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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 자유기고가 | 입력 2014-12-12 오후 01:43:15 | 수정 2014-12-12 오후 01:43:15 | 관련기사 57건
김흥순 / 자유기고가
술자리가 많아지는 건배사의 계절이 왔다. 건배사는 삼행시처럼 성격 급한 한국인들이 만든 문화행위다. 술을 마시면 되지 뭘 한 마디하고 마시는가하고 말하는 분들도 잇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할 일과 말이 없다. 일종의 소심한 문화학살 행위다. 건배사의 역사는 플라톤의 저서 <향연>이다. 시인과 철학자들이 모여 음주와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심포지엄(symposium)이다. 공중토론(公衆討論)의 한 형식으로 포럼, 세미나와 함께 한국에 유행하는 심포지움이 그 유래다. 그리스어의 심포시아(symposia:함께 술을 마시는 것), 심포시온(symposion:饗宴 ·饗應)에서 라틴어의 심포지엄(symposium)으로 옮겨진 말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처음에 ‘사랑’은 ‘아름다움’에 대해 육체미를 초월한 정신미(精神美)로 향하는 심정이지만, 이론미(理論美:眞)로 향하게 되고, 마침내 행동미(行動美:善)를 지향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랑에 대한 플라톤의 선례(先例)에 따라, 생활 또는 학술상의 중요한 문제를 공동의 장소에서 철저하게 토론하는 것이 심포지엄의 정신이다.
때는 기원전 416년. 그리스 비극시인 아가톤이 비극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다음 날이었다. 그는 자축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을 초청해 술자리를 마련했다. 소크라테스. 파이드로스, 아리스토파네스, 알키비아데스 등 모두 8명이 모였다.
평소 같으면 만나자 마자 한잔하기에 바빴을 테지만 이날만은 모두 이상하게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미 수상한 날 거나하게 술을 마신지라 숙취 때문에 술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 취하지 말고 한 잔 하면서 "에로스"란 주제를 놓고 차례대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의했다.
제일 먼저 문필가 파이드로스가 나섰다. "에로스는 신들 가운데 가장 존귀하고 인간이 덕과 행복을 얻도록 돕는 일에서 가장 강력하다"를 끝으로 연설을 마치며 술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파우사니아스가 뒤를 이었다. 무조건적 에로스 찬사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고상한 에로스만이 사람을 훌륭하게 만든다고 역설한 뒤 한 입에 술잔을 비웠다.
의사인 에뤽시마코스. 에로스는 전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선을 목적으로 삼고 절제와 덕을 실현시킨다고 한 마디 했다. 그리고 잔을 들어 함께 마시자는 소리 없는 요청을 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그 뒤를 이었다.
인간은 신의 힘에 버금가는 괴물(남녀 한 몸)이었는데 신이 이를 두려워 반으로 갈라놓은 것이 현재 인간이라고 생뚱맞은 주장을 했다. 결국 에로스는 다른 한 쪽을 찾아가는 열망이라 했다. 그 후 잔 바닥을 보였다. 아가톤도 에로스에 대해 간단히 말하고 비운 잔을 내려놓았다.
다음은 소크라테스. 장광설이 이어졌다. 에로스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것을 갈망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잔을 비우는 순간, 술에 절어 사는 알키비아데스가 휘청거리며 향연장을 들어왔다. 소크라테스의 에로스를 두둔하며 술잔을 벌컥 비웠다.
실제 당시 향연장에서 이들이 술잔을 동시에 비웠는지는 알 수는 없다. 이런 것을 떠나, 술자리에서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하는 행위가 된 것이 건배사다.
건배사에도 4C가 있다. 캐릭터(character), 콘셉트(concept), 컴패션(compassion), 구성(Composition)이다.
김흥순 / 자유기고가 gsinews@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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