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수에 나타난 총제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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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수에 나타난 총제적 문제점

고성인터넷뉴스  | 입력 2014-01-05 오전 10:42:47  | 수정 2014-01-05 오전 10:42:47  | 관련기사 57건

김흥순 / 자유기고가

 

(1)문화재 보호에 애국심 입각한 나무 국수주의

(2)전통복원이냐 과학적 현대 기법 보존이냐의 기로

(3)남대문 복원사건은 대표적 사건

(4) ‘춘양목(春陽木)’에서 유래했던 ‘억지 춘양’같은 사건...

(5)마지막 궁궐 도편수, 중요 무형문화재 74호, 신응수 대목장(大木匠).

(6)전통목재학교, 문화재 학교도 없는 현실, 사건마다 처벌하면 끝

(7)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문화재 보수 현장을 소재로 하는 사건마다 거의 늘 빠지지 않는 논리가 국수주의다. 우리 것이 마냥 최고로 좋다는 믿음이 지나쳐 우리의 문화재 현장에 들어가는 재료는 반드시 국산이어야만 한다는 믿음은 외국산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곤 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자주 본다.

 

지금도 실제 장인들의 작업에 관한 책도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까지 장인이 만든 책도 하나 없다. 더러 학자들이 고증 현장을 찾기도 하고, 작업이 끝나면 문화재청에서 보고서 같은 책이 나오고 발표하는 게 일부 있지만, 장인들이 실질적으로 기법에 대해 발간한 책은 지금껏 없다.

 

대신 실제 현장에서 익힌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거기에 딸려 있는 식구들은 더 많은 혜택을 보는 셈이다. 1년에 다섯 채를 짓는 사람은 다섯 채에 대한 경험을 다 할 수가 있고, 한 채를 가지고 1년을 하는 사람은 한 채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 목수 학교라고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국가에서 이런 곳을 잘 지원하고 경영을 하면 장인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일본 등 체계적으로 하는 나라와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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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례문 부실복원 관련 압수수색 중인 목재회사서 내부 촬영 못하도록 신문지 붙어있는 창문

 

국보 1호 숭례문의 부실한 복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5년 3개월 간의 공사 끝에 복원된 숭례문 공사에는 연인원 3만 5천여 명과 245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곧 목재가 뒤틀리고 단청이 벗겨졌다. 복원 공사에 원래 쓰기로 했던 국산 금강송이 아닌 러시아산 목재가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문화재청의 관급 목재 공급 내역과 숭례문 복원 공사 자료를 대조한 결과 금강송 등 관급 목재가 사용됐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목재공사 총 책임자였던 중요무형문화재 74호, 신응수 대목장이 운영하는 강원 강릉시의 목재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신 대목장이 목재를 공급한 광화문 보수 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신 대목장이 문화재청에서 공급받은 대경목, 즉 기둥에 쓰이는 대형 나무를 광화문 보수 외에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생각할 문제가 있다

 

단청 훼손으로 촉발한 숭례문 복구 부실논란 사건이다. 총체적 복구 부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 중 하나로 외국산, 특히 일본산 아교나 안료 사용을 들었다. 국보 1호인 우리의 자존심 숭례문을 복구하는데 어찌 일본산을 쓸 수가 있느냐는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숭례문 복원에 쓰인 목재 중에서도 기둥이나 들보처럼 덩치가 큰 주축 건축 소재인 대경목(大梗木)이 국산이 아니라 러시아산이라는 의혹에도 이런 국수주의의 짙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물론 애초에 사용하기로 한 삼척 준경묘의 이른바 금강송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이보다 헐값이라는 러시아산을 썼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믿음을 배신한 중대 범죄 행위이며, 그에 대한 중벌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과 관련해 만약에 러시아산을 썼다면 지금의 숭례문을 헐어버리고 새로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느니, 국산 금강송은 잘 건조하면 균열 현상도 발생하지 않는 세계 최고의 소나무이며, 러시아산을 비롯한 여타 외국산 소나무에 견주어 가장 훌륭한 건축 소재라는 주장이 나오고, 더구나 그런 말이 정답인 것처럼 통용되는 현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내에서 흔히 '금강송'으로 통하는 소나무는 동해안 일대 백두대간을 따라 자라는 육송을 지칭하는 비학술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금강송이 좋은 목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세계 최고의 목재일 수는 없다. 간단히 말해 금강송은 좋은 목재 중 하나일 뿐이다.

 

바꿔치기했다는 의혹이 이는 러시아산 소나무만 해도 유라시아 대륙을 걸치는 그 광활한 대륙의 어느 곳에서 생산된 소나무인지에 따라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소나무가 혹여 두만강 건너편 연해주산이라면 그 소나무 역시 이른바 금강송의 일종임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설혹 러시아 다른 지역 소나무라 해서, 그리고 그 가격이 국내산 금강송보다 훨씬 싸다 해서 품질 또한 국산보다 저급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이 분야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친다. 나아가 금강송은 충분히 건조하면 건물을 세워도 갈라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적어도 고건축학자나 식물학자들에게는 비웃음을 산다.

 

우리 소나무가 세계에서 제일 좋고, 전통건축에서 그런 소나무만 썼다면 종묘와 창덕궁을 비롯해 적어도 수백 년을 버틴 전통건축물의 기둥과 들보가 곳곳에서 균열이 간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금강송이라 해서 갈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은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

 

외국산 소나무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더글러스 소나무'라 불리는 캐나다산 소나무는 건축재료로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이 소나무는 광화문 복원에도 쓰였다.

 

하지만 광화문에 캐나다산 소나무가 쓰였다고 해서 그것이 부끄럽다고 저 건물을 헐어내고 국산 소나무로만 채운 새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설혹 숭례문에 러시아산 소나무가 쓰인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하자. 그것은 애초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므로 그 행위가 범죄행위가 될지언정, 그렇기에 그것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논리는 될 수가 없다.

 

숭례문, 광화문이 대한민국 문화유산이라는 국적이 부여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무가 국적을 갖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에는 국경도, 국적도 없다.

 

(사진)숭례문 부실복원 관련 압수수색 중인 목재회사서 내부 촬영 못하도록 신문지 붙어있는 창문

 

 

고성인터넷뉴스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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