보려는 사람들의 소유욕과 매발톱 특유의 바람 끼로 지금의 화장기 가득한 술집 여인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나만 이런 걸까요?
살구꽃
마침 하얀색의 살구꽃을 찍었습니다. 분홍색은 벚꽃과도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만 살구꽃은 봄 바람난 꽃잎치마가 흩날리는 듯한 느낌이랍니다. 왜냐구요? 살구꽃은 꽃잎의 태두리가 각이 져 있거든요. 둥글고 정제돼 보이는 벚꽃의 단아함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거지요. 멀리서도 그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 더, 꽃잎이 올망졸망 더 가지런히 붙어있는 벚꽃과는 달리 살구꽃잎은 낱장이 따로 노는 것처럼 떨어져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바람이 불면 마치 꽃잎이 따로 흔들리는 것 같아요. 당연히 꽃송이 채 흩날리는 듯한 벚꽃과는 다른 자유분방함과 자유로운 유혹을 펼치는 봄바람 난 꽃잎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안 그런가요? 확인해 보세요.
애기똥풀
이른 봄부터 가을 문턱인 입추까지 피어있는 애기똥풀 이랍니다. 양귀비과의 꽃답게 아름답습니다만 꽃봉오리에 싸여 있을 때에는 솜털에 덮여있습니다. 첫사랑 쓴맛을 보려면 라일락의 잎사귀를 씹어보면 되구요, 떨떠름한 쓴맛은 소태나무 껍질 맛을 보면 된다지요. 정말 쓴맛을 보려면 애기똥풀 잘라낸 줄기에서 나오는 노란색 액체에 혀끝을 대보세요. 정말 쓴맛입니다. 그러나 그 액체에는 독성이 있어 주의하셔야 합니다. 벌에 쏘였을 때 그 노란액체를 바르면 진정이 된다고 합니다만 민감한 피부에 그다지 좋지 않아서 체질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오래전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수라간 나인들이 야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애기똥풀이 들어 갈까봐 주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부터 독성이 있는 풀로 분류 돼 왔던 거지요. 이름이 정겹죠. 꽃말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랍니다.
앵초
앵초의 잎사귀가 ‘천국의 열쇠’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모마리아의 열쇠’로 불렸다고 합니다. 스토리가 텔링으로 발전되는 것도 아니고, 난 겉절이 배추나 열무 잎사귀처럼 보였답니다. 성모마리아에게 봉헌됐다는 앵초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학명과 속명인 프리물라 베리스 (Purimula veris)는 라틴어로서 '첫째'를 의미하는 프리무스(primus)와 '봄'을 뜻하는 베리스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앵초가 봄에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식물'로 서양에서는 알려져 있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벚꽃과 비슷해서 '앵초'라고 이름 붙여졌다고도 합니다. 취란화 라고도 하구요.
앵초는 수십 종의 원예종으로 재배돼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들녘에서는 꽃피기 전 나물로도 먹었다는 군요. 척 보기에도 그래 보입니다. 요즘은 나물 뜯으러 다니다보니 먹는 풀꽃과 못 먹는 풀꽃으로 간단하게 분류하고 있는 중이에요. 흐흐
으름덩굴 꽃
내가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일단 큰키나무, 중간키나무, 작은키나무로 구분하고 작은키나무 중에서 떨기나무와 덩굴나무로 구별 하는 거죠. 이렇게 소개하면 금방 이해됩니다. 이것을 '교목' '관목' 이렇게만 나눠놓는 우리나라 구별법은 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생태공원 햇살 좋은 곳에 으름덩굴을 심어놓았는데 글쎄 이 녀석이 꽃을 피웠습니다. 아니, 5월이나 돼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으름 꽃을 보았으니 당연히 소개해야 되겠죠. 으름 꽃의 꽃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재미있게 생겼답니다. 세 개의 꽃잎과 세 개의 꽃술이 달려있고 꽃술 끝은 물기가 있어 촉촉하게 보인답니다.
으름은 ‘우리나라 바나나’라고 지칭하는 열매가 열리죠. 으름열매는 씨앗과 과육으로 돼있어 씨앗을 뱉어내면서 달콤한 과육을 먹습니다. 어린 시절 산골소년 이라면 으름열매 따먹던 기억하나쯤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런 기억이 없다면 산골소년으로 볼 수 없는 거죠. 으름 꽃을 보면서 다시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이광희 숲해설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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